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용 개인전 ‘이순 耳順'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문희영 작성일23-02-06 11:44 조회1,40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허달용 <창-월야관매>, 2022, 한지에 수묵 채색, 100x100cm ‘耳順_ 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 허달용 개인전 2023.2.8.-2.20 / 예술공간 집 “세상과 벽을 두고 살았던 것 같다. 몰랐다. 유리창이어서, 콘크리트 담벼락이어서 느끼지 못했다. 창문 밖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을 때는 담벼락을 끼고 있었기에 몰랐고, 안타까웠을 때는 유리창이어서 ‘다름’을 모르고 보듬을 수도 없었다. 이제 알았다. 한쪽에 금이 가고 부서지니 콘크리트 벽이 내게 있음을 알았다. 맑고 깨끗했던 유리창에 닦여지지 않은 이물이 끼고 나니 이제 조금씩 보인다. 창문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제 내 안의 콘크리트 벽과 유리창을 스스로 부숴야 할 때인 듯하다. 유리창이 있었고 콘크리트 벽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직접 만질 수 있을 때 함께 호흡하고 느낄 수 있듯, 내가 내 안의 벽을 스스로 허물어야만 빛도 온기도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 허달용의 2023년 정초 작가노트 중 화가 허달용 작가의 개인전 ‘이순(耳順) _ 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이 ‘예술공간 집’에서 2월 8일(수)부터 20(월)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 허달용으로 쉼 없이 붓과 함께 달려온 이순(耳順)의 삶을 반추하며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새로운 변화와 바람을 담았다. ‘이순(耳順)’은 귀가 순해진다는 뜻으로 나이 60세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단어이다. 공자가 논어에서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회고한 데서 비롯되었다.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이해한다는 의미로, 귀가 순해지고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임을 함축한다. 올해 이순을 맞이한 허달용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던 많은 것들에 대한 성찰과 더 나아감을 전하고자 한다. 40여 년간 작품활동과 함께 사회운동과 일도 병행해 왔지만 하루도 어김없이 작업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먹과 종이의 교감을 이어왔다. 작품을 해나가는 과정과 경험, 이를 통한 기쁨과 고통은 늘 함께해왔다. 작가는 어느 해이던가 환갑이 지나면 그 전과 이후의 삶이 달라져야겠다고 다짐한 적 있었던 때를 떠올리며 다시금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작품세계에 큰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전시의 출발점이 되었던 건, 2021년 옛 국군통합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창문을 보면서부터였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도 그려지게 된 <오월의 창>(2022)은 허달용 작가에게 특별하다. 역사의 상흔이 베인 공간에서 마주한 창문 앞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였다. 지난 2021년 봄, 빛도 잘 들지 않은 창문 안 공간은 폐허가 되었고 스산하지만, 창문 밖은 따뜻한 봄볕이 찬연했다. 안과 밖의 경계에 있는 창문은 작가 스스로의 경계와도 같이 인식되었고 시대와 세월의 먼지가 낀 창의 모습을 시각화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이처럼 ‘창’이라는 틀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세상의 다양한 풍경들이다. 때론 유리창이어서, 또 때로는 콘크리트 담벼락을 끼고 있어서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는 나이가 되고서 ‘다름’을 보듬고 이해하기 시작하는 마음을 담았다. 맑고 깨끗했던 유리창에 닦여지지 않은 이물이 끼고 나니 조금씩 인식되는 창문을 느끼며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빛과 온기를 채우고자 한 다짐이랄 수 있다. <창문 안의 삶(2022)>은 허달용 작가가 날마다 오르내리는 작업실 계단을 그린 것으로, 창문 안으로 대변되는 작가의 작업실 풍경을 새로이 인식하며 그려간 것이다. 외에도 일상에서 마주친 풍경, 제주 여행에서 보았던 풍경 등 늘 보아 온 대상으로서의 풍경이지만, ‘창’이라는 틀로 다시 새롭게 인식하는 장면으로서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창’이라는 매개체를 더 확고히 보여주고자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대작들을 위주로 준비했다. 허달용 작가는 “내가 내 안의 벽을 스스로 허물어야만 빛도 온기도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며 “이제 60이 되었다. 어떠한 일에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해도 곧 이해가 될 정도로 연륜이 쌓였다 하는데 내 삶이 그러한가 다시금 되짚어본다.”고 전시에 대한 소고를 말했다. - 문희영 (예술공간 집 관장) 허달용 <창문 밖 풍경>(왼쪽), <창문 안의 삶>(오른쪽), 2022, 한지에 수묵 채색, 각 130x200cm 허달용 <오월의 창>, 2022, 한지에 수묵 채색,_200x130cm 허달용 <창문 밖 풍경>, 2022, 한지에 수묵 채색, 73x91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