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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큼달큼 기획전 ‘얼마나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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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2-04-12 10:02 조회2,3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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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18.jpg
    '얼마나오렌지' 전시의 일부

     

    시큼달큼 기획전 얼마나 오렌지

    2022.04.05-04.29 /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이 전시는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감각들과 사라져버린 몸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와 우리 몸 자체를 다시 돌아보는 반성적 사유를 담아낸다. 10인의 작가들은 감각의 통로이자, 반응하는 장소로서의 우리 몸에 집중해보자는 취지로 우리의 신체로 향하는 여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 여행을 위한 장치는 동그랗고 주먹만한 오렌지.”- 기획자 박계연

     

    연푸른 봄빛과 생기 차오르는 오만 봄꽃들이 곳곳에 봄날을 수놓는 이즈음 바깥 풍경에 화답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얼마나 오렌지라는 이름으로 45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양림동산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에서 진행 중이다. 한 순간 그 진한 향과 맛으로 잠든 감각을 터뜨려주는 오렌지를 소재삼아 코로나19로 지친 모두의 심신과 상실된 오감을 되살리려는 작품전이다.

    기획자 박계연은 오렌지는 저 먼 곳으로 가버린 우리의 몸을 되찾고 생동하는 감각과 재접속하는데 가장 적절한 대상이라며, “각자 나름의 오렌지를 품고 있는 작시작품들은 우리의 몸과 밀접하게 연관된 혈, , , 감각, 소통, 신체, 행위, 기억, 권력 등을 다채롭게 풀어낸다.”고 기획자 글에서 말한다.

    전시는 참여하는 작가나 방문자들의 카타르시스와 재충전을 위한 오렌지왕국으로 꾸며졌다. 양림동산 봄빛 숲에는 큼직한 오렌지 열매가 물오른 나무들 속에 주렁주렁 열리고, 전시장 앞은 축제일처럼 만국기가 펄럭이며, 오렌지왕국 문장이 곳곳에 박혀 있다. 붉은 벽돌집 아트폴리곤, 유리온실 같은 글라스폴리곤, 찬 기운 스미는 미로 같은 지하 베이스폴리곤, 전시로 연출된 공간들은 각기 다른 감각과 사유로 풀어낸 오렌지 해석 작품들로 다채롭다.

    전시실에는 오렌지와 동행하는 힐링여행 서비스를 위한 예약 카운터가 마련되어 있고, 멋진 휴양지를 담은 영상과 진짜 같은 인조 식물화분들이 이국적 분위기를 띄우면서, 통유리 밖 푸른 자연풍광과 어우러진다. 이 분위기를 살려 토·일요일마다 하루 5회씩 구혜영&김영남오렌지 리조트퍼포먼스가 펼쳐지는데, 피아노 옆 유리창 공간에 특별히 꾸민 무대를 중심으로 관람객에게서 메뉴를 주문받아 오렌지로 만든 식사와 음악과 사진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렌지 여행의 초입에서는 맨 먼저 홍준호<몸에 피어난 꽃 #001>이 맞이한다. 과거 직장생활 중 돌연 맞닥뜨렸던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기록된 의료용 신체내부 혈관사진을 캔버스에 올려 존재의 부재경험을 회상한다. 분명한 자신을 부재하듯 감각하지 못하는 비현실적 묘한 감정과 상황을 비사진적인 작업으로 펼쳐놓았다. 같은 크기 연작 14점은 지하 베이스폴리곤의 깊숙한 지하공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서법현도 자신의 태생으로부터 갖게 된 체질적 신체특성과 몸에 관한 무속적 서사를 예전 작품을 연결해서 <Piexelro>로 다시 드러내어 놓았다. 유아욕조에 몸을 담궈 몸속 열을 식히는 그의 신체는 태아와 현재 모습, 거품 아래 감춰진 예전 맨몸과 젖은 코스튬의 지금 모습으로 상하 좌우 연결하며 인생의 시간대를 교차시키고 있다. 특히 자체종결하고 싶었던 태생적 스토리를 디지털 픽셀그림들로 소멸시키면서 유() ()의 관계에 대한 재설정과 또 다른 출발을 서술하고 있다.

    정승원<연결>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반강제된 개인생활 속에서 서로 멀어져야 하면서도 유무형의 관계로 연결된 일상의 단편들을 엮어 놓았다. 투명아크릴판에 갖가지 모습의 인물과 동식물, 어류, 유원지 놀이기구, 터져 퍼지는 폭죽들을 프린팅하고 오려 이를 줄줄이 엮어 벽돌공간을 가득 채워놓았다. 긴 시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는 중에 잃어버린 소소한 일상의 재미와 세상 오만 것들을 원래대로 되살릴 수 있는 상상의 단초들로 한 세상 꾸며 놓은 것이다.

