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작품이 되다. 김종일 작품전 ‘상상 타이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문희영 작성일19-06-15 13:05 조회2,53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상상, 작품이 되다. 김종일 작품전 ‘상상 타이머’ 2019.06.12.-06.23 / 양림미술관 허상일까 상상일까, 아니면 환영 혹은 환상일까. 작품이라 명명된 모든 것들은 실재 존재를 넘어선 그 무언가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들의 유한하고도 무한한 재현은 작품이 되고 예술이라 한다. 작품으로 표현된 세상의 모든 것들, 그 출발점에는 작가가 있다. 김종일 작가의 작품 출발선도 바로 작가 자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했던 상상의 세계, 그 상상 속 이야기들은 시간의 간극을 훌쩍 뛰어 넘어 작품이 되었다. 상상은 또 하나의 작품이 되었고, 작품은 너른 상상의 세계를 끝없이 품어간다. 상상타이머, 태엽을 풀기 시작하다. 어린 시절, 잠자리에 누워 까만 방 천정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좀처럼 감기지 않는 두 눈을 깜박거리면 어느덧 몸과 마음은 공간이동을 한다. 새가 된 물고기에 올라타 하늘을 날아가고, 어깨 죽지에서 날개가 펼쳐진다. 그 뒤로 덜커덩 덜커덩 바퀴가 연결되고, 또 다른 무언가가 끝없이 합체된다. 시간도 공간도 알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이건만 즐거운 여행임은 틀림없었다. 상상인지 꿈인지 모를 그 안에서 한없이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 상상은 종착지가 없었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세발자전거를 밧줄로 묶어 연결하고, 로봇 태권브이에 열광하며 수없이 따라 그리던 로봇 모형들이 만든 로봇 세상, 덕분에 친구들에게 감상료까지 받아가며 그림을 보여준 기억, 수많은 기억들은 마음 깊숙한 곳에 사라지지 않고 잘 보관되었다. 상상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었고, 차곡차곡 쌓인 상상은 마음의 곳간을 가득 채웠다. 아홉 살부터 태엽이 감기기 시작한 ‘상상타이머’는 긴 시간을 기다리며 움직임을 준비했다. 마치 주술장치처럼 타이머는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장착한 예술을 위한 장치였다. 현실 너머로의 즐거운 일탈, ‘상상’ 공상 과학 소설가 지터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인 ‘스팀펑크’. 김종일 작가의 작품은 스팀펑크아트를 연상시킨다. 스팀펑크는 산업혁명기를 대표하는 증기기관에서 따온 ‘스팀’과 현대사회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아웃사이더를 지칭하는 ‘펑크’가 결합된 용어이다. 초기에는 장인성격이 짙은 수공예가들로부터 시작했지만 순수미술, 디자인, 영화,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명품 브랜드까지도 영향이 미쳤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이 현실 너머 상상의 세계를 넘나듬은 전형적 스팀펑크아트의 특징이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로의 무한한 일탈, 바로 작품이란 또 다른 상상의 세계가 존재하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김종일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엔 현실을 넘어선 또 다른 시공간이 일상의 틈을 벌려준다. ‘상상타이머’로 명명된 작품들은 스팀펑크아트의 이미지처럼 현실 너머 상상의 세계로 일탈을 이끈다. 그렇다면 ‘상상’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일까. 현실의 일탈을 가능케 하는, 무한히 욕심내고 탐욕을 부려도 괜찮은 모든 게 가능한 것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작가의 상상 속 세상은 스스로의 예술에 대한 열망이 더해져 작품으로 표출된다. 무한히 탐욕스러워도 괜찮은 ‘상상’이란 매개체는 작가로의 열망을 끝없이 채워갈 수 있는 자양분인 것이다. 상상과 현실의 두툼한 매듭, 그림. ‘일러스트레이터’, 김종일 작가의 또 다른 직업이다. 그의 그림은 이미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교과서에도, 학습지에도, 마트에 진열된 갖은 제품들에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 내부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자신의 그림으로 꽉 채운 공간에서 느꼈던 포만감은 생경하고도 꽉 찬 즐거움이었으리라. 일러스트는 김종일 작가의 삶과 그림의 매듭을 지속케 했다. 그가 갈망했던 상상의 세계는 일러스트라는 장치를 통해 세상 곳곳을 채워 왔다. 이번 전시 타이틀인 ‘상상타이머’는 그간 꾸준히 진행해 온 일러스트 작품들을 기반으로 하여 더욱 확장된 작품세계로 볼 수 있다. ‘상상’의 세계는 ‘현실’과는 상반되기에 작품엔 유독 대조적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물고기와 새, 음악과 미술, 시간과 공간, 낮과 밤, 해와 달, 멈춤과 움직임 등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한다. 서로 다른 이미지들은 한데 어우러지며 다름의 의미는 희미해진다. 상상이기에 모두 공존할 수 있는 것, 작가는 그 모든 것이 자연스레 어우러져가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실의 개념들은 상상이란 장치를 부착하고 유쾌하게 환기된다. 너무 심오하지 않고 말랑말랑하게 마음을 풀어헤치게 하는 것이다. 손으로 일궈낸 수만가지 이야기들. 작은 바퀴하나,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조각,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어느 하나도 같은 모양은 없다. 컴퓨터 자판 몇 번 두드리면 똑같이 찍어내주는 3D프린터도 있건만, 김종일 작가는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감당한다. 손은 단지 기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닌 그의 상상을 전달하는 도구이다. 여느 하나라도 같은 모양 없는 무수한 나무 조각들은 작업실 한 귀퉁이 가득 쌓였다. 상상 속에 떠다니는 이미지를 하나하나 그리고 크기를 가늠하여 나무를 잘라낸다. 중첩되고 연결된 나무모형들은 한데 모여 차곡차곡 이미지로 치환된다. 인물의 눈동자엔 밤하늘이 한가득 차 있고, 자유롭게 날아가는 사람의 마음 안에는 또 다른 화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느 한 구석 작가의 손길이 보듬지 않은 곳은 없다. 마음 안의 상상은 ‘손’과의 합치로 작품을 일궈낸다. 손끝에는 상상의 시간이 늘 머물러 있다. 작가는 지금도 늘상 낙서를 한다. 손을 떠나지 않는 낙서는 상상과 작품의 연결고리가 된다. 끝을 알 수 없이 흘러가는 생각들은 낙서가 되고, 그 안의 작은 이야기 하나하나 쌓이고 모여 작품이 된다. 손의 노동과 시간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환기된 작품들엔 현실을 넘어선 순수의 세계가 포착된다. 그려내고 만들어가는 노동과 사유의 즐거운 상상 작은 나무 조각들에 담긴 상상의 세계, 맘껏 탐욕스러워도 괜찮은 상상에 대한 욕심에 정성스레 작품이란 옷이 입혀졌다. 그려내고 만들어가는 가장 근원적인 예술의 방식을 담은 ‘상상’의 세계, 노동과 사유의 즐거움이 공존하는 ‘상상타이머’에는 작가의 갈망이 고스란히 담겼다. 까만 밤 천장에 끝없이 펼쳐지던 가슴 두근두근한 이야기들은 시간의 간극을 가볍게 넘어섰다. 긴 호흡으로 하나하나 상상 속 순간들을 재생해가는 것, 그리고 그 순수의 시간들을 잊지 않게 다시 상기시키는 것, 김종일 작가가 진정 상상타이머에 간직해 둔 이야기가 아닐까. - 문희영 (예술공간 집 대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