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현 미디어아트의 실재와 가상세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양초롱 작성일22-06-28 10:09 조회2,01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임용현 <UnCanny> 스틸컷, 2021, 싱글채널영상, 5분 임용현 미디어아트의 실재와 가상세계 (재)광주비엔날레가 진행하는 ‘작가스튜디오탐방’에서 6월의 작가로 임용현의 작품세계가 소개되고 있다. 이 탐방프로그램은 비엔날레의 지역적 기반인 광주에서 동시대 현대미술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를 매월 한명씩 작업실로 찾아가 직접 작품세계나 창작활동에 대해 얘기 듣고 공유하는 연속사업이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다중집합을 지양하여 온라인으로 대체해서 운영 중이다. 올해 네 번째 탐방인 임용현 작가와의 만남은 20분 정도의 영상으로 편집되어 (재)광주비엔날레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wsf2DJatGKs)에 올려져 있고, 미술사가 양초롱 해동문화예술촌 관장의 평문을 필자 동의를 구해 ‘광주미연’에 옮겨와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공유한다.- 편집자 주 “펠릭스 가타리가 기술은 지배와 결부되어 인간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인류와 기술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폴 비릴리오가 기술의 속도에 맞서 저항의 창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듯, 임용현은 범람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기술의 위력이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곳곳에 숨겨져 있는 위험성을 들춰낸다. 임용현의 2009년 작업들은 과거 영화 활동을 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는 중요한 전환점인 동시에 이후의 작업 주제를 설정하는 계기가 된다. <Rain (비)>(2009)는 영화 필름을 풀어 검은 비가 흐르는 것처럼 설치된 작업으로, 본격적으로 미디어에 관심을 드러낸 작품이다. 과거 자신을 상징했던 필름 매체를 해체한 이 작업은 미디어의 오용으로 오염된 영혼을 정화하기 힘들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File transfer (파일 전송)>(2009)는 폴리우레탄 폼으로 채워진 두 명의 무미건조한 두상에 꽂힌 USB의 전송방법처럼, 인간의 기억과 잠재의식을 쉽게 전송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에게 미디어는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로 양가적 기능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미디어는 전송, 시각성, 지각, 변이, 왜곡 등이 손쉽게 이루어지면서 나를 비롯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시각은 미디어를 소비하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탐구를 보여주는 애플시리즈-<Apple Consume>(2019), <Apple tree>(2012)-에서 잘 드러난다. 에덴동산의 선악과가 최초의 욕망의 대상이었듯, 인간은 미디어를 소비함으로써 연이어 발생하는 욕망의 사슬에 포섭된다. 미디어가 개인을 이끌어가며, 미디어에 표현된 자아(나)에 영향을 받는다. 미디어는 점차 실재와 실재의 재현에 관한 경계를 침식하고, 우리가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 혼란스럽고 공허한 세계를 창출하면서 우리의 삶을 미디어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한다. 그래서 임용현은 위험요소로서의 미디어, 즉 기술=전쟁이라는 대표적인 상징적 매체인 ‘무기’를 주제로 오랫동안 작업해왔다. 물리적 형상을 재현하거나 오브제를 맵핑한 <TV missile (텔레비전 미사일)>(2012), <Life on the Bomb (폭탄 위의 삶)>(2012), <Media hazard (미디어 위험)>(2013), <Shot (발사)>(2020) 등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또한 <Dancing on the sea mine (바다 기뢰에서 춤)>(2014)의 연인은 2D와 3D 버전에서 흥겨운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두 남녀의 행동과는 달리 얼굴에는 무표정한 감정을 드러내며 지뢰 위에 위태롭게 혹은 태연하게 서 있다. 이렇듯, 미디어는 미디어 이동과 확산의 다양한 유형, 속도, 성질 등을 통해 정신과 육체의 확장, 삶과 세계를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준다. 지속적인 발전형태의 기술이 공진화(co-evolution)를 이루어내면서 이 사회의 디지털 세계를 형성하지만, 임용현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대상과 불편할 정도로 반복적 행위를 냉소적으로 교차시킨다. 그의 작품, <Digital Galaxy (디지털 갤럭시)>(2019)는 마뉴엘 카스텔이 《인터넷 갤럭시》(2001)에서 맥루언의 ‘구텐베르크 은하계(Gutenberg galaxy)’를 응용해 새로 운 커뮤니케이션 세계인 ‘인터넷 은하계(internet galaxy)’에 진입했음을 분석한 것처럼, 이들의 관계성을 재-응용한다. 이 ‘인터넷 은하계’에서는 창조성, 혁신, 생산성, 불평등, 불안정성, 사회적 배제가 병존한다. 특히 임용현의 ‘디지털 만다라’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는 인터넷 은하계에서 두 세계의 대립, 병치, 공존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지나칠 정도로 반복적 인 만다라 형상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이고 모순적이며, 불안한 동시에 불편한 감정을 시각화한다. 완벽할 정도로 두 존재의 경계가 명확하게 공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발생할 수 있는 균열, 즉 고도화된 기술력에 지배되는 현실에 대한 상황, 혹은 불안과 기대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개인 디지털매체 문화를 형성하는 미디어 시대에서 이미지들은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한 유령상태로 존재하며, 지속적인 디지털 팬더믹은 결국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될 것이다. 기술적 장치가 문화와 환경을 결정짓고, 인간행위의 양상을 바꾸며, 인간이 사는 모습과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기술은 여전히 인간 경험을 형성하고 역사 발전을 이끌어가 는 근본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대면하면서 인터넷에서 ‘피크노 렙시(Picnolepsie)’에 빠질 위험성, 지각장애 현상이 기계에 의해 가시화되거나 확장되는 현상, 사회 각 분야에 퍼져나가는 파국 등을 조금이나마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양초롱(미술사가) 광주비엔날레 작가스튜디오탐방에서 인터뷰 중인 임용현 임용현 <Dead Media by Bullet>, 2014, 혼합매체+홀로그램 설치 임용현 <Delight>, 2018, 빈캔에 3D프로젝션 맵핑, 150x80cm, 3분 3초 임용현 <시지포스의 형벌>, 2020, 혼합매체 미디어 설치 임용현 <달콤한 트루먼>, 2021, 단채널 알파비디오, 혼합매체, 200x200cm, 3분 15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