    조은솔은 그의 말하는 손주제연작으로 코로나19시대에 서로의 유대확인 표시나 감염고리로 전면에 노출된 에 대해 회화와 설치로 언급하고 있다. 여러 수화 손짓들을 그림으로 옮겨놓거나, 손 씻은 검은 물을 모아담은 손 그림과 그 화폭 아래 맨질맨질 갈고 닦인 조약돌 무더기를 배치하기도 하고, 손 씻은 거품물이 담긴 그릇들을 층층으로 모아 설치하기도 하였다.

    김지희<생각하는 사람> 연작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나, <미륵반가사유상> 형상들을 폐 골판지 상자와 헌 청바지 천으로 패러디하였다. “현재 나의 몸은 시간과 경험, 환경과의 관계를 수없이 덧입혀 놓은 결과라고 보고, 옷 조각들로 엮어진 몸을 표현해 놓았다. 옷은 제2의 피부로서 인생의 땀과 체취와 얼룩으로 삶과 일상이 배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험적인 미디어아트 영상작업을 계속하는 임용현은 이번 <감각이주>에서는 인체 감각이 전자적 장치를 통해 가상공간이라는 대체현실로 전이되는 경험을 영상으로 담아내려 하고 있다. 기하학적 패턴으로 둘러싸인 가상공간의 중심에 전자회로도판 같은 인간두상이 자리하고, 전자파 형태의 광선이 방향과 흐름을 달리하며 확산 수렴을 계속한다. “마치 다른 세상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을 체감하는 공간이다.

    구래연<삶과 죽음의 모뉴먼트>는 각각의 층을 이룬 투명한 아크릴판에 식물 열매와 조류의 알, 가지, 육탈된 뼈 형체의 오브제들이 올려져 있다. “모든 공간·장소는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즉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이라 말하는데, 이런 층위를 이룬 오브제들은 바닥 거울면과 천정에 반사된 빛 그림자로 더 깊고 높게 확장되어 보인다.

    김혜연<Dr.오렌지: 임상기록1>은 글 쓰는 작가답게 문학세계와 시각적 상상력이 어우러져 있다. 자그마한 책상 스탠드 조명 아래에는 오렌지 하나와 단편소설 같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코라는 제목의 관람안내서가 놓여 있다. 코로나19시대에 고립과 격리를 경험하며 상실 또는 과잉되어가는 인간 오감에 관한 가상의 심리평가 보고서와, 오렌지를 오감으로 느끼는 사진들로 꾸며졌다.

    세상과의 거리두기와 바깥활동의 제한은 상대적으로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발산하고 풀어내는 행위들이 제약을 받은 만큼 상상과 가상공간 놀음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삶의 기본행위일 수 있는 오감의 정상적 작동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면서, 그 장애나 상실이 가져오는 무력감과 두려움은 확진자들 뿐만 아니라 주변인까지 모두를 위축시킨다. 작가들이 상상하고 제안하는 코로나19시기의 통과방식과 활력회복 방법, ‘얼마나 오렌지여행으로 접속해볼만 하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홍준호.몸에피어난꽃#001.2022.디지털잉크젯피그먼트프린트.100x100cm(12점).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1.jpg
    홍준호 <몸에 피어난 꽃 #001>, 2022, 디지털잉크젯 피그먼트프린트, 각 100x100cm
    서법현.Piexelro.2022.혼합.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1.jpg
    서법현 <Piexelro>, 2022, 혼합재
    정승원.연결.2022.아크릴판에UV프린팅.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2.jpg
    정승원 <연결>, 2022, 아크릴판에 UV프린팅
    조은솔.말하는손.2022.캔버스에아크릴.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1.jpg
    조은솔 <말하는 손> 연작, 2022, 캔버스에 아크릴
    조은솔.말하는손.2022.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5.jpg
    조은솔 '말하는 손' 연작 중 설치, 2022
    김지희.생각하는사람.2022.헌옷,골박스.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2.jpg
    김지희 <생각하는 사람> 중, 2022, 헌옷, 골박스 등 혼합재
    임용현.감각이주.2022.비디오영상.2'29''.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1.jpg
    임용현 <감각이주>, 2022, 비디오영상, 2분29초
    구래연.삶과죽음의모뉴먼트.2022.아크릴판에황동,오브제.50x50x160cm.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1.jpg
    구래연 <삶과 죽음의 모뉴먼트>, 2022, 아크릴판에 황동, 오브제, 50x50x160cm
    김혜연.Dr.오렌지;임상기록1.2022.펙스트페이퍼설치.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1.jpg
    김혜연 <Dr.오렌지; 임상기록1>, 2022, 펙스트페이퍼 등 설치
    구혜연&김영남.오렌지리조트 서빙퍼포먼스공간.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11.jpg
    구혜영&김영남, <오렌지 리조트> 서빙 퍼포먼스 공간
    정승원.연결.2022.아크릴판에UV프린팅.얼마나오렌지.호랑가시.20220408-6.jpg
    '얼마나 오렌지' 서비스 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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