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테크놀로지, 소통 넘어 교감으로-박상화 미디어아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영재 작성일19-02-26 11:35 조회3,50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박상화 <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Ver2.0>, 2019, 수제필름스크린 인터랙션 비디오설치 따뜻한 테크놀로지, 소통 넘어 교감으로-박상화 미디어아트 키워드는 ‘현재’ 알려졌다시피 박상화는 광주의 1세대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90년대 중반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접하며 시작된 작가의 작업 여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물질문명의 폐해와 자본주의 안에서의 인간의 욕망을 다루었던 초기의 작업 주제는 30대 초반의 날 선 청년작가가 동시대에 제기할법한 문제였다. 박상화는 점차 광의의 사회적 쟁점보다는 일상의 범주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소재의 변화가 아닌 이야기 서술의 시점을 보다 근거리로 이동한 결과이다. 체감의 영역에서 구체성과 실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채널 비디오와 비디오 조각 형식의 <이너드림 Inner Dream> 연작을 선보인 그는, 우리가 흔히 머무는 현실적 공간에 3D애니메이션 방식으로 비현실적 장치를 가함으로써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광활한 바다가 펼쳐지는 거실, 벽에 걸린 액자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발코니 창문에 떠 있는 구름과 거대하게 흩날리는 꽃잎 등 건조한 일상에 자연의 생명력을 병치시켜 일종의 환상(illusion)을 만들어냈다. 자연과 문명이 반대되는 성질의 것이 아닌 인간의 삶 안에서 함께 순환해야 함을, 어찌 보면 사람다움이 배제된 관념화된 현실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본연의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전의 추상적이고 무거운 화법인 아닌 구체적이고 경쾌한 어법으로 관람객에게 질문을 건넸다. 문명 비판에서 그 비판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해결점을 찾으려 하는 이러한 변화는 쉼과 사유라는 구체적인 인식의 틀로 더욱 가시화된다. 비정형 혹은 정형으로 파편화된 필름 스크린에 편집된 영상을 비추는 영상 설치 형식의 작품이 미디어 아트의 상호성을 이용한 인터랙티브(interactive) 영상 설치작업으로 발전하며 관람자를 적극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융합그룹 비빔밥팀의 공동작업 <숲, 숨, 쉼 그리고 집>, 두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Forest and city illusion>, 2016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무등판타지아> 시리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관람객을 작품을 보는 객체가 아닌 작품을 느끼는 주체로 치환시키기 위한 기술적 시도이다. 일종의 가공된 숲에 머무는 관람객은 작품 안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의 색과 형태를 보고, 수직으로 늘어뜨린 수십 개의 스크린과 반투명한 메시천 등을 만지며 작품의 결을 느낀다. 성과주의 사회에 지친 현대인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유의 공간을 거론하는 작가는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 골몰한다. “제 작업의 가장 큰 목적은 관람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입니다. 형식적 소통이 아닌 마치 소설처럼 마치 영화처럼 관람객이 완전히 작품 안에 몰입하면서, 그들에 의해 또 다른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너드림 아파트>, 2010, 3채널 비디오설치 / <숲, 숨, 쉼 그리고 집>, 2012광주비엔날레 출품작(비빔밥팀 공동작업) / <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 2019, 수제 메시스크린에 비디오설치 / <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 2017, 단채널 인터랙티브 비디오 설치, 수제스크린(8x4.3x3.5m), 7분 12초 더 나은 현실을 위한 환상 박상화의 작업에는 온기가 있다. 유년시절과 성장기를 각각 하의도와 목포에서 보냈던 영향도 있겠지만, 작가는 작품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사람이 머무르고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자연에 동화되어가는 인간을 꿈꾼다. 