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회고전 : 사랑은 10,000마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3-12-22 19:16 조회2,304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백남준 <Indian Gate>(1996~97, 앞), 21대 컬러 비디오 모니터 설치, 392x82x410cm. / <코끼리 문>(1994, 뒤), 42대 컬러 비디오모니터 설치 백남준 회고전 :사랑은 10,000마일 2023.12.1-2024.3.31 /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세계 현대미술사에 전위예술의 큰 획을 그은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의 대규모 회고전이 광주에서 열리고 있다. ‘백남준; 사랑은 10,000마일’이라는 이름의 이 전시는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의 기획으로 12월 1일부터 시작되어 내년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백남준의 초기 비디오아트부터 평생에 걸쳐 전자매체를 활용한 각종 실험적 복합구성 설치 형식의 미디어아트와 자유로운 발상의 드로잉 등 160여 점과 관련 아카이브 등이 폭넓게 소개되고 있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면서, 지난해 개관한 G.MAP의 미디어아트 전문기관으로서 운영방향을 분명히 하는 전시다. G.MAP은 전시를 소개하면서 “백남준(1932∼2006)은 동양과 서양, 음악과 시각예술, 새로운 과학 기술과 전통문화 등의 상이한 개념들과 매체를 한 데 융합함으로써, 현대예술의 표현 범위를 무한히 넓힌 선각자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관습과 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세상에 없던 예술’에 일생을 바친 백남준의 삶과 마주한다.”고 밝힌다. 아울러 전시제목 ‘백남준, 사랑은 10,000마일’은 1990년 작인 <네온 TV> 연작 중 한 작품의 제목에서 차용한 것이며,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전 세계, 더 나아가 우주와의 소통을 추구하던 그의 거시적인 비전과 공명한다. 이번 특별전시는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라는 제한적인 틀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 백남준을 맞닥뜨리는 것, 그리고 그가 구상하고 실현했던 인간, 기계, 자연의 공존을 기반으로 한 기술 매체 시대 속 인간성에 대해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도 덧붙였다. 전시는 ‘Green: Meditation’(1전시실), ‘Red: Passion’(2전시실), ‘Blue: Hope’(3전시실) 등 3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이 3개 섹션은 백남준의 말기인 2000년 작품 <삼원소>에서 보여준 ‘포스트 비디오’ 정신을 풀어낸 것이다. “비선형적인 레이저 빛으로 이루어진 <삼원소>는 물, 불, 흙의 이미지를 각각 삼각형, 원형, 사각형으로 상징화한 것으로, 파랑, 빨강, 초록의 삼원색으로 표현되었다. 미디어를 통해 탈경계와 소통을 추구한” 작품을 이번 전시의 구성에 응용한 것이다. 첫 번째 섹션 ‘Green: Meditation’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과학기술 등 상이한 개념들을 넘나든다. 거대한 크기의 <인디언 게이트>(1996~97)는 당시 미국에 살면서 인종차별이 만연된 미국사회를 보고 소통과 연대를 상징화시켰다. 타인 타민족과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하기를 바라면서 문 위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봉황장식을 올리고 21대의 컬러TV 모니터들에는 인디언과 동서양 문화 이미지가 재생되면서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문명을 융합하고 있다. <코끼리 문>(1994)도 비슷한 개념인데, 코끼리와 호랑이, 새, 동남아 전통춤 동작 등이 각각의 문에 서있는 장식패턴의 철재 뒤로 42대의 컬러TV모니터 영상이 재현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교역과 운송 등의 주요 역할을 담당한 코끼리를 통해 고유 전통문명과 현대를 잇는 문화의 교역과 전파의 메시지를 담아내었다. 