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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적 동일시의 메타포 ‘악행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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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하성흡 작성일21-06-28 12:16 조회1,0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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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례, <그대 이제 잘가라>, 2013, 합성수지, 천. 폐목선, 167x520x800cm

     

    동시적 동일시의 메타포 악행의 평범성

    2021.06.12-08.29 / 해동문화예술촌

     

    “‘악행의 평범성’. 오랜만에 볼만한 전시회를 다녀왔다.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에서 열리는 전시다.

    악행의 평범성을 말한 한나 아렌트(1906-1975)는 독일 하노버출신의 유태인으로 순수철학을 전공하다 끔찍한 전체주의의 폭력과 홀로고스트를 겪었다. 아렌트는 그녀가 유럽사회에서 타자화 되어버린 유태인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조건을 인간에게 정치 공동체에 귀속되지 않을 때 겪어야 하는 무력감과 인간이 정치적으로 존재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는 물음을 일생을 통해 하며 인간의 사회적 관계의 본질적 탐구를 한다.

    내가 이 전시에 공감하는 것은 주제인 악행의 평범성이 우리가 겪은 518광주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에서다. 아렌트를 통한 철학적 성찰이 광주의 문제, 국가폭력이라는 518의 본질을 객관적이고 보편의 인류사적 틀에 대응하게 함으로써 지평이 확장되고 깊어지는 계기 또한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지금의 광주시가 말하는 민주인권평화는 유감이지만 관념으로써 가치적 명제이지 사고 분석의 체계는 아니다. 우리는 막장의 광부처럼 삽을 들고 더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하리라...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많은 518 관련 작품들은 몇 가지 사례를 제외하고 항쟁의 의미나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는데 중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충분히 가치 있고 또 해야 할 일이고 지속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혁명적 사건의 의미는 결국 해당 당사자의 주체의 원심력을 벗어나 객관화라는 바다로 떠나게 될 운명적인 것이다. 518이 인류사 보편이라는 바다에서 어떤 이념적 가치와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을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나 아렌트가 경험한 유럽사회의 광기의 폭력은 동시대 식민상태를 겪었고, 이후 불완전한 근대화의 이행과 지역적 차별까지 중첩된 이식된 모순을 감내한 광주의 폭력 역사적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조건만을 본다면 아렌트의 문제의식을 넘어서는 대응의 결과물을 얼마든지 만들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광기의 세계대전과 인간의 인간에 대한 대량의 인종 학살을 겪어야 했던 전후의 유럽의 지성들이 겪은 문제의식은 "이런 일이 왜 일어났으며, 또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였다. 우리도 그와 같다. 더 치열하게 그 답을 고민하지만 닫혀 있지 않는 열린 개방성을 통해 진지하게 분석 성찰하고 우리들의 인문의 지평 위에 세워나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고통의 주제에 대면하고 각각 스스로 탐색하고 외롭게 작업해 왔던 작가들의 작품에 의미의 옷을 새롭게 입혀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김광례의 구원의 메신저, 치유를 위한 영매적 기능과 독특한 한국적 사생관이 주는 메타포... 최은태의 가해하는 자와 타자화 되는 피가해자. 그러나 각각의 대상에 대해 작가가 갖는 동시적 동일시가 야기하는 분열적 혼란... 성병희의 우리는 끔찍한 비극적 세계 안에 갇혀 있으며, 거기서 아무런 희망도 꿈꿀 수 없다!는 오히려 절망적 환기가 주는 카타르시스.. 등의 전언 속에 깃든 각각의 사유를 통해 충분히 그 가능성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

    - 하성흡(화가). 페이스북 리뷰글(2021.6.28.)에서 발췌

     

    본 전시에서는 역사 속 학살의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들 간의 상관관계, 더 나아가 이들의 상황을 관람하는 우리 자신의 폭력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우리 자신의 행동 근원에 대해서는 체제의 폭력성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지만, 체제가 우리 스스로 타인의 삶과 고통에 무관심하도록 억누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유가 무능력하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이 전시에 초청된 세명의 작가(김광례, 성병희, 최은태)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행동 때문에 벌어진 상황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는 전시 현장을 관람하는 위치에 있는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스스로 사유불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히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타인의 고통과 삶에 대해 사유하고, 의거하고, 판단하지 않는 그 순간,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악이 될 가능성을 잉태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 기획자 양초롱(해동문화예술촌 관장)의 기획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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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례, <그대 이제 잘 가라>(부분), 2013, 합성수지, 천, 폐목선, <기억하고 기억하라>(부분), 2019, 사진, 합성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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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태, <광기>(부분), 2013, 구리, 체인블럭, 참나무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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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태, <광기>(부분), 2013, 구리, 체인블럭, 참나무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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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병희, 해동문화예술촌 '악행의 평범성'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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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병희, 해동문화예술촌 '악행의 평범성' 전시작품 중 부분, 캔버스에 아크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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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병희, .해동문화예술촌 '악행의 평범성' 전시작품 중

    악행의평범성.해동문화예술촌.포스터.20210612-082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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