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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현대판화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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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3-13 15:00 조회9,5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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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현대판화의 최근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시작되어 16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계속되는 이 전시는 1985년 광주현대판화가협회 창립 이래 지역 미술계에 판화의 세계를 활착시키는데 힘써온 초기 중진, 중견부터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예까지 30명의 다양한 판화기법과 현식들이 소개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통 목판화 형식보다는 베니어합판을 이용해 크기와 표현기법, 칼맛, 색채 등에서 훨씬 다양해진 목판화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역시 기본적인 테크닉에 기본을 두면서도 각자의 개성대로 시각이미지를 연출해내는 여러 유형의 판화들을 접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김익모는 특유의 <몽상적 풍경> 연작 소품을 선보이면서 주조색으로 즐겨 쓰는 청회색 바탕에 기하학적 도형과 선들과 함께 나무와 구름, 초원 같은 구상적 풍경의 이미지들을 결합시켜내었다. 박구환은 그가 긴 시간동안 공들여 천착하고 있는 자연풍경 소재의 대형 목판화를 잔 칼질들을 많이 줄이고 대신 판의 까칠한 질감 사이로 층층의 중첩효과를 두텁게 내비치는 색면들을 넓게 처리한 <so soon the spring2701> 대작을 내걸었다. 임병중의 경우도 그의 <Totemism> 연작을 전시하면서 보다 밝아지고 자유로운 선들 위주의 드로잉 같은 목판화를 보여주고 있고, 안진성은 여러 면으로 분할 제작하여 서양 고대신전의 기둥처럼 이어붙인 밝은 청보라색조의 <비밀의 정원>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우제길은 세리그라피기법으로 각이 지거나 짧은 보라와 녹색의 직선들을 무수히 배치한 <Composition>과 <Light>를, 같은 실크스크린 기법이면서 허정아는 선명한 붉은색으로 섬세하고도 부드러운 꽃잎을 확대표현한 <Flower-Poppy>를, 동판화에서도 박선주는 잉그레빙 기법의 가느다란 선들로 몽환적 분위기의 원시적 풍경과 누드를 곁들인 <휴식>을, 장원석은 부식음각에 의한 나무 나이테와 기하학적 도형을 연결하여 <Movement-in-Structure 07550>이라는 추상적인 판화를 보여준다.


    디지털 프린트 작품도 몇 점 같이 감상할 수 있는데, 송숙남은 수채화 같은 물감의 번짐과 선묘 드로잉과 사진을 복합시켜내면서도 맑고 자유로운 화면을 보여주는 <유순한 연가>를, 서정봉은 그 특유의 기계적 정교함과 사진효과를 결합한 링들의 배열로 긴 화면을 구성한 <Rule-Movement>를 출품하였다. 그 밖에도 일상 생활소품인 빨래판 위에 한지로 떠낸 정선, 목판화에 반짝이 띠를 붙여가며  동화적인 세계를 대작으로 펼쳐 보인 김혜진 등 일반 회화에서와는 다른 여러 표현형식과 기법의 판화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한편으로, 판화 제작과정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첫날부터 14일까지 매일 2시부터 전시장에서 판화제작과정을 직접 시연을 해 보이는 행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번 판화전에 붙여 윤준(광주 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판화는 여러 가지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테크닉 습득이 중요한데, 이 테크닉을 습득하고 능숙하게 사용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테크닉적인 부분에 작가들이 매몰되면서 급변하는 현대미술이 요구하는 내용적인 측면, 새로운 감수성이라는 측면을 담아내는데 소홀했고 그 결과 다른 장르와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통의 측면에서도 너무 ‘대중화’라고 하는 부분에 치중하면서 독자적인 현대미술의 장르로서의 이미지보다는 ‘저렴한 그림’이라는 잘못된 허상을 키워버렸다, 대중성을 장점으로 부각시키다가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19세기말과 20세기 초가 새로운 매체환경의 등장으로 인해 예술개념의 변혁을 가져왔듯이 21세기 초인 지금도 컴퓨터라고 하는 새로운 매체의 발달로 또 한번의 개념변화가 예상된다. 컴퓨터야말로 원본(original)이라고 하는 아우라를 완벽하게 제거해 버리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복제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판화는 현재의 환경에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판화가 자신의 고유한 특성과 장점을 이용해서 현대미술에서 요구하는 개념과 철학을 어떻게 담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대중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느냐이며 ‘판화의 위기’라는 현상도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고 조언하고 있다.    


    아무튼, 전반적인 광주미술의 흐름 자체가 과거 전통형식이나 개념, 장르 구분의 범주를 벗어나 재료, 소재, 메시지, 형식, 공간 등에서 계속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이번 광주현대판화협회전 또한 판화라 이름하는 다양한 평면 시각이미지의 세계들을 살펴 볼 수 있는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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