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모 개인전 ‘빛의 사람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3-11-08 12:41 조회1,84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양경모 <빛의 사람들>, 2023, 캔버스에 아크릴, 78.5×118.5cm 양경모 개인전 ‘빛의 사람들’ 2023.11.02-11.12 / 갤러리S 희망 생명 품은 빛의 몸짓 양경모의 회화 세계는 자꾸만 흔들리는 현상과 현실계를 넘어서려는 염원의 기도이자 세상 사람들의 영적 충만감과 평화를 바라는 내밀한 간구이기도 하다. 그가 즐겨 그리는 구름과 하늘과 빛은 무시로 왜곡되어 보이는 망가진 시각의 극복 의지이자 무궁무진한 자유세계로의 지향이다. 구름과 빛은 서로 상반된 상징이며 무한 하늘의 가시적 드러냄이다. 빛은 희망과 생명의 집약이고, 헤아릴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외경심이며, 지극한 신심으로 도달코픈 미지의 천상계인 것이다. 양경모는 어느 날 문득 “하늘을 그리고 싶은 견딜 수 없는 마음에서 시작된 하늘·빛·구름 작업은 메마른 두 눈에 의지하지 않고 샘물처럼 솟아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하여 자유함을 누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평범함 속에서 극적인 것의 발견은 간절한 자에게 부지불식 환영처럼 다가온다. 무심한 구름이 홀연 마음속 심경으로 강렬하게 박혀 든 것은 유동하는 구름의 형상들에 자신의 현재와 처지에 주저앉지 않으려는 정신적 갈망이 영락없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라보는 풍경이 아닌 마음 상태의 투영인 것이다. 양경모의 그림은 재현적 묘사이기보다는 상징적이다. 사실적 구름이나 하늘 풍경을 화폭에 그대로 담기보다는 그 자유로움과 무한함에 대한 감복과 동경심을 옮겨내는 것이다. 고전 명화나 현대의 수많은 회화들이 갖가지 표현법으로 하늘과 구름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의 하늘과 구름을 단지 묘사의 관점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나의 작업은 창조적인 하늘, 생명의 빛,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을 통해 혼돈스런 세상에 빛을 드러냄으로써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화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그림으로 전하지만 그 그림이 꼭 사실적이거나 서술적일 필요는 없다. 화가에게는 치명적인 눈 건강 악화와 망막박리로 시각의 정확한 인지가 상당히 망가진 상태에서 사실적 묘사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그림에서 의미 전달을 중시하는 만큼 굳이 형상이 사실적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그런 작가의 마음속 풍경이나 생각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지 그 표현력과 소통력이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그의 그림에서 서로 대조되는 구름과 빛은 그가 가슴 속에 품은 장애 없는 무한대의 자유로움에 대한 동경이자 간절한 소망을 품은 신앙적 고백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시시각각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변화하는 구름 형상은 나날이 똑같을 수 없는 세상살이의 또 다른 상징이다. 언제나 맑고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 구름 사이로 밝은 빛의 위안과 사랑과 행복의 하트가 비치기도 한다. 평범하지 않은 현재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현상 너머를 자각하게 하고, 그 열념과 소망을 모은 기도가 혼돈 가운데 희망의 빛을 돋우는 것이다. 그는 “나의 주된 소재는 빛이다. 태초에 빛이 있었고 그 빛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빛은 알파이자 오메가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빛은 신앙의 귀의처인 절대존재의 상징이자 그 드러냄이다. 구름 사이로 존재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 빛 자체를 세상 한가득 채워놓는 것이다. 