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초대전 ‘낭만 소환 안내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명지 작성일24-06-08 10:10 조회1,378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양나희 <샤이닝>, 2024, 골판지 부조 위에 유채, 91×116.8cm 기획초대전 ‘낭만 소환 안내서’ 2024.5.30-6.20 / 은암미술관 ‘낭만 소환 안내서’는 광주의 마지막 연탄공장이었던 남선연탄의 폐업에서 출발한다. 1950년대 제조가 시작된 연탄은 한때 국민연료로 불리며 대한민국 가정의 아랫목과 부엌을 책임졌으나,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생활 양식의 변화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연탄은 추위를 나기 막막한 이들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수요 감소에 따른 어려움과 업체를 둘러싼 여러 문제로 연탄공장은 하나둘 떠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과거를 상징하는 물건이자 이웃 간에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가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매개체인 연탄이 지닌 맥락에 주목한다. 1부 ‘흐름과 흐름 사이’는 과거의 흔적이 소멸하고 새로운 무언가가 생성되는 두 흐름 사이 남겨진 공간을 다루는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한다.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도시는 재개발, 고층 건물 건설로 매일 달라져 어제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양나희 작가는 버려진 종이 상자를 소재로 도시 풍경 속 사라지는 장소를 기록한다. 그의 작업은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사라져 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잃어버렸는지 깨닫게 한다. 소멸하는 공간을 탐구하며 그 안에 깃든 감정과 변화의 흔적을 면밀하게 포착하는 이설 작가의 작품에는 그 공간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공간 속 사물을 잘라내는 ‘컷-아웃’ 기법은 오래되어 망각한 기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폐허에 주목하는 나효지 작가는 어떤 과정을 통해 폐허가 생성되는지, 폐허의 생성 과정과 그곳이 지닌 공간적인 힘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 <건물도감> 연작은 쓸모를 다하고 남겨진 건물이 새로운 성격을 지니는 과정을 뿌리의 생성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흐름과 흐름 사이 남겨진 공간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포착하는 세 작가의 작업은 공간에 스며든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소환한다. 2부 ‘기록으로 남은 시간’에서는 지나간 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담아낸 작품을 선보인다. 새로운 무언가를 열망하는 마음으로 진행된 도시화는 과거를 너무 쉽게 지우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과거로부터 전해진 현재에 살며, 현재는 또 하나의 과거가 되어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 탄광촌 주민의 삶을 화폭에 옮긴 황재형 화백의 회화, 1990년대 화순 갱에서 작업하던 이들과 농촌의 풍경을 뷰파인더에 담아낸 최옥수 작가의 사진, 자신의 몸을 바쳐가며 온기를 내뿜고 사그라지는 연탄에 본인의 모습을 포착한 전직 소방관 박래균 작가의 연탄 그림, 그리고 마지막 가동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남선연탄의 모습을 담은 아카이브를 통해 연탄과 밀접한 생활을 하던 이들의 모습을 엿보고, 이제는 사라진 한 시대의 풍경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도시 풍경은 매일 변화하며 어제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오래된 것을 쉽게 지우고 새로 쓰는 과정 속, 그곳에 머무른 사람들의 추억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한다. 연탄에 담긴 추억과 이를 둘러싼 시간의 흐름 속 소실되거나 남겨진 흔적을 ‘낭만’으로 규정하고 소환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시대의 사람과 풍경, 우리 일상에 곁을 내줬던 것들을 사유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 박명지 (은암미술관 학예연구원) 이설 <cut_out 4-1>, 2022, 장지에 과슈, 130×194cm 나효지 <시간 기억>, 2022, 장지에 채색, 112.1x162.2cm 황재형 <실어증>, 1989, 캔버스에 유채, 91x91cm 최옥수 <이 담배 한대의 휴식이 꿀맛이지>, 1990년대 초반, 화순청풍갱 박래균 <연탄을 나르는 사람들>, 2024, 종이에 펜, 색연필 '낭만소환 안내서' 전시 아카이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