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남도작가 4인의 예술세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2-09-18 14:05 조회1,564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박문종 초대개인전 '나는 논에서 났다' 전시 일부 개성 있는 남도작가 4인의 예술세계 김우성 박문종 박일정 정위상무/ 202.8.5~10.2 / 담양 담빛예술창고 전남 화단에서 각자 개성 넘치는 작품들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일궈가는 중견작가 4인의 최근 작업을 한 곳에서 만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담양 담빛예술창고의 지역작가초대전 ‘이상적인 찰나’에 초대된 김우성, 박문종, 박일정, 정위상무 4인의 개인전이다. 네 작가의 독특한 작품들을 개인전으로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이 전시는 8월 5일 시작 되어 오는 10월 2일까지 진행 중이다. 전시를 기획한 담빛의 이명지 큐레이터는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에 작가들의 예술적 삶이 빚어낸 이상적 표현과 그들이 살아온 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자연과 감각 구현의 현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며 “각자 주관적 인식에 따라 명명된 자연과 욕망에 관한 접촉방식과 그 결과를 선보인다”고 말한다. 거침없으면서 투박하고 흙내음 물씬 나는 작품들로 삶과 화업을 접목시켜 온 박문종은 ’나는 논에서 났다‘를 주제로 전시장을 꾸몄다. 그 특유의 자유자재한 먹놀이 흙물놀이가 회화와 설치형식으로 전시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먹과 흙물을 주재료 삼아 들판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생과 생명 있는 것들의 일상을 펼쳐놓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수 백개 모판들을 화판으로 활용한 것이 색다르다. 사람들 주 먹거리의 모종을 키우는 모판이 화업을 틔우는 모태로 연결 지어진 것이다. 전시장 입구 TV 모니터에 필묵으로 논의 기호를 하나 하나 그려나가는 모습과 물 채워진 논에 한 포기 한 포기 모를 심어가는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번 전시 이해에 기본 안내가 된다. 농번기 후에 마을을 돌며 헌 모판들을 찾아 모으고, 거기에 먹그림 그린 한지를 발라 흙반죽을 올려 볕에 천천히 말려 거두어들이는 그만의 그림농사 수확물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300개 모판들을 전시장 바닥에 논배미처럼 깔고 그 위로 크고 작은 화지 그림들이 허공에 내걸려 화업 흔적들을 펼치고 있다. 전시장 벽에도 더러는 화판이나 틀을 갖추기도 하고, 더러는 쭈글거리는 대로 길면 긴 대로 여러 그림들이 둘러져 있다. 관념도 격식도 꾸밈도 얽매이지 않는 열린 대자연 속 자유인으로서 박문종만의 그림농사 세상이다. 정위상무는 ’EBDR : 같지만 다른 것‘을 주제로 삼았다. 같은 몸, 같은 정신인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다른 몸과 정신을 느끼거나 생각하게 되는 경험들을 ’Equal But Different’라고 설정한 것이다. 그동안 계속해온 “‘기술화석’이라는 큰 주제에서 조금은 더 개인적인 주제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의 현실을 발굴하는 작업들로 이번 전시를 구성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시에 내놓은 작품들은 요 근래 담양에 들어와 작업하면서 느끼게 된 주변 상황과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보이는 풍경들의 추상적 표현이라 한다. 