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사진 초대전 ‘어딘가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성배 작성일23-10-10 11:04 조회1,69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안희정 <곳-Somewhere_구 전남도청>, 2023,_148cmx210cm,_pigment Print 안희정 사진 초대전 ‘어딘가에’ 2023.09.13-11.26/ 광주시립미술관 사진전시관 “‘곳’이라는 말은, 어떤 지점에 이르는 장소, 추상적인 개념(인식)이 맞닿은 장소일 수도 있고 물리적인 이동의 실체가 정지하는 곳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마지막, 결론. 결국. 결정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어떤 공간이다. 개인과 전체의 역사가 좌표를 거쳐 이동하고 꿈틀거리다가 내가 살아있는 현재, 마지막에 장소와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곳’이라는 것은 너와 내가 만나게 되는 예측할 수 없는 에너지일 거라는 생각이다. (중략) 내가 거주하는 이곳의 건물, 집들이 가지는 건축적인 디테일들과 다양한 형식들은 마치 각자 다른 개성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 집합체인 도시. 도시가 가진 익명성과 드러나지 않으면서 드러나는 아이러니는 집이 가진 것이 건물의 의미만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 안희정의 작가 노트 중 … 안희정 작가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는 등록문화재의 오래된 건물들을 촬영했다. 하지만 촬영된 사진을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그 건물을 샅샅이 알아야 하는 것처럼 좌우사방을 조감하고, 급기야 물리적으로 똑같은 형태로 재현해 낸다. 그리고 그 대상이 놓일 지점을 면밀히 관찰하고 새로운 집을 짓듯이 터를 잡은 뒤, 집(건물)을 세우고 다시 촬영을 하여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집은 누군가의 삶의 체취가 묻어있는 곳이다. 작가는 창고,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축물 등을 총칭해 “집”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건축은 집이다”라는 명제를 가지고 집의 생애사를 찾고자 했으며 사진을 통해 새로운 거처로서의 공간을 탐색해 왔다.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무수한 개인사와 인류의 굴곡진 역사가 담겨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중략) 작가의 초기 작품 <큐브>를 보면, 골목 안의 덕지덕지 붙어 있는 집들을 고르고 떼어내어 육방체의 큐브로 재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객체로서의 전이 과정을 통해 집(家)이 집(集)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각각의 독립된 공간이지만 과거에는 독립적이기보다는 공동체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더 많았던 집들이다. 그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 사람이 드나들며 일상의생활을 영위했던 곳이었다. 작가는 집의 기억, 공간의 이미지를 입방체 안에 담는 행위를 통해 집이 집단화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손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 있었던 듯, 사진을 결합한 천 조각을 이어 붙여 공간감을 보여주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천에 덧댄 이미지를 기우고 꿰매면서 사진을 입체적으로 조각화는 과정. 천에 입혀진 이미지는 대칭, 교차되면서 중량감을 내려놓고 미묘한 겹침과 중첩을 통해 조형적으로 재구성되었다. 큐브는 외형의 입체감을 사진 이미지로 덧대고, 원형적인 형상을 구조화한 단편적이면서진화된 형태로 재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집-소통이라는 작업적 화두는 두 번째 작업 <Sewingscape>에서 더욱 극명화된다. 집화된 집들이 분산되고, 각 개체로의 독립이 되었다가,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최초의 내 방이었던 성냥갑만 한 작은 방으로부터 비롯한 방-집-공간의 욕망은 급기야 피아노교습소, 약국, 식당, 상점 등으로 이어지다가 결국 하나의 마을이 형성된다. 굽어진 골목길이 생기고 사이사이 작은 공터도 생긴다. 이제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놀이를 즐기거나 수다를 떨 것만 같다. 작가는 집, 이라고 말할 때 마음속에 집 한 채가 생겨난다고 했다. 