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Life-연서(戀書), 임남진 개인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문희영 작성일22-11-19 14:47 조회1,58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임남진 <연서(戀書)>, 2022,_한지에 채색,_50×50cm Still Life-연서(戀書),임남진 개인전 2022.11.17-12.05 / 광주 신세계갤러리 Still Life, 삶을 그린다는 것 특별하지 않음을 특별하게 만든다.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만들고 느낄 수 없었던 것을 느끼게 한다. 일상의 삶에 내재한 특별함을 일깨워주는 것, 임남진 작가의 작품이 건네는 질문이자 선물이다. 그리기의 즐거움에 한껏 빠져든 작가의 충만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너울대듯 생기를 품은 색들이 살아났다. 작가 스스로 느낄 수 있었기에 느끼게 해주고, 깊이 들여다보았기에 보여줄 수 있는 화면을 펼쳐냈다. 비워내고 채우기를 거듭한 시간은 무한히 확장되어갈 세계의 문을 활짝 열었다. ‘Still Life’ 연작은 정체되지 않고 스스로의 틀을 벗어나고자 도전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지난 2018년 전시를 시작으로 근 5년여 시간은 변화와 체화의 과정들이라 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의 순리를 자연스레 받아들인 화폭이었기에 변화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임남진 작가를 상징하던 작품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형식을 벗어던지고 작가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다. 틀을 벗겨내니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로서 어느 곳을 향해 나아가는지 고뇌하며 시선의 층위를 넓혀갔다. 일상을 바라보고 자연을 바라보며 내면의 풍경을 시각화해나갔다. 몸과 마음이 함께 체화해나간 감각은 그대로 화면에 스며들었다. 시대를 직시하던 시선이 자연으로 확장되어가며 비우고 덜어내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했던 시간을 지나며 그림에 한껏 기운이 차올랐다. 한발 멀찍이 물러났던 시선은 다시 깊이 파고들었고, 또 물러나기를 거듭했다. 삶을 관조하는 내면의 힘을 담아가기 위한 실험과 도전의 과정들이었다. 임남진 작가는 그렇게 삶의 내면을 그려가고자 했다. 드러나지 않기에 알 수 없는 내면의 풍경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쉬이 볼 수 없기에 어려운 길이지만 고뇌의 시간을 한껏 즐기며 기꺼이 끌어안고 들춰가고자 했다. 그림을 그리며 발견해가고 충만했던 마음들은 그림 안에 촘촘히 박혔다.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삶과 화해하고 다시 대적하며 그림 안에서 일렁이는 마음과 몸짓을 오롯이 표출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작가 스스로 절망과 희열의 순간을 오가며 고군분투한 시간의 흔적이다. 모두의 삶이 그러하듯 기꺼이 끌어안은 시간이 만든 그림들이다. 서서히 차오른 심연의 색(色)과 근원의 형(形) 번잡스러움을 물리치고 고요히 떠오르는 것들을 명료하게 함축해나가니 자연스럽게 추상으로 향했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이 서서히 제 존재를 드러내듯 심연의 색(色)들이, 근원의 형(形)들이 서서히 올라왔다. 형상이 함축된 색들은 단단한 생기를 끌어낸다. 찬연한 삶의 색과 형상을 추출해가게 했다. 묵힌 시간이 메우고 채워낸 힘은 그림 안에 고요하게 스며들었다. 화려하되 요란하지 않고, 단단하고 촘촘하게 차오른 색(色)과 형(形)은 더 강렬하게 시선을 붙든다. 단조로웠던 시선의 층위도 한층 두터워졌다. 살짝 비틀고 중첩된 시선은 역동적 흐름을 만들어냈다. 