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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사적 폐공간에 불어넣은 치유 소생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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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1-04-28 14:09 조회2,1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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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회GB특별전.MaytoDay.국군병원.20210422-10.jpg
    옛 국군광주병원 폐공간에 펼쳐진 제13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MaytoDay' 전시 중 부분

     

    518 사적 폐공간에 불어넣은 치유 소생의 기운

    13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MaytoDay’

    2021.04.01-05.09 / 옛 국군광주병원

     

    옛 국군광주병원 폐공간에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MaytoDay’가 전시 중이다.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역사현장이기도 한 이 곳은 2007년 병원이 함평으로 이전해 간 뒤 14년 동안 폐쇄되어 잡풀들만 무성하고 출입문이며 유리창, 천장재 등등이 깨치고 떨어지고 어긋난 채 방치되어 있었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을 통해 그 긴 적막이 처음 깨졌었고, 세간에 노출된 뒤에도 사적지 활용방안이 결정되지 않아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 40년 전 광주 518을 현재 시점과 그 현장에서 새롭게 공명을 울리고자 하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의 특별전 제목이다. ‘MaytoDay’는 지난해 서울, 타이베이, 퀼른 등지를 비롯,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렸었다.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에 있는 2021년 광주 버전이다.

    전시기획은 오월유가족이기도 한 이선 큐레이터(이강하미술관)와 임수영(독립큐레이터)이 함께 맡았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과, 보이지만 애써 외면하려 했던 것, 말할 수 있는 것과,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침묵 사이의 연결성에 주목하면서, “518의 역사와 기억, 아픔과 치유, 폭력과 저항이 공존하는 장소이자 의료공간인 옛 국군병원이 애도나 치유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주인공이자 배경이 되기도 하며 사유의 소재가 되도록꾸몄다고 한다.

    대부분 폐공간의 현 상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런 특별한 공간조건 그대로 작품들을 배치 전시하고 있다. 질곡의 이 땅 역사와 강건한 민초들의 삶을 독자적인 민중미술 재해석 방식으로 그려온 송필용은 <땅의 역사-붉은 정화수>(1987)<땅의 역사-오월의 역사>(2016~19), 민화와 불화 등 전통회화에서 현실주의 회화형식을 탐구해낸 임남진은 <황연>(2009)<무기력>(2017)<든자리 난자리>(2019), 분단상황과 광주 오월의 상처를 추상적 함축으로 담아온 강운은 <마음산책-망자를 위한 진혼시><흔적>(2021) 등을, 서정과 서사가 녹아든 유려한 붓질과 색채로 리얼리즘 회화를 펼쳐 온 정선휘는 20여년 전의 <삶속에서-기다리는 사람들><잊혀진 풍경>(2001)을 낡은 폐공간들에서 다시 보여준다.

    이들과 세대를 달리하는 정정주는 병원의 전체 외관을 조망할 수 있는 미니어처구조물과 그 안팎을 실시간 연결하는 영상의 <국군광주병원>(2019), 이세현은 오월 관련 사진들과 병원 안팎 이미지들을 깨진 유리창 주변에 붙인 <에피소드-터전을 불태우다>(2021), 문선희는 그동안의 사진작업과는 전혀 다르게 오월 당시 이곳에서 회복중이거나 입원치료 중이었던 병사들을 대신한 데이지꽃 화분들로 대신하고 거기에 518 당시 초등생들의 기억을 지금 초등생들 목소리로 들려주는 꽃길설치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목소리>(2021), 이인성은 자아와 기억과 관계의 상징이기도 한 주황색 공들과 게임테이블과 유령 같은 실루엣으로 입체설치를 꾸민 <플레이어>(2020)<그라운드>(2021) 등을, 김설아는 그만의 독특한 회화적 어법과 함께 수많은 생명들이 수혈 수액 호스들에 목숨을 의탁하거나 사라지기도 했던 생사의 현장을 담은 <불면의 기억>(2021)을 설치해 놓았다.

