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성화가의 시절일기; 임현채 임남진 김왕주 개인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19-11-15 17:14 조회2,39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세 여성화가의 시절일기; 임현채 임남진 김왕주 개인전 삶에는 통과해야만 하는 어느 시기 어떤 지점들이 있다. 그 시기에 겪게 되는 희노애락에 따라 각자의 인생 색깔이 달라진다. 최근 소설과 영화로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1982년생 김지영>도 자신과 가족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여러 역할을 감당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의 현실과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화가라는 공통된 입장이지만 세대도 환경도 각기 다른 세 작가가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공간에서 경험하는 각자의 예술과 삶에 관한 속 이야기들을 자전적 에세이처럼 내어놓았다. 육아와 살림과 인생살이와 예술창작을 병행하면서 느끼는 삶에 대한 단상들로 임현채와 임남진, 김왕주의 그림 속 얘기들이다. 임현채 <시간>, 2019, 종이에 연필, 과슈. 193.9x130.3cm 일상의 번민과 갈증-임현채 어린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인 임현채는 아직 연차가 길지 않은 주부이자 개성 뚜렷한 작가로서 느끼는 삶의 버거움과 예술적 갈증이 화폭에 일기처럼 담겨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2019.11.01.-11.26, 광주 롯데갤러리,)라는 전시제목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일상의 속 얘기들인 셈이다. “항상 안전할 것 같은 온실 속 이면에는 평화로움과 불안이 함께 있었다. 결혼으로 인해 환경이 변화하면서 시점 또한 변화가 생겼고, 온실을 떠난 나의 작업은 지극히 현실적인 삶 안에서 보이는 작은 것을 드로잉하기 시작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 그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순간들은 시시때때 찾아온다.”는 작가의 글에서 지금의 현실에 대한 속내를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잠깐씩 틈이 나는 대로 연필을 잡은 듯한 건조대 위에 수북이 쌓인 빨래들이나 아이들의 장난감과 잡다한 일상소품들이 엉켜 쌓여 있는 눈앞 풍경으로서 <시간>연작, <빨래우산>, <행복의 무게> 등은 소소한 행복과 버거움이 수시로 교차하는 심란한 나날의 심중 그대로이다. “어떤 마음으로 무게를 견디며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야할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자문자답하며 일기를 쓰듯 자신과의 대화를 한 폭 한 폭에 담아놓은 것이다. 자기 몸집보다 엄청 큰 애드벌룬에 평온한 삶의 공간을 얹거나, 아이들 놀이용 스티커가 붙어 있는 밥상, 또는 장남감과 생활소품 잡화들을 등 위에 얹고 곡예사처럼 뒤뚱뒤뚱 균형 잡으며 걸어가는 어린 코끼리 모습을 담담하면서 세밀하게 비춰낸 <무게> 연작, 바람 빠진 풍선에 매달려 허공을 떠도는 가정집 그림 <내겐 너무 무거운>, 구름처럼 부푼 핑크빛 솜사탕을 손끝에 얹고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 <곡예사>, 바람 든 비닐봉지에 꽃 둘러진 망원경이 매달린 <보이나요>도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나날 속 자신의 현재와 정체성에 혼란스러워 하며 번민하는 속마음을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임남진 <애연>, 2019, 한지에 채색, 60x90cm 시절인연을 춘화로 풀어낸 임남진 임남진의 개인전 ‘애연_운우지정(僾然_雲雨之情)’(2019,11.08-11.18, 예술공간 집)은 옛 춘화의 오묘한 이치를 현재의 관점에서 여성성을 가미하여 재해석해낸 작품전이다. “천지만물에 대한 관찰은 남녀의 정에서 살펴보는 것보다 더 진실한 것이 없다.”는 조선 중기 이옥의 말을 새기며 “봄(春)을 지나온 마음의 형상을 춘화형식을 빌어 ‘몸에 대한 사랑과 자연의 이치’를 담아내고 싶었다.” 