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 민중미술 특별전- ‘다면체 미로 속의 진동’ > 전시비평/리뷰

본문 바로가기

전시비평/리뷰

Home > 남도미술소식 > 전시비평/리뷰
    전시비평/리뷰

    2022 한국 민중미술 특별전- ‘다면체 미로 속의 진동’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백종옥 작성일22-07-02 09:20 조회2,003회 댓글0건

    본문

    한국민중미술전.ACC5관.220630-6.jpg
    ACC 창조원 복합5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민중미술전' 일부

     

    2022 한국 민중미술 특별전- 다면체 미로 속의 진동

    2022.6.30.~8.15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복합5

     

    다면체 미로 속의 진동은 현실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예술 활동을 펼쳤던 민중미술의 긍정적인 가치를 되돌아보고, 그러한 가치를 함유하면서도 다양한 상상력을 표출하고 있는 동시대 미술을 조명하기 위한 전시회이다. 그리고 한편으로1980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지금까지 한국 민중미술의 흐름과 현재적 의미를 정리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모색하려는 시도이다.

    1980~1990년대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민중미술은 반독재, 민주화, 통일, 노동운동, 역사적 사건(5.18) 등 주로 정치적인 주제를 서사성을 띤 리얼리즘 형식으로 표현하였다. 2000년대에는 일군의 작가들이 개념적인 성향의 포스트 민중미술을 통해 기존 민중미술의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많은 작가들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생활 공간에서 현실과 미술의 문제를 풀어 나가려고 노력했다. 특히 커뮤니티아트는 공동체의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시도했다. 이러한 양상으로 민중미술이 지녔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점차 확산되었다고 본다.

    나아가 2010년대부터는 기후 위기, 환경오염, 전염병, 전쟁, 도시 환경, 이주 노동자. 정보화, 감시사회 등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문제들에 대해 동시대 예술가들이 보다 다양한 매체와 형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 작업들은 서사적, 현실묘사적인 방식뿐 아니라 은유, 상징, 개념, 추상 등 여러 어법으로 드러난다. 이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폭넓은 사유와 상상력을 가지고 현실에 대한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시제목 다면체 미로 속의 진동은 이런 상황을 함축한다. ‘다면체 미로는 해법을 찾기 힘든 복잡다기한 현실을 비유하며, ‘진동은 그러한 현실 속에서 상상력을 펼치며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면체 미로 속의 진동]에서는 과거 민중미술이 견지했던 현실비판적인 주제의식과 연결되면서도 다양한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술의 시선으로 과거 민중미술을 다시 바라본다. 이는 민중미술을 고정된 과거의 미술사조로 판단하지 않고 새로운 해석을 통해 민중미술에서 보다 보편적인 가치를 발견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1부 아카이브전 새로운 시선에서는 민중미술, 포스트 민중미술, 공공미술(커뮤니티아트)과 관련된 활동들 중 현재의 시각과 감성으로 새롭게 재조명할 만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전시물은 원화 및 자료 사진과 영상 등으로 선보인다. 2부 동시대 작가전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작업해 온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주로 복잡다기한 현실을 반영하면서 주관적인 환상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작품들이다.

    1부 아카이브전 새로운 시선

    1부에서는 민중미술이 본격적으로 발현했던1980년대부터 포스트 민중미술, 공공미술이 활발했던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당시 중요한 활동을 보인 미술가10인의 작품을 재조명한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수용하고 있는 지금의 동시대 미술과 달리1980년대 민중미술은 그 출발점과 전개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1980년 초반까지 한국 화단은 서양의 모더니즘 미술에 근간을 둔 화풍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남북 분단 및 독재 정치로 이어지며 사회적 모순이 첨예해진1970년대부터 문학을 비롯한 여타 학문에서는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미술계도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 특히1980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등장한 민중미술은 현실 비판적이고 사회 운동적인 성격을 띠었다. 대표적으로광주자유미술인협회(1979)’, ‘현실과 발언(1979)’, ‘민족미술협의회(1985)’ 같은 미술단체들이 결성되어 소규모 또는 전국 규모의 전시를 펼치는 등 미술가들의 집단화를 통해 사회적 발언을 키우고자 했다. 1부에 참여하는 강연균, 김정헌, 민정기, 신학철, 오윤, 임옥상, 홍성담 역시 그런 발언에 힘을 더한 작가들이다.