전시 때마다 주된 회화적 어법들에서 다른 메뉴를 선보여 온 그는 이번에는 대부분 굵고 활달한 필치와 싱싱한 원색들로 화면에 생기를 돋운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숲과 나무와 꽃들이 불분명한 형체들로 화폭에 담겨진 심상풍경들이다. 시간 따라 흐르는 삶의 기억과 감정과 육신의 생명작용들이 점차 희미해지고 퇴색되어 가면서도 그 지층은 점점 더 선명하게 퇴적을 이루어 간다는 자기성찰의 작업들이다. 치밀하고도 정겨운 묘법으로 일상의 소소한 풍속화나 과감하고도 예리한 시대풍자를 보여주기도 했던 김우성은 이번에는 ‘욕망의 재해석 [觀] : Hidden reality’에 관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욕망’은 각양각색 생명활동의 원동력이지만, 그 욕망의 이면에 얽히고 설킨 진실과 그늘들, 그렇게 꾸려지고 얼룩지고 혼돈스럽기도 한 세상사를 시대적 이슈와 접목시켜 대형 화폭에 펼쳐놓았다. 이미 완성된 작품을 내보이는 것이 아닌, 전시장에서 계속 작업을 진행시켜 나가고, 전시종료 후에는 원하는 곳이나 소장 희망자에게 작품을 넘겨준다는 과정형 전시가 흥미롭다.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장대한 대서사를 민족기록화 형식으로 그려낸 <죽창가>는 그의 바탕에 깔려 있는 역사의식의 표출이다. 나란히 걸린 대작 <팬데믹>은 첨단 문명세상의 현실적 한계와 위기를 그대로 드러내며 온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에 대한 자괴감이 담겨 있다. 세상의 구원을 외쳐 온 동서고금 갖가지 종교들과 생활신앙 주술까지도 아무런 보호벽도 구원도 되어주지 못한 극한의 대재앙 속에서 미혹한 인간존재의 실체를 되짚어본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는 <숭고>는 현실이 불안정하고 기반이 무너질수록 더 절실히 매달리게 되는 궁극적 의지처가 과연 절대구원의 희망일 수 있겠는가에 대한 회의적 반추가 담긴 성상화이다. <헬시티> 또한 풍요가 넘쳐나는 이 시대의 세상풍정을 신랄한 비판 풍자로 비춰내었고, 거친 필치로 날카로운 시대직시 눈빛이 강조된 <들불>, <신원불명> 소품들도 그의 현실주의 작업의 캐릭터들이다. 도자 작업에 회화성과 서사성을 결합해 동화 같은 설치작업을 보여주는 박일정은 ‘블루동백’ 주제전의 연장개념 전시다. 갯벌과 창공과 들녘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뭇 생명체들을 각기 다른 모습과 색채들로 빚어내어 공생공존의 세계를 정겹게 연출해 내었다. 그의 <섬-무지개마을>에는 새와 들풀과 꽃과 낙지와 참게와 짱뚱어들이 한 가족으로 어우러지고, 거기에 사람살이도 같은 생의 무대로 함께 펼쳐지고 있다. 뻘의 지배자를 다투는 두 마리 게를 흑백대비로 나란히 걸은 <투사>는 외려 귀엽기도 하다. 화판에 온갖 생물들의 초상을 칸칸이 모아놓은 <하구의 표정>은 도조와 회화를 결합한 바닷가 풍경이라 하겠다. 억지 꾸밈없이 거칠게 빚었지만 제각기 엄연한 생명존재의 모양들을 갖춘 도판들은 색칠되거나 주름진 화판에 서로서로 자리를 잡아 한 세상을 꾸리고 있다. 푸른 주조색에 동백 꽃송이들과 바다생명들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진 부조형식의 도조회화 <블루동백>도 입체설치물과 마찬가지 남도의 자연을 터전으로 순수무구 만유공생을 꿈꾸는 작가의 의식세계 표현이다. 색깔이 서로 달라 더 독자성이 돋보이는 이번 4인의 작품세계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독창적 창작활동을 펼쳐가는 주요 작가들과의 만남이다. 상호 공생관계인 문화공간과 작가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협력과 성장의 동반자로 현시대 미술을 풍성하게 꽃피워 갔으면 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박문종 초대개인전 '나는 논에서 났다' 전시 일부 정위상무 초대개인전 '같지만 다른 것' 전시 일부 정위상무 <EBDR : 아버지의 잘못된 시간>, 2022, 천에 유채, 91x73cm. 김우성 <헬시티>, 2022, 캔버스에 유채, 480x260cm 김우성 <팬데믹>, 2022, 합판에 유채, 400x240cm 박일정 <섬-무지개 마을>, 도자, 나무, 혼합재 박일정 <블루동백>, 2022, 도자, 혼합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