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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처럼 바람처럼-정춘표 조각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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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4-15 14:14 조회9,5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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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의 꿈과 향수어린 서정적 이미지를 담은 누드상을 주로 선보여 온 조각가 정춘표의 열두번째 조각개인전이 2005년 4월 14일부터 4월 20일까지 무등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4년 10월 파리전시 때 발표했던 '코다리' 연작만으로 전시공간 전체를 채워 전시방식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데, 전시장 각 공간에 맞춰 드로잉과 유화 그림과, 북어(코다리)와 새를 결합한 알루미늄 소재 작품들을 벽면에 배치하여 부착하거나 액자 속에 담아 연출하고 있다. 지역 조각계의 일반적 유형 속에 패턴화되는 것을 스스로 탈피하여 새롭게 작품세계를 펼쳐나가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마련한 전시이다. 전시 카달로그에 붙여진 평문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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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처럼 바람처럼...

    조 인 호 (미술사가)


    한국 민속문화의 큰 줄기는 벽사기복( 邪祈福)으로 이어져 왔다. 그것은 민속신앙의 형태로 삶 속에 깊은 뿌리를 내려 왔다. 그리고 굽이굽이 오르내림도 많은 이 현세의 생을 버텨나가는, 때로는 위안과 희망과 자기치유의 이러 저런 모습과 유형들로 그 시대의 문화의 표상으로 영글어지면서 강물 같은 우리 삶을 얘기해 왔다. 그 벽사기복의 성소(聖所)에는 늘 농투사니 남정네들의 순박함과 마르고 닳도록 간절하기만 했던 여인네들의 염원이 있었다. 특히나 생의 나들목 아니면 그 중심자리에 민속조형물로 드러내지던 남정네들의 바램과 달리 여인네들의 그것은 늘 애잔하고 절절한 마음 속 기구(祈求)였었다.

    그동안 어릴 적 마음에 그려진 풍경과 고향의 향수를 여인네 형상을 빌어 그리움의 미학으로 담아오던 정춘표는 이번 전시에서 오랜 세월 여인네들의 가슴에 묻어져 오던 이 벽사기복의 맥을 찾아 액막이 사랑 꿈의 징표들로 만들어낸 작업들을 내보이고 있다.

    민화의 '까치호랑이그림'이 가족과 집안의 부적이자 희망의 상징도상이었듯이 그녀의 '코다리' 연작들은 이 시대의 여인네에게도 여전히 가장 큰 소망일 수밖에 없는 가족과 집안, 주위의 무사와 안녕복덕을 기원하는 소박하고도 근원적인 속마음을 조형화시켜내는 작업들이다. 세상 사는 중의 알고 모르는 이러 저런 아픔과 고달픔을 털어 내고 희망을 꿈꾸며 서로의 삶에 위안과 정을 돋우고자 하는 보편 정서를 그녀의 다분히 서정적이고 맑은 감성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드넓은 바다를 노닐던 명태는 생을 넘어 메마르고 거친 형해(形骸)의 북어로 남아 고사나 제사에서, 아니면 들보 아래 매달려 재마(災魔)를 물리쳐주고, 천지간 너른 세상을 오가며 자유로운 비상과 희망을 노래하는 새는 그리운 것들과 일탈의 세계를 꿈꾸는 그녀의 가슴 속 소망을 담아내면서 물과 바람을 닮은 '가족'으로 맺어지고 있다. 여인네로서 복되고 정겨운 삶과, 예술가로서 일탈의 꿈이 그녀의 현실 삶에 속 깊게 채워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200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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