집에 대한 집착으로 비롯된 일련의 과정들을 “소통”이라 말하고 있지만 불통의 관계 혹은, 낡고 누추하지만 내 삶의 보금자리가 거기였으면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두 번에 걸친 큐브 형태의 작업 과정을 통해 일상생활과 밀착된 삶, 주변부의 집들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졌다면, 세 번째 작업인 <Somewhere>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재료의 한계성을 넘고자 입방체 큐브 형태의 전시 방식을 벗어나, 건물의 면면을 촬영한 뒤 편집 작업을 통해 건물의 전개도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다시 천이나 종이에 출력하고 바느질로 꿰맨 뒤, 불특정 장소에 배치하고 사진을 찍는 방식을 취한다. 이 작업들의 대상들도 근대에 지어진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건물들이며 시대적 의미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고자 했다. 전시 형태는 이전의 형식과 유사하되, 촬영되어 인화된 평면 사진을 더러 추가했다. 오브제를 중심으로 미니멀한 평면사진을 내보인 것이다. 이때부터 작가는 장소의 패턴을 바꿔가며 대상을 결합하는 과정에 집중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작가는 집합체인 도시, 그 도시가 가진 익명성에서 드러나지 않으면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인간 내면의 이야기로 풀어가고자 했다. <Somewhere2023>으로 돌아와 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전 제목에 연도만을 추가했다. 근대 건축물에 대한 대상의 변화는 크게 없으며, 오브제의 재료가 천에서 종이로 바뀌었다. 종이를 통해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대상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불특정 장소가 확연하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황량한 초원에 유랑하는 집처럼 표류하고 있다고나 할까. 비록 먼 우주에 하염없이 던져진 것처럼 보이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구도와 형태, 거기에 더해 자연의 색감과 질감을 품고 있는 콜라주 같기도 하다. 감각적이다. 그래서 조형적 매력과 오브제를 더욱 선명하고 밀도 있게 받아들이게 된다. 다소 엉뚱한 공간 매칭, 그래서 더욱 역설적으로 빚어진 하나의 세계, 정형화된 질서에서 벗어난 낯섦이 발화된다. 사진은 배치를 통해 더욱 구도화된다. 배열된 것들 사이에서 일종의 질서가 요구되고 합리적인 형태에 부합하도록 강요된다. 작가는 사진을 찍기 전에 대상의 작은 부분까지 간섭하고 배치하는 행위에 가담했다.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난 집들이 새로운 공간을 지배한다. 재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빈 공간, 그 공간을 이용하는 존재들이 의미를 부여받는, 곧 장소가 된다. 이렇게 기반이 형성되고, 다채로운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 그곳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헤테로토피아가 될 것이다. 작가에 의해서만 의미가 부여되는 맥락화된 공간, ‘heteros(다른)’와 ‘topos(장소)’에 앉혀진 ‘Somewhere(곳)’이기 때문이다. (중략)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작가로서도 어딘가 내던져 있다는 느낌이 많았을 것이다. 이번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집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 자신을 둘러싼 집과 장소라는 환경에 대해 질문해 가는 여정으로 보인다.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집이라는 오브제의 선택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예술적 경계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 왔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의 집들, 마른 땅이거나 풀숲이거나 고독하게 안착한 외관을 통해 누군가의 생애를 누군가의 시절을 기억하게 된다. - 지성배(작가, 사진비평) 안희정 <곳-Somewhere_담양 모현관>,_2023, pigment print 안희정 <곳-Somewhere_장항 어망공장창고>,_2023, pigment print,162.2cmx130.3cm 안희정 <곳-Somewhere_전남여고 역사박물관>, 2023,_pigment print, 162.2cmx130.3cm 안희정_<곳-Somewhere_별량농협창고>, 2023,_pigment print, 210cmx148cm 안희정 <사진집-군산세관>, 2023, uv print,_86cmx33cm 안희정 <사진집-중앙초등학교>, 2023,_uv print, 97cmx33cm 안희정의 '어딘가에' 전시관 일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