양경모가 소망하는 빛은 구름 사이로 존재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무수한 글자들로 하늘 가득 채워지기도 한다. ‘빛’ 글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형상이 되어 너울너울 춤추듯 하늘 가득 펼쳐지고 있다. 캘리그래피의 유연한 붓선을 따라 율동하는 ‘빛의 사람들’이 천상군무의 한마당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 ‘빛의 사람들’은 구름 바탕 위로 떠올라 여러 밝은 색들로 장관을 이루며 모두 함께 희망과 생명의 몸짓들로 어우러진다. 그의 화폭에서 사람 모양을 한 ‘빛’ 글자들은 개개 인간이자 동시에 희망과 생명의 기호이고, 초월적 신을 향한 한없는 간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 보면 그 초월적 빛은 신비 속 허상이 아닌 이 현실 인간계에서 희망과 절대 존재를 발견할 수도 있음을 상징적 기호로 담아낸 표현일 수도 있다. 예전 그의 작업 중에는 총탄 자국 가득한 도청의 벽체를 표현한 것도 있었고, 일그러진 고목토막에 ‘대동세상’이나 ‘살아나리라’는 캘리를 올리기도 하고, 오웬기념각에서 ‘화해자로 부르심’이라는 대형 캘리작업 퍼포먼스를 선보인 적도 있다. 홀로 자기세계 안에서 기도하기보다 교회와 이웃들과 더불어 세상에 이로움을 나눌 수 있는 신앙생활을 추구하고 있음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삶의 전부일 수도 있는 신앙을 단지 피상적 동경이 아닌, 현실의 진실된 삶 속에서 절대 존재를 증거해 보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양경모는 점자화를 시도하고 있다. 주문 제작한 특수지에 점자와 그림을 함께 올려 시각장애우들도 그림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크기나 재질 때문에 표현에 한계가 있는 점자지이지만 그림으로 소통 교감하고 싶은 마음을 담는 작업이다. 이와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캔버스나 합판패널에 그림과 더불어 진주핀을 점자 모양으로 반복해서 꽂아 그림을 보다 또렷하게 만져보도록 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 같은 종이나 진주핀 점자의 요철은 화면에 음영과 촉각적 입체감을 만들어 일반인에게도 안료로 묘사된 그림과 함께 별난 화면효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시각적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없는 장애우들도 좀 더 문화생활를 누리게 하고 싶은 동병상련의 마음과 함께 일반인에게도 색다른 회화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것이다. 그의 최근작 중에는 큼직한 붓이 그대로 화면에 붙어 있는 <화가의 붓>이 있다. 그가 행한 캘리 퍼포먼스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우들이 그 붓을 만지며 행위와 현장을 상상해 보도록 하려는 작품이다. 그러나 요철이 있다고는 해도 그림을 점자 글씨로 느끼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상상력을 돕는 문학적 서술도 아닌 ‘빛의 사람들’이나 ‘빛’이라는 글자만으로 작가가 표현한 작품구성을 온전히 감상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회화의 평면성에서 벗어나 기호로서 글자가 아닌 시각예술로서 입체적인 조형이나 오브제 구성으로 작품을 느껴보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빛’이라는 희망과 생명의 메시지를 어떻게 촉각적으로 조형적으로 만지며 느끼게 하느냐 하는 표현방법이 숙제인 셈이다. 물론 일반인은 그 조형적 구성이나 표현 그대로를 작품으로 감상하게 될 것이다. 모호한 상황은 더 혼란스럽다. 양경모는 완전한 시각장애는 아니다. 그러나 굴절되고 왜곡되어 보이는 세상 풍경과 사물이 그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 이제 웬만큼 적응하고 받아들이며 시각적 심리적 평정심을 유지하게 됐지만, 삶에서도 시지각에서도 작품에서도 중심을 어떻게 잡아 나가느냐는 양경모에게 주어진 과제다. 소박하지만 이번 일곱 번째 작품전이 그의 창작활동에 또 다른 방점을 찍고 향후 신앙과 화업에서 그가 꿈꾸는 ‘Heaven’을 펼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양경모 <빛의 사람들>, 캔버스에 아크릴, 각 130.3×97cm, 145×112.1cm 양경모 <화가의 붓>, 점자지에 붓, 진주핀, 아크릴화 양경모 <빛의 사람들>, 점자지에 진주핀, 아크릴화 양경모 개인전 '빛의 사람들' 전시 일부 양경모 개인전 '빛의 사람들' 전시 일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