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산책’ - 도심에서 청정세상을 꿈꾸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2-10-01 12:32 조회1,59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Yanobe Kenji <Ship's Cat (Voyage)-함재묘(항해)>, 2022, 스테인레스, 황동, 섬유강화플라스틱, 아크릴, LED조명, 300x120x380cm, ACC 열린마당 ‘반디산책’ - 도심에서 청정세상을 꿈꾸다 2022.9.1-10.25 / ACC 일원 ‘반디산책, 지구와 화해하는 발걸음’.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올해 콘텐츠의 테마로 삼은 ‘자연 그대로’를 전당의 크고 작은 공간들에 미디어아트로 펼쳐놓는 기획이다. “인류세의 어제, 오늘, 내일을 조망하며 지구의 풍요로웠던 생태계를 기억하고, 현재의 지구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탄소중립을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져보는 야외 전시”라 한다. 광주와 한국 작가를 포함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독일 출신 16작가(팀)의 27점으로 꾸며졌다. ‘기억’하고 ‘실천’하고 ‘준비’하자는 3부로 나뉜 구성은 각각 ‘사라지는 것 지키기’, ‘즐겁게 선택한 불편함’, ‘미래 자연과 친구하기’라는 계몽적 부제들로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는 개발 우선과 풍요의 충격적인 뒷감당, 그 댓가의 정도와 위기의식을 더해가는 기후변화 이상징후들의 원인과 공동 대응책, 희망하는 앞날을 어떻게 현실화시켜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당사자들로서의 인식과 의지를 새롭게 다잡자는 기획이다. 과제 설정에 따라 전시의 구성은 시간대별로 구분되지만 어떤 하나를 통하더라도 주제의 통찰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ACC의 크고 작은 야외 공간들에 배치된 작품들을 따라 산책하다가 감상하다가 쉬다가 하다 보면 애써 구성을맞춰가며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ACC의 동서축으로 연결되는 작품들을 따라 남이든 북이든 어느 쪽부터 시작하든 상관없이, 영상작품들이 많으니 느긋하게 반디산책을 즐겨야겠지만, 전시기간이 여유 있으니 몇 차례 나눠봐도 괜찮을 것 같다. 선선한 초가을 초저녁의 전당 산책길에서 만난 몇 작품을 소개해 본다. ACC 창조원 뒤편에 있는 영상복합문화관 옥상의 ‘뷰폴리’(View Folly)에 올라 노을 속에 하나 들씩 별무리들이 내려 깔리기 시작하는 도시의 야경을 즐긴다. ‘반디산책’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8시쯤에 하늘공원으로 걸음을 옮겨 현장 행사안내소에서 잠시 대략적인 전시구성과 작품 위치들을 파악하고 산책을 시작한다. 널따란 풀밭 한가운데 홀로 앉아있는 레이 레이의 <펑크 룩>은 조명이 내장되어 밝고 귀여운 모습이 포토존 역할을 하는데, 작가의 피노키오 소재 동화 속 주인공 캐릭터가 에어조형물로 나들이 나와 있다. 그 하늘공원 앞 전당의 동편 지상부와 지하부를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와 입구 미디어큐브를 연결하는 김을지로의 <입체 프리파레트>는 식물의 자양분 되어 줄기를 타고 이동하듯, 흐드러지는 봄꽃에 실려 흩날리듯, 폭포에 휩싸여 순간이동을 하듯 환상경을 즐기게 한다. 도시의 불빛 소음과는 별개 세상인 전당 지하부로 내려가면 100여m에 이르는 소방도로 바닥의 투사영상 작품들이 색다른 공간으로 환치시킨다. 길고 비스듬한 경사로가 스크린이 된 이곳에는 이조흠의 <길다란 지구, 픽토그램 정글>, 정혜정의 <끝섬>, 찰스 림 이 용 <샌드위치>, 최지이 <마못의 날 : 풍수 토니 필의 일주일>, 디지털 세로토닌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임용현 <화석이 될 수 없어>, 카입×이슬비×이지현의 <카본클럭@ACC> 등이 연속으로 상영된다. 