    또한, 이연숙은 시간이 흐를수록 갈라지고 터서 벗겨지는 하얀 바닥칠 위에 녹슨 공구들과 폐기될 주물거푸집 등을 펼쳐 놓은 <아무도 모르는 일 0518>(2020), 최기창은 명화의 이미지가 수없이 분절되고 그 틈새로 부식과 균열이 일어나는 <피에타>(2020)와 폐기물과 먼지만이 남은 공간에 희망을 불어넣는 <레인보우 장면>(2020) 화폭들을, 박화연은 상실과 재생을 거듭하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재를 어둠 속 바람결을 담아 기억과 현재를 연결하는 <-생 연작; 애도의 확산>(2021) 영상을 들여놓았다.

    이 전시는 예전에 발표된 작품이더라도 장소와 공간을 달리해서 현장성을 높이는 새로운 접속을 선보인다는 점과, 예전에 회화나 사진이 주된 작업이던 작가들이 그와는 전혀 달리 입체나 설치로 사적 현장을 보다 깊이 있게 교감해내려 한 점 등이 부각된다. 광주의 오월이나 역사와 삶의 상처, 트라우마를 공동체의 연대로 극복하고 치유하려는 지금의 노력들이 이들 청년중견작가들의 작업으로 대변되면서 폐공간에 생명을 수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전 ‘MaytoDay’는 말 그대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전시는 59일에 끝나지만 진행형 기획인 ‘MaytoDay’2020년 코로나19로 취소된 베니스 전시를 올해 베니스건축비엔날레 기간에 이탈리아관 일부를 활용하여 다시 시도되고, 이후로도 2022년까지 아르헨티나 등을 돌며 각기 다른 버전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13회GB특별전.MaytoDay.송필용.땅의역사-붉은정화수.1987.국군병원.20210422-2.jpg
    송필용 <땅의 역사-붉은 정화수>, 1987
    13회GB특별전.MaytoDay.정선휘.삶속에서-기다리는사람들,잊혀진풍경.2001.국군병원.20210422-1.jpg
    정선휘 <삶속에서-기다리는사람들>, <잊혀진 풍경>, 2001
    13회GB특별전.MaytoDay.강운.마음산책-망자를위한진혼시.2021.국군병원.20210422-1.jpg
    강운 <마음산책-망자를 위한 진혼시>, 2021

     

    13회GB특별전.MaytoDay.임남진.든자리난자리(2019),무기력(2017).국군병원.20210422-1.jpg
    임남진 <든자리 난자리>, 2019, <무기력>, 2017
    13회GB특별전.MaytoDay.이인성.플레이어(2020),그라운드(2021).국군병원.20210422-1.jpg
    이인성 <플레이어>, 2020, <그라운드>, 2021
    13회GB특별전.MaytoDay.이세현.에피소드_터전을불태우다.2021.국군병원.20210422-1.jpg
    이세현 <에피소드; 터전을 불태우다>, 2021
    13회GB특별전.MaytoDay.문선희.묻고묻지못한이야기-목소리(데이지꽃,5.18당시초등생인터뷰들-현재초등생80여명목소리로재녹음).국군병원.20210422-1.jpg
    문선희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목소리>, 2021
    13회GB특별전.MaytoDay.김설아.불면의기억.2021.국군병원.20210422-2.jpg
    김설아 <불면의 기억>, 2021
    13회GB특별전.MaytoDay.정정주.(구)국군광주병원.2019.국군병원.20210422-1.jpg
    정정주 <(구)국군광주병원>, 2019

     

    13회GB특별전.MaytoDay.박화연.재-생 연작;애도의확산.2021.국군병원.20210422-2.jpg
    박화연 <재-생 연작; 애도의 확산>, 2021
    13회GB특별전.MaytoDay.최기창.레인보우장면.2021.국군병원.20210422-1.jpg
    최기창 <레인보우 장면.>, 2021
    13회GB특별전.MaytoDay.이연숙.아무도모르는일.2020.국군병원.20210422-4.jpg
    이연숙 <아무도 모르는 일>,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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