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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변주 거듭하는 생명의 선묘; 송유미의 'The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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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0-10-22 22:17 조회1,0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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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변주 거듭하는 생명의 선묘

    송유미 개인전 ‘The Beginning’

     

    추상회화세계를 꾸준히 탐구해온 송유미의 여덟 번 째 개인전 ‘The beginning’이 예술공간 집에서 1020일부터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송유미는 순수 조형요소인 점··면 가운데 이번에는 에 집중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추상회화에 몰두해 왔지만 근원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한계를 느끼곤 하였다. 그 해소책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미뤄졌던 석사과정의 연구논문 제출을 과제삼아 추상화에 관한 스스로의 의문과 방향모색의 시간들을 갖고, 이와 병행하여 100일 동안 매일매일 하루 한 점씩 선묘 드로잉 연작을 계속하였다. 100일 동안 수행과도 같이 매일 하얗게 텅 빈 상태의 새 화폭을 마주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내면으로부터 꿈틀거리는 생의 기운을 선의 흐름과 호흡에 실어 공허 속에 풀어내었다.

    그는 점이 힘을 받아 운동하면 선이 된다. 선은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형태에 대한 가능성을 품게 된다. 수만 가지 형태의 가능성으로 선은 에너지를 갖는다. 하지만 면이나 덩어리의 형태를 갖는 순간 그 에너지는 순해지고 만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에너지를 품은 선이다.”라로 밝혔다. 무예의 수련과정에서 얻은 정중동, 동중정의 에너지를 액션페0인팅 형식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무브먼트 드로잉과 함께 다양한 재료와 색을 이용한 드로잉 실험작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한 증폭될 수 있는 추상작업이지만 붓을 놓는 순간을 알아야 했었다며 전시 준비과정에 SNS에 올린 작가노트에서도 작업은 어느 순간 적절하게 조화로우면서도 경향성을 잃지 않는 상태에서 멈춰야 한다. 멈춰야 하는 순간을 놓쳐서 순해져 버린 그림 위에 경향성을 품은 선을 얹었다. 변증법적인 운동 상태는 조화 속에 있지 않고 그 길에, 그 과정에 있었다. 경계에 서 있거나 불안정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그 힘든 순간에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선은 수만 년 전 천지창조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타임라인처럼 연결되고 있고 다시 미래로 물결치듯 이어진다. 때로는 잔잔하지만, 지금의 팬데믹처럼 알 수 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같은 그 선 위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유구한 역사의 선 위에 짧지만 긴 인간의 시간이 있다. 선을 통해 완벽하게 조화된 결과보다는 과정을 그리고자 한다. 때문에 작업에서 손을 떼는 순간은 완결의 순간이 아니라 가장 역동적인 순간이다.”라며 열린 화면의 표현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의미로 ‘The beginning’이라는 이번 전시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작품들은 특정 형상 없이 풀어진 색면이 중첩되기도 하고 너울거리는 안료의 물질감이나 넓게 문질러진 붓질들이 일정부분 화면을 채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 위에 여러 유형의 선묘들이 무수하게 반복되어져 있다. 그 선들의 밀집은 중심으로부터 번져나가기도 하고, 여백을 남기며 스러지거나 자라나듯 퍼져나가기도 하며, 뿌리와 줄기로 생명존재의 선의 역동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백일수행의 예에서처럼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선묘의 방식이나 화면의 구성, 화구의 선묘 맛을 달리 하고 있다. 바닥재가 캔버스이든 종이든 크고 작은 화면들은 저마다의 표정을 지니고 있고,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유무형의 생명작용들이 작가의 심상에 투영된 뒤 추상회화의 형태로 현상화된 것처럼 보여진다.

    송유미는 전남대학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조선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를 수료하였고 현재 광주예술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교원작가이다. 2013년 첫 전시 이후 2017년 두 번째부터 매년 개인전을 이어 왔는데, ‘유희의 자유’ ‘소통의 시간’ ‘감각의 기억’ ‘불로뉴 숲’ ‘그리움’ ‘감각의 기억등의 전시제목처럼 현상 너머의 내면세계 형상화에 집중해 왔다. 인류의 시원과 현재를 잇는 타임라인과도 같으면서 또한 현상과 내면을 무한 추상화면으로 풀어내는 선묘에 생명의 기운이 쉼 없이 거듭나리라 기대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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