한다. 한지에 세필채색으로 묘사한 임남진 특유의 분위기가 배인 화폭들에는 쉬이 드러내기 곤란한 내밀한 여성성이 생멸을 거듭하는 자연으로서 산천경계 일부로 은유되어져 있다. 그동안 꾸준히 이어 온 세상풍경과 삶의 현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작업들에서 방향을 바꿔보고 싶었다는데, 이번 전시작품들은 직설과 있는 그대로의 묘사 대신 은근한 암시와 상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전시작품들 대부분은 춘화라는 주제를 쉽게 알아차릴 수는 있지만 선정적이거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감각적 그림이 아닌 남녀의 속정과 연민을 화훼도나 소경산수화처럼 달리 표현해낸 세필채색화들이다. 달빛 아래 처연히 고개 떨군 보랏빛 할미꽃들과 백발 같은 보슬보슬 꽃술들이 닫힌 듯 열린 듯 계곡 같은 틈새에서 피어난 <애연>, <애연_몽환의 숲> 등에 담긴 정취가 은근하다. 물에 젖은 한지를 화폭에 구겨 붙이고 엷은 채색으로 암시적인 효과만 낸 <애연_몽환>, 둥그런 달빛 아래 계곡이 갈라진 바위산처럼 허옇게 속살을 드러난 <연서> 그 옴팍한 틈새로부터 솜털 같은 꽃술들이 뻗어 오르고 그 뒤로 괴석들이 솟아 있는 <애연> 등은 임남진 특유의 비유와 상징이 절묘한 작품들이다. 이와 함께 마른 나무둥치에 잎새들이 추욱 쳐져 애절과 비탄이 담긴 <이별>, 옷걸이에 걸린 속옷에 쓸쓸한 고독이 배어있는 <고운 옷을 입고 갈 곳이 없구나>, 창밖 달빛만 푸르른 밤 두터운 담요를 뒤집어 덮고 누운 <푸른 밤> 등은 인간 정리에 관한 단상들이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가고 이 모든 것이 봄꽃이 피고 지듯 자연스러운 시절인연들이니 아쉬워 할 이유도 없고, 춘화를 그려보고자 한 이 때도 시절인연이라는 것이다. 김왕주 <바람 불어 좋은 날>, 2019, 패널에 아크릴릭, 6080cm 중년의 희망과 감사의 일상행복 가꾸기- 김왕주 세 작가 중 연배가 가장 높은 김왕주는 인생의 꽃중년을 지나고 있으면서 행복한 그림, 행복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전시제목도 ‘바람불어 좋은날’(2019.11.06.-11.17, 양림미술관)이다. 바람처럼 걸림 없이 자유롭게 인생도 예술도 즐기고 싶다는 바람이다. “행복의 최고 정점을 찍어서가 아닌, 삶의 여정에서 매 순간 마주하는 관계에 대한 정화(淨化)이고 주어지는 소소한 기쁨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행복 가득한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는 것이다. 꿈과 설레임 가득했던 신부였을 때의 마음을 되비춰보는 <처음>, 세상살이 중에 무시로 만나게 되는 가시 돋힌 선인장마저도 껴안은 <포옹>이나 그 선인장을 오색비단으로 두르고 행복의 창을 낸 <바람 불어 좋은 날>, 돌고 도는 인생살이 스스로 행복지수를 높이고 싶은 <인생의 회전목마>, 행복 바이러스가 꽃처럼 가득히 피어나는 <화장대>, 구름 속 헤치며 행복 가득 싣고 오토바이 여행을 즐기거나, 때론 삐에로가 되어 웃음과 해학으로 삶을 풀어내고 싶은 마음을 담은 <바람불어 좋은 날> 연작들로 그림 주변이 유쾌 발랄한 풍경을 이룬다. “작고 소소한 기쁨으로 그 반대의 것을 이길 수 있다면 나도 당신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려보여 준다. 세상살이와 예술의 길을 함께 헤쳐 나가기에는 양쪽 모두 만만치 않은 무게다. 그러나 그 힘겨운 시기도 한 때의 시절들일 터이다. 감당하고 흘려버리고 녹여내면서 스스로를 곧추세워 방향을 잃지 않고 헤쳐 나가다 보면 때론 엄습하는 고독과 그리움과 갈증, 고통과 부대낌조차도 예술과 삶의 자극제로 체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대도 환경도 서로 다른 이들 세 작가의 예술가로서 세상 살아가는 각기 다른 표정과 얘기들이 참 애틋하다. 모두가 지금 이 시절을 삶과 예술의 여정으로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임현채 <균형잡기II>, <무게>, 2019 임현채 <내겐 너무 무거운>, <곡예사>, 2019 임남진 <애연_몽환>, <애연_몽환의 숲>, 2019, 한지에 채색 임남진 <이별>, <고운 옷을 입고 갈 곳이 없구나>, 2019, 한지에 채색 김왕주 <인생의 회전목마>(2019), <포옹>(20108), 아크릴 패널에 아크릴릭 김왕주 <화장대>, 2019, 아크릴 패널에 아크릴릭, 120x105cm 3폭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