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특정 광주탐구와 세상의 접속 ; 제13회 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1-04-26 18:42 조회2,269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2021 GB커미션-옛 국군광주병원, 이불 <태양의 도시 III>(2018 남북합의로 철거된 비무장지대 철제구조물) 장소특정 광주탐구와 세상의 접속 제13회 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옛 국군광주병원, 광주문화재단 등지 진행 중 광주비엔날레가 주제전과 별도로 국내외 문화기관이나 예술현장들과의 연계망 확장을 위해 2018년부터 이어온 특별기획이 ‘GB커미션’과 ‘파빌리온 프로젝트’다. ‘GB커미션’은 광주정신과 동시대의 다양한 이슈나 담론 등과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비엔날레에서 기획하는 초대의 장이다. 이와 달리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희망하는 외국의 문화기관이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광주에서 자국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광주비엔날레의 해외협력 네트워크 확장 플랫폼이다. 13회 광주비엔날레의 동반전시인 이번 ‘GB커미션’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문화재단, 옛 국군광주병원 등 3곳에 모두 11명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8년 12회 때 ‘GB커미션’으로 설치되었거나 지난해 5‧18 40주년에 맞춰 기획된 ‘MaytoDay’의 일부작품들이 기간을 연장하거나 참여공간을 바꿔 증식된 형태로 GB커미션을 꾸미고 있다. 이 가운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5전시실에는 김성환과 호추니엔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김성환의 <머리는 머리의 부분>(2021, 싱글채널 영상)은 5·18민주화운동과 20세기 초 하와이로 이주한 구한말 조선인의 역사를 연결하면서 현시대의 분절된 숱한 순간 이미지들에 의해 형성되는 집단의식을 조명한다. 싱가포르 호추니엔의 <49번째 괘>는 지난해 가을부터 같은 공간에서 ‘MaytoDay’ 작품으로 소개되던 것을 그대로 연장시킨 것이다. 변화를 상징하면서 주역의 49번째 괘이기도 한 ‘혁’과 생명‧운명을 뜻하는 ‘명’ 두 글자를 핵심어로 삼아 5·18항쟁 등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 영화 스토리보드형태에 판소리나 랩 등 여러 버전의 노래들을 깔아 마주보는 두 화면에 반복 재생한다. 옛 국군광주병원의 을씨년스러운 폐공간들에도 지난해 설치작품이 연장 합류되거나 새로 참여한 작품으로 섞여 구성되어 있다. 시오타 치하루의 <신의 언어>는 옛 병원 빈방을 은밀한 동굴처럼 무수한 검은 실들로 엮어 채우고 그 사이사이에 성경 낱장들을 끼워 넣어 인간사회 불안정한 신념체계나 내면심리세계처럼 꾸며놓았다. 빈방들마다 의족들을 앉혀놓거나 여러 나라 인터뷰들을 모니터로 보여주는 프랑스 카데르 아티아의 <이동하는 경계들>도 연장 전시된 작품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학살과 고문, 희생 등에 따른 집단적 트라우마와 상흔을 ‘침식된 유적’같은 폐공간에 혼령처럼 불러들이고, 그와 관련된 기억들을 인터뷰 영상으로 보여준다. 임민욱의 <채의진과 천개의 지팡이>는 2014년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전과 지난해 ‘MaytoDay’ 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 지하에서 선보였던 것을 이번에는 ‘GB커미션’ 작품으로 국군병원에 설치하였다. 한국전쟁 민간인학살현장에서 기적같이 살아남은 후 평생토록 깊은 트라우마와 분노와 슬픔, 고독,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의 마음을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지팡이를 만들며 삭혔던 역사의 응어리를 크고 작은 폐공간들에 무리지어 놓았다. 이불은 2018년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의 철제구조물들을 모아 <태양의 도시Ⅲ> 조형물 한 쌍을 만들었다. 녹슬고 삭은 쇠붙이들 사이로 쉼 없이 깜빡이는 모스부호 신호빛과 LED화면에 흐르는 문구로 분단이념의 허구와 현재의 불확실성을 풍자한다. 폐건물 입구 로비에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올린 80년대 보도블럭들을 깔고 그 위에 화초화분 영상들을 올려놓은 배영환의 <임을 위한 행진곡>도 지난해 ‘MaytoDay’ 전시에서 선보인 것을 이곳에 다른 버전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이곳 옛 국군병원에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특별전 버전으로 새로 기획된 ‘MaytoDay’가 함께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GB커미션’ 작품들과 어긋나지 않는 비슷한 맥락의 기획이어서 오히려 두 전시가 서로 밀도를 높여주는데 일조하고 있다. 또한, 병원 근처 솔숲 군종교회당에 설치된 마이클 넬슨의 <거울의 울림>도 2018년 ‘GB커미션’ 작품을 현장에 그대로 보전해 온 것이다. 국군병원에 남아있는 거울들을 떼어내 옮겨다 교회 안을 채우며 매달아 폐허 속에 배어있는 아픔의 역사와 다른 나라들끼리 주고받은 기득권의 흔적들을 깨지고 일그러진 이미지로 투영시켜내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의 미디어338갤러리는 ‘GB커미션’에 초대된 타렉 아투이의 사운드아트 스튜디오로 꾸며졌다. <엘레멘탈 세트>라 이름한 이 공간은 작가가 2019년부터 광주 방문 때마다 찾았던 전통 악기와 옹기, 청자, 한지 같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음악을 접속시키기 위한 실험적 악기와 소품들로 가득하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 협업자들을 초대하여 매주 토요일마다 워크숍과 협연 형태의 실험작업들을 진행하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소리요소들을 더 실험하고 모아 내년에 완성된 형태의 결과물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갤러리에 모아진 창제작 악기들이나 변형된 소리도구들, 메이킹필름 같은 진행과정의 일부를 보여주는 영상을 관람하는 것 말고는 관람객이 직접 소리실험이나 낯선 악기들을 다뤄볼 수는 없다는 게 참여를 제한하고 있기는 하다. 사실 ‘GB커미션’은 당회 주제의 탐구와 전시연출에 집중하는 회차별 광주비엔날레 전시와는 별개의 기획전이다. 전시감독의 기획에 전적으로 맡겨지는 비엔날레 전시와 별도로 재단에서 대표의 의중에 따라 진행되는 동반전시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2018년에 발표된 것이 3년이 지나 시대상황도 비엔날레 주제도 달라진 지금에 같은 공간 같은 모습 그대로 이번 회차로 편입된 작품들은 연속성이나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감안하더라도 ‘GB커미션’의 기획의도와 성격에 의문을 갖게 하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GB커미션-ACC 창조원5관, 김성환 <머리는 머리의 부분>(2021), 싱글채널영상 중 GB커미션-ACC 창조원5관, Ho Tzu Nyen <49번째 괘>(2020), 2채널 영상 중 2021 GB커미션-옛 국군광주병원, 임민욱 <채의진과 천개의 지팡이> 일부 2021 GB커미션-옛 국군광주병원, Kader Attia <이동하는 경계들> 부분 2021 GB커미션, Chiharu Shiota <신의 언어>(2020) 2021 GB커미션-옛 국군광주병원, 배영환 <임을 위한 행진곡>(2020) 2021 GB커미션-옛 국군광주병원 교회, Mike Nelson <거울의 울림>(2018) 2021 GB커미션-광주문화재단 미디어338, 타렉 아투이 <엘레멘탈 세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