    1980~1990년대 민중미술이 강하게 표출했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2000년대 개념적인 성향의 포스트 민중미술과 일상생활 공간에 파고든 공공미술에서 계속 이어지면서도 다른 작업방식으로 드러난다. 포스트 민중미술로 분류되는 조해준의 작품은 역사의 잔흔을 기록해 나가는 개인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낙산프로젝트(이태호)와 스페이스 빔(민운기)의 활동에서는 공공미술(커뮤니티아트)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고 예술과 삶을 잇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1부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역사와 사회의 중심에서 예술을 통한 사회적 발언과 실천이 이루어졌음을 알려 줄뿐만 아니라 예술성 면에서도 일정한 성취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현재의 시각과 감성, 즉 동시대 미술의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여전히 형식과 내용, 직설적이지 않은 은유적, 상징적인 화법 면에서 흥미로운 작품들이다. 1부 아카이브전이 기존의 민중미술, 포스트 민중미술, 공공미술을 향해 새로운 시선을 던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2부 동시대 작가전<현실과 환상 사이>

    2부에서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닌 동시대 작가 12인의 작품이 선보인다. 주로 복잡다기한 현실을 반영하면서 주관적인 환상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작품들이다.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이 작품들은 인간, 일상, 사회, 역사, 자연 등의 문제에 관해 미시적인 시각부터 거시적인 시각까지 드러낸다.

    대규모 건축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소외(박은태)와 워터파크나 행사장의 군중들이 지닌 욕망(조정태)을 다룬 회화에서 현대 사회 속의 인간 문제를 보게 된다. 일상과 사회의 문제는 노숙자들의 종이박스집 매매를 통해 집, 부동산, 거주 등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념과 욕망을 되돌아보는 프로젝트(이원호), 공원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위를 기이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문소현), 일상적으로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풍자한 유튜브 영상(류성실), 사건의 진실과 보이지 않는 권력이 드러날 듯 말 듯 하면서 표류하는 한국 사회를 은유한 설치작품(임용현)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무의식에 각인된 대중문화와 역사적인 사건들을 재구성하는 회화(노현탁), 도시의 재개발 현장에서 얻은 재료와 사진 이미지로 제작한 기념비 성격의 조형물(튜나리), 과거, 현재의 역사적인 장소 및 사회, 일상의 모습을 반추하는 사진(이세현)에서는 사회와 역사의 문제가 보다 두드러진다. 또한 인위적으로 개량되어 온 견종들과 새로운 생명체로 진화하는 플라스틱 연체동물을 표현한 조각(박상빈),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검은 비닐봉지로 만들어진 풍경 사진과 검은 비닐봉지의 초상 사진(이진경) 4대강 수변공간에 설치한 말뚝들의 영상과 그 말뚝들로 제작한 테이블(나현) 작업에는 자연과 인공, 자연과 인간 등에 대한 문제가 깔려 있다.

    - 백종옥 (미술생태연구소 소장)의 전시기획 글에서 발췌 

     

    강연균,신학철.jpg
    '한국 민중미술전' 1부 아카이브의 강연균 <장군이 초상>(1979) 신학철 <한국근대사-5>(1982)

     

    김정헌.냉장고에뭐시원한거없나.1984.캔버스에아크릴.133x195cm.서울시립소장.ACC-한국민중미술전.복합5관.220630-1.jpg
    '한국 민중미술전' 1부의 김정헌 <냉장고에 뭐 시원한거 없나>(1984)

     

    임용현.모든것이더흐릿하다.2022.알루미늄판,혼합재.900x240x114cm..ACC-한국민중미술전.복합5관.220630-1.jpg
    임용현 <모든 것이 더 흐릿하다>, 2022, 알루미늄판, 혼합재, 900x240x114cm

     

    조정태.곡예.2022.캔버스에아크릴.244x244cm..ACC-한국민중미술전.복합5관.220630-1.jpg
    조정태 <곡예>, 2022, 캔버스에 아크릴, 244x244cm

     

    이세현.경계_쌍상총,경계_오름.에피소드#터전을불태우다.경계_타겟,경계_노근리.경계_마오.2015~2020.디지털피그먼트프린트.각150x225cm.ACC-한국민중미술전.복합5관.220630-1.jpg
    이세현 <경계_쌍상총> <경계_오름> <에피소드#> <터전을 불태우다> <경계_타겟> <경계_노근리> <경계_마오>, 2015~2020, 디지털 피그먼트프린트, 각 150x225cm

     

    류성실.BJ체리장2018,04.2018.단채널영상,6'.ACC-한국민중미술전.복합5관.220630-2.jpg
    류성실 <BJ 체리장 2018.,04>, 2018, 단채널 영상

     

    이원호.부부동산.2015.2채널영상.33'49'',32'35''.ACC-한국민중미술전.복합5관.220630-4.jpg
    이원호 <부(浮)부동산>, 2015, 2채널 영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24 광주미술문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게시자와 협의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