적막한 하늘에 걸린 지붕의 모퉁이, 올려다본 하늘을 뚫고 튀어나오는 중첩된 지붕들은 머무르고 겹치며 다시 화면 안과 밖으로 자유로이 유영하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오묘하게 잘라낸 단면이지만 그 너머의 광활함을 포괄한다. 청아한 하늘과 세월의 켜를 삼킨 지붕, 도심의 건물들 사이 아스라한 별빛도, 엷디엷은 바스락 달도, 새도 제 모습을 모자람 없이 온전하게 자리한다. 텅 빈 하늘을 엷은 달과 작은 별이 채우고, 지붕 아래 삶의 무수한 삶의 이야기가 들어앉았다. 더 단단해진 시선의 층위와 분출하는 색채는 임남진 작가만의 조형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연서(戀書), 숱한 삶의 사연들을 담아가는 존재 연서(戀書) 연작들은 궁극의 대상으로 그간의 스틸라이프 작품들을 한데 아우른다. 숱한 삶의 사연들을 형상화하고 귀결해나가는 존재인 것이다. 들춰내지 않았던 이야기들과 일부러 숨겨둔 이야기, 끝내 꺼내지 못한 사연들 모두 꾹꾹 눌러 접은 쪽지에 담겼다. 작은 쪽지는 시간을 삭혀 연서(戀書)가 되었다. 시대의 자화상에서 삶의 자화상으로 작가의 시선이 확장되어갔듯 작은 쪽지는 삶의 연서(戀書)가 되어 저마다의 삶의 사연을 끌어안았다. 작가가 바라본 하늘과 달과 별, 그리고 일상의 흔적들 모두 포괄하며 스틸라이프 연작을 망라한다. 바라보고 들춰내고 담아가는 존재로 형상화되며 삶의 연민을 담는다. 저마다 꾹꾹 접어두고 펼쳐내지 않았던 숱한 사연들에 색들을 포개어 눌러 담아냈다. 자신의 이야기와 인연을 맺어 온 무수한 이들의 이야기, 또 그 세월을 감내한 세상의 흔적을 연서에 담으려 했다. 누군가에게 못다 한 전하지 못한 사연이자, 또 누군가에게 건네받은 마음이고 기억이며 추억이다. 숱한 사연은 다채로운 색으로 하나하나 화면에 박혔다. 소박하기도 거대하기도 한 각양각색의 쪽지들엔 묵혀진 시간과 삭혀진 이야기들이 꾹꾹 눌러 담겨졌다. 담백하고도 묵직하며, 단아하면서 또 강렬하다. 다채로워진 색의 변주는 더 많은 이야기를 품어가고 더 무한히 확장되어나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감하고 발견해나가는 미완의 여정 그림 안에서 성큼성큼 내딛는 것 같다가도 더딘 걸음도 반복되었다. 제자리걸음이 아닌 내딛는 걸음을 위해 부단한 시간을 견뎌간다. 5년여 동안 스틸라이프 연작들을 해오며 임남진 작가는 끊임없이 교감하고 발견해나가고자 했으며 자신만의 어법으로 작품세계의 확장을 이끌어가려 했다. 무수한 시간을 작품과 교감하며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하는 시간은 더 큰 세계를 바라보게 했다. 삶이라는 광활한 시선이 들어오며 차오른 화면들은 작가라는 한 개인의 사유가 아닌 삶의 사유를 시작할 수 있게 했다. 그림과 사투하고 현실과 사투한 시간은 예술로의 탐닉이라는 더 큰 세계를 불러냈다. 사투와 탐닉이 낳은 찬연한 색들이 화면에 넘실거린다. 교감했기에 발견해나갈 수 있는 것들이다. 또 그림이라는 것의 본질에 충실했다. 천천히 정직하게 쌓아 올린 그림은 시간을 축적해가며 대상의 본질을 축약해나간다. 자연의 형상과 일상에 내재한 형상들이 축약되며 새로운 조형의 단면들이 생성되고 또다시 중첩되며 서사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추상화되어갔다. 형상들이 사라진 화면에는 색과 조형이 파고들어 감각과 감정의 층위가 튀어 올랐다. 임남진 작가가 가진 본연의 색들이 되살아나고 차근차근 축적된 조형이 베였다. 내면을 그려간다는 것,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고 이미지로 표출해가는 것이다. 5년여 동안 이어온 스틸라이프 연작의 물꼬가 차올랐다. 이는 작가 스스로 가졌던 세상에 대한 연민이자 천천히 깨달아가는 자연에 대한 숭배의 감각이라 할 수 있다. 진짜는 제 모습을 쉽게 드러내 주지 않는다. 더 깊이 교감하고 발견해나가며 예술이 담을 수 있는 무한한 세계를 부단히 드러내 주기를 기대해본다. - 문희영 (예술공간 집 관장) 임남진 <연서(戀書)>, 2022, 한지에 채색 임남진 <적요>, 2022, 한지에 채색 임남진 <적요>, 2022, 한지에 채색 임남진 <적요>, 2022, 한지에 채색 임남진 <적요>, 2022, 한지에 채색 임남진 개인전 '연서' 전시장. 광주 신세계갤러리. 김영태 사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