여기에서 자연은 추상적인 지향점이기보다는 내 일상과 결부된 현실의 장소이며 인식의 공간이다. 작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무등판타지아–무등도원경유람>을 비롯한 같은 시리즈의 작품 <사유의 가상정원>, <월출판타지아>등에서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이상향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박상화는 무릉도원이 상상의 장소가 아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터와 연결되는 풍경이기를 바라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추출한 목포의 달동네 풍경이라든가 무등산 주변의 가사문화권을 아우른 인터랙티브 작업, 서석대와 입석대를 비롯한 무등산의 구석구석이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단채널 비디오 작품들에서도 꾸준히 배제되지 않는 관점은 인간 삶을 위시한 현실 속 자연이다. 2월에 가졌던 작가의 작품전 <사유의 가상정원>은 그간 안정적으로 구축된 서사와 지속되는 기술적 실험이 양립하는 자리였다. 판타지아 작업의 연장선상인 <2019 무등판타지아 사유의 가상정원>은 천장에서부터 수직으로 내려오는 메시 스크린에 무등산의 사계를 투사한 작품으로 감상의 주체에게 사색의 여유를 제공한다. 열두 개로 나뉜 필름 스크린이 공중에 매달린 다른 버전의 작품에서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변화한다. 모션을 감지하는 센서에 의해 스크린별로 다채로운 서사가 나타나는데 감상자의 개입에 의해 각기 다른 계절이 화면에 겹쳐지기도 하고, 꽃이 날리는가 하면, 번개가 치며 비와 눈이 내리기도 한다. 작품 안에 들어간 관람객은 정교하게 설계된 자연의 다양한 움직임과 이야기를 체감하며 자신의 일상 한 켠을 들추기도 한다. 지역 미술계에선 전무했던 영상미술 분야의 기술적 방법론을 꾸준히 연구해 온 박상화는 작품의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테크닉에 고심한다. 모든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기술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의 과정 중에 미디어 아티스트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더불어 사고의 영역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에, 작가는 기술뿐이 아닌 다양한 장르와의 융복합 작업에도 흥미를 갖는다. 8년간 진행해온 융합그룹 <비빔밥팀>의 공동작업에서 돋보이는 인문학적 고찰과 공학 및 음악, 무용, 회화 등의 타 예술 분야와의 협업은 표현 영역뿐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의 스펙트럼를 확장시키기 위한 실험에 다름 아니다. 최근에는 종합예술로서의 공연 분야에 관심을 두고 미디어 작업의 외연 확대를 꿈꾼다. 교감을 위한 매커니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무수한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거대화된 망에서 주어지는 무차별한 정보는 의외로 우리를 수동적인 인간으로 만들어간다. 자기의 의지에 의해 인식하게 된, 즉 시간성을 전제로 한 지식이 아닌 피동형으로 획득한 정보들은 때로는 이성과 감성의 획일화를 낳는다. 기술 또한 결국에는 현실을 위한, 더 나아가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본다. 지금의 미디어 아트가 최첨단 매체로써 소통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소통이라는 행위에서 관람자에게 정해진 답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일 수도 있겠다. 박상화가 그동안 고유의 성향으로 유지해 온 서정성은 미디어아트라는 현대화된 매체 안에서 더욱 드라마틱한 효과를 발휘했다. 내용과 형식 간의 이질감을 불편해하는 의견도 있었고, 더러는 단순히 표피적인 감성과 서사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여적 더 나은 현실을 위한 ‘따뜻한 테크놀로지’에 천착하는 작가의 의지에서 앞으로의 작업에 기대를 걸게 된다. 더불어, 이 또한 난제가 되겠지만 지속되는 기술적 실험과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작품의 향수자로 하여금 궁극의 교감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고영재 (광주롯데갤러리 큐레이터, [전라도닷컴] 3월호 원고 축약) <왕후 사계를 거닐다>(창경궁 명정전), 2016, 4채널비디오 설치, 수제스크린, 5x3.6x20m <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Ver2.0>, 2019, 수제필름스크린 인터랙션 비디오설치 <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Ver2.0>, 2019, 수제필름스크린 인터랙션 비디오설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