이 섹션의 <블루 부처>(1992~96)은 컬러 네온피스로 결가부좌 부처 형상을 만들고 그 몸체 안에 4대의 TV모니터를 재현한다. 부처는 사유와 통찰의 동양문화 근간을 이루는 정신적 존재이고, 푸른빛은 불교에서 자비와 평화, 평정심의 상징이라 한다. 동양의 정신성과 전통문화가 서구 현대문화의 화려한 네온빛들과 조합되어 충돌과 대립이 아닌 조화로운 세계를 염원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인 ‘Red: Passion’은 플럭서스 시기를 비롯한 백남준의 다양한 실험적 예술활동을 사진과 판화, 인쇄물, 비디오영상 등의 아카이브들로 보여준다. 이 가운데는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TV’ 때의 아카이브도 포함되어 있다. 초기 비디오아트 발표전으로서 잘린 소머리와 풍선들로 채워진 입구를 기어들어가 13대의 TV모니터와 피아노로 구성된 전위적인 예술행위 현장에 동참하는 전시였다. 관객의 신체와 행위를 작품구성에 접목시킨 참여형 전시였고 이 개인전과 관련된 기념판화들이 1993년의 석판화와 실크스크린판화로 재현되어 있다. <드라마는 연극이 아니다>와 <스타는 배우가 아니다>는 1988년 5개의 의자 연작 중 일부다. <드라마는… >은 한국 하회탈과 아프리카 가면, 상형문자 등 토템적 요소들로 꾸며진 의자 앞에 극장 커튼장식을 한 2대의 TV모니터에서 일그러진 비디오 영상이 지글거린다. <스타는… >은 1980년대 미국 공항의 동전주입식 TV벤치인데, TV의 칼라조정 화면 같은 색깔의 의자 앞 TV모니터에 아프리카 가면이 부착되어 있다. 인스턴트 미디어문화 소비시대의 순간적이고 어지러운 시대문화를 풍자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세 번째 섹션 ‘Blue: Hope’는 백남준이 21세기를 자연과 인류가 전자 매체를 매개로 공생하는 시대가 될 것임을 예견한 ‘디지털 휴머니즘’의 공간이다. 전시실 양쪽에 높직이 걸린 1991년 작 <비디오 샹들리에 No.4>와 <비디오 샹들리에 X>은 촛불과 전자정보 전달 매체인 TV모니터들이 식물 넝쿨과 어우러진 구성이다. 자연과 문명의 융합으로 현대사회에 빛을 밝히고 심신의 안정을 선사하는 복합매체 설치다. 1960년대 형 빈티지 모니터들을 이용한 <네온TV>(1990) 연작도 재미있는 매체구성이다. 옛 TV상자에 전자 오브제와 페인팅과 문자 등이 혼재되고, 거기에 인물의 얼굴, 행성, TV 속 TV, 안경 모양 등의 네온피스로 빛을 밝히고 <22nd Century Fox> <Buttons> <Dish=Antenna> <Heaven and Earth> 등의 부제를 붙였다. <안심낙관>(1999)은 소형 TV모니터들로 문자 모양을 만들고 드로잉 판 글자와 대칭을 이룬 대형 작품이다.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뉴욕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주치의가 백남준에게 유도한 마음의 안정, 낙관적 사고를 경험한 뒤 이런 정신적 자기치유의 힘을 모티브로 한국의 우리들병원에 기증한 작품이다. 80대 모니터에는 한국의 전통 무속과 복식, 현대문화, 백남준의 치료 등이 재현되고, 반대편 벽에는 얇은 나무판의 ‘안심낙관’ 글자에 부처 좌상의 이미지를 드로잉 형태로 반복 배열해 채웠다. ‘일체유심조’라는 불가의 가르침대로 정신적 태도나 심신 상태에 따라 치유에 이를 수 있음을 전하는 메시지다. 이번 백남준 특별전은 전시작품의 다양성이나 규모뿐 아니라 그의 정신세계와 활동의 흔적을 고루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다. G.MAP의 바람대로 “백남준이 미디어와 예술을 횡단하며 실현하고자 했던 치유와 소통을 경험하고, 그가 그려온 미래, 즉, 현재와 마주하며 결국에는 한 예술가가 일생을 바쳐 꿈꿔온 세상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져봄직하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백남준 <Blue Budda>(1992~96), 네온피스, 컬러비디오모니터 4대 조합 백남준 <네온TV - Dish=Antenna>(1990), TV, 혼합매체, 60x60x25cm 백남준 <스타는 배우가 아니다>(1988), JVC모니터 2대, VHS영상, 122x1831102cm 백남준 <비디오 샹들리에 X>(1991), KTV, SonyTV, 비디오디스크플레이어, 비디오디스크 2대, 130x120cm 백남준 드로잉(2000), 종이에 크레용, 75x95.5cm (오른쪽) 백남준 <안심낙관>(1999), 컬러TV비디오 설치, 992.3x285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