지구 환경생태에 관한 생각이나 메시지들 각자의 뉴미디어영상 언어로 풀어내는 이들 작품 가운데 서 있으면 나 또한 무수한 돌멩이 중 하나로 뒹굴거나 꽃 무더기와 글자들과 물속 어류들의 일부로 휩쓸리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방도로 옆 배롱나무 숲에는 얼마전 역대급 태풍에 남은 꽃들마저 대부분 털려버린 백일홍 꽃 대신 큼직한 조명내장 무궁화꽃 무리들인 최지이의 <인간의 순교>가 삶의 진정한 가치와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담은 묵언의 빛을 밝히고 있다. 이곳 가까이 데크계단 위쪽 열린 마당에는 야노베 켄지의 <함재묘>가 전당 동편 출입부를 지키고 있다. 붉은색 벽사수호 복장에 잠수헬멧 같은 보호구를 쓴 채 오염에 찌든 세상의 지킴이이자 신세계의 탐험자로 감각을 곧추세우고 있는 듯 하다. 어둠으로 적막한 창조원 앞 숲과 나비정원 쪽에서는 증강현실 가상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카입, 이슬비, 이지현 세 작가의 공동작업인 <카본 클럭@ACC>이다. 현장 안내표지에 따라 앱을 통해 10개 질문에 답을 하면 탄소 배출량이 계산되어 낯선 가상공간들과 탄소중립사회로 전환까지 남은 시간을 타임캡슐처럼 느껴보게 된다. 넓게 트인 아시아문화광장에는 이국적인 장막들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 준비된 의자나 침상에 편하게앉거나 누워 미디어월을 감상할 수 있다. 민주평화교류원 뒷벽에 설치된 거대한 멀티미디어 스크린에는 성실화랑의 <멸종위기동물>, 찰스 림 이 용 <거기 있었던 것들을 위한 외로운 콘서트>, 정혜정 <반의 반의 반 세계>, 에이에이비비 <바벨×바벨Ⅱ>, 장종완 <내가 돌아오는 날 그는 떠났다>, 디지털 세로토닌 <뉴월드?Ⅱ>, 김을지로 <고사리 걸음>, 레이 레이 <우주목화> 등이 짧은 것은 30초, 길 것은 5분 정도로 연속 상영된다. 동화형식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 아카이브, 우화 같은 연출영상, SF영상 같은 고해상 3D 프로그램을 통해 훼손되고 희생되고 변이를 일으키며 인간세의 그늘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와 동식물과 전자문명시대 갖가지 현상들을 비춰낸다. 어린이문화원 앞 나무그늘 아래에는 성실화랑의 <멸종위기 그래픽아카이브상>들이 십이지상들처럼 둘러서 있다. 사막여우, 수리부엉이, 인도들소, 통킹들창코 원숭이, 해달 등의 흉상인데, 멸종되고 사라져 가는 동물들의 영정초상처럼 제작된 강화플라스틱 조각상들이다. 그 옆 어린이문화원 입구의 층고 높은 회랑공간에는 거대하고 괴이한 생명체 모양의 이병찬 작품 <크리처>가 설치되어 있다. 일회용 비닐과 포장용 플라스틱 등으로 변이된 유기체를 만들고 에어 모터로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부풀어 올랐다 사그라지기를 반복하는 섬찟한 괴생명체 형상을 통해 현대사회와 도시가 만들어 낸 생태계의 위기상황에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마지막으로 지상부로 올라와 상상마당에 이르면 엄아롱의 <움직임의 징후>가 전당과 도심 일상에 접점을 만들어준다. 경계에 매이지 않는 새와 재개발지구에 버려진 동식물들, 폐기물들을 콘크리트 주춧돌 위 기둥에 열거하여 도시 삶의 단편들과 이주 또는 이동에 관한 사회적 성찰을 유도하고 있다. ACC는 번화가나 젊음의 거리와 연접해 있으면서도 도심 속 별개의 섬이 되고 있다. ‘반디산책’은 저녁시간이면 적막이 더해지는 이 공간에 현대사회와 자연과 예술을 융합시킨 미디어아트로 전당의 야간문화를 찾아가는 시도라고 본다. 혼잡한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몇 걸음 옮기면 청정자연의 상징인 반디를 상상하며 휴식과 자기치유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지구환경, 생태변이, 기후위기 같은 마음 편한 내용은 아니지만, 서로의 관심과 실천 의지를 모아 인류공동의 현안과제를 풀어가자는데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최지이 <인간의 순교>, 2022, 폴리카보네이트 카빙후 성형. ACC 배롱나무숲 ACC 소방도로에 연속 투사되는 미디어아트영상 작품 중 일부 ACC 대형 미디어월에 연속 상영되는 미디어아트영상 작품 중 일부 성실화랑 <멸종위기동물>, 2022, 어린이문화원 앞 나무그늘 이병찬 <크리처>, 2022, 어린이문화원 입구통로 천장 설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