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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단편들을 읽어내는 조형적 서사- 조승기 조각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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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7-11-10 15:10 조회9,8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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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어처라 할 만큼 작은 크기의 채색 인물상들로 삶의 희노애락 단편들을 사실적이면서도 풍자와 유머를 섞어 재치 있게 표현해낸 조승기의 두 번째 개인전이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광주 예술의거리 나인갤러리에서 있었다. 투명 아크릴로 구성해낸 텅 빈 건축적 구조 또는 매개적 장치들과 함께 각 작품마다의 갖가지 표정과 이미지를 담아낸 작은 인물조각상들을 곁들여 우리시대 삶의 풍경을 함축시켜내면서 필요에 따라 내장조명과 영상을 함께 결합시켜 시각적 조형효과는 물론 주제의 전달력을 높여주었다. 이 전시 카달로그에 실린 정금희 교수의 서문을 통해 조승기의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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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귀로


    조승기는 이번 설치작품에서 현대인의 삶을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 응시로 포착해 냈다. 그는 시선을 한 공간 안에 집적해 놓았다. 거대한 우주공간에서 지구별은 작고 푸른 구체가 된다. 그 바깥에서 우리는 비로소 지구를 우리의 시선 속에 잡아넣어 지그시 바라보며 관조할 수 있게 된다. 너무 커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될 때 닫혀 있던 인식의 다른 쪽 문이 활짝 열리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서사적 이야기 구조로 돼 있는 조승기의 작품은 먼저 ‘無’ 혹은 ‘비어있음’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면서 시작된다. 투명한 아크릴로 형태를 드러낸 이 빈 곳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즉 ‘사람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진리를 기반으로 설정한 듯 하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오브제를 활용하여 시대성을 드러내고 있다. 투명한 아크릴 술병 등을 사용했고, 구상 표현기법으로 제작한 작은 인물상을 적절하게 배치시켰다. 이 인체상은 흙 작업을 한 후 합성수지로 모형을 뜬, 수작업으로 재작된 것이다. 공간 안에서 크로즈업 된 인체는 작은 트기지만 사실적 묘사로 얼굴 표정에서 감정까지 읽어낼 수 있고, 몸체는 단순화 시킨 대신 다채롭게 채색, 감각적이다. 하얀 아크릴 곳곳에 빨강, 핑크, 연두빛들이 선명하다. 거대한 규모의 설치물에 비해 인물을 미약하게 표현한 것은 범우주의 무한한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미미함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그의 작품을 주제에 따라 전개해 보면 먼저 <각자의 집 Ⅱ>에서는 아크릴로 조립된 공간만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탄생 이전의 ‘無 ’의 세계가 ‘있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 있음의, 그러나 미지의 공간에서 우리는 태어나 보고 듣고 느끼면서 삶을 만들어 간다. 각기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다. 가지각색의 길을 찾아서... <출,퇴근>에서는 우리의 보편적인 삶을 다루고 있다. 인생의 목표를 향해 끝없는 도전으로 높이높이 올라간다. 그 정점에 올라선 후면 다시 내려오는 것이 인생이다. 올라가는 자와 내려가는 자의 모습이 압축된 시간의 한 공간 속에 놓여 있다. 영상 비디오 설치와 빛을 이용한 <삶-납세의 의무>는 우리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영상 화면은 평범한 일상의 삶의 모습을 전개하고 있다. 비디오 상단에는 밀폐된 공간 안에 수 백마리의 모기를 밟고 고뇌하는 한 남성상이 있다. 여기서 모기는 시민을 압박하는 혈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매우 노골적이다. 고달픈 삶의 무거운 억눌림, 그로부터 생겨난 내면의 갈등, 어두운 현실과 욕망 등에 품은 적의 때문이리라. 그 갈등과 좌절감은 <나를 갖다 팔아라>, <불협화음>, <너, 나 우리들의 부적절한>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현실에서 자주 보고 들을 수 있는 어두운 단편적 이야기이다. 절망감에서 오는 자포자기의 모습을 남성의 형상으로 나타낸 것은 힘없는 가장들의 심리를 적용한 듯하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 닫혀 있는 남성상과 높이 솟아 있는 술병 위에 있는 빨간 의상을 입은 여성의 형상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너, 나 우리들의 부적절한>에서는 4명의 남녀가 각기 다른 위치의 계단을 오르며 머리를 쳐들어 하늘을 향하고 있다. 끝없는 욕망의 화신들이다. 바벨의 탑처럼, 물질의 탑을 쌓아가면서 오르기에 매달린 삶이다. 이러한 삶의 뒤편에서 느껴지는 적막감과 절망의 심리를 담아낸 것이 <우울한 날>이다. 4명의 남성상이 독립되어 있는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공의 제한을 깨달은 자의 모습에서는 각자 걸어온 여행길에 대한 회한과 심사숙고가 어느덧 그림자처럼 스친다. 결국 <각자의 집>에서는 2m가 넘은 길다란 세 기둥 위에 울긋불긋 의상을 입은 작은 형상의 인간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기둥 하단부분에서는 빛이 비쳐진다. 이것은 우리 삶의 여정의 종지부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은 <귀가>한다.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라, 즉 ‘날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갈 때는 어느 곳으로 가는가?의 진리를 상기한다면 텅 빔, 無 , 순수함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조승기의 작품을 스토리텔링 식으로 전개해 보았는데, 물론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분명 조승기는 사회의 어두운 단편적인 이야기를 전가하여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들이 지향하고 있는 물질이나 향락에서는 끝없는 탐욕과 공허감만이 쌓여져 더욱 더 고독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를 반문하게 한다.


    - 정금희(전남대학교 교수, 미술평론가) 



    조승기는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하였다. 2006년 광주 무등갤러리의 첫 개인전에 이어 일년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그동안 [조각그룹 ‘일탈’전](98-05, 서울, 광주), [한일조각교류전](99-05, 광주, 가고시마), [전남조각회전](98-06, 광주), [한국제3조각가협회전](03-05, 서울, 광주), [동문서답](05-06, 남양주아트센터), [희망바라보기](06, 광주 무등), [에듀컬쳐 컨텐츠 창작워크숍](07, 구 전남도청), [난장, 人 , Free](07,5ㆍ18기념문화센터)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개천미술공모대상전] 조각 최우수상(02), [전남미술대전] 조각부문 대상(98), [무등미술대전] 조각부문 대상 및 특선(97-99), [광주시전] 조각부문 대상(03)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전국무등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전국조각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광주시 신안동 작업실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018-618-0187   seungk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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