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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정성’의 경계와 상응, 그 ‘신비의 실체’ ; 김이오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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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허경 작성일22-07-13 09:24 조회9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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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25 <Wave Sorry>, 2022, 캔버스에 유채, 97x162.2cm

     

    불확정성의 경계와 상응, 신비의 실체 ; 김이오 개인전

     2022.07.07-07.16 / 나인갤러리


    1. 경계

    오늘날 회화의 현대성은 시대적 반영뿐 아니라 삶의 가변성이 응축된 독창성과 상상력에 기반을 둔다. 이는 작가의 미적 표현방식 즉 자신의 규범성(Normativitat)을 스스로 ‘확정’하려는 시도와 연관성을 갖는다. 

    김25는 2020년부터 내부와 외부에 속하는 이중적 경계, 즉 ‘불확정성’의 경계에서 안과 바깥 사이의 관계를 설정해 가며 ‘신비의 실체(The truth of mystery)’를 평면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김25는 “모든 순간, 모든 신비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자신과의 합일(合一)을 통해 그 실체에 접근해 간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신비의 실체’는 커다란 붓으로 수성 아크릴과 바니쉬(varnish)를 겹쳐 바르는 과정을 거쳐 ‘불확정성’의 경계 선상에서 색채들이 겹쳐지고 섞이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화면은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던 심리 기제들이 오히려 내부로 진입하여 반응하면서 신비로운 색채를 뿜어냈다.

    김25의 ‘신비의 실체’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프레임(frame)이 없다. 작가는 평면 전체를 ‘불확정성’의 텍스트로 만들어 신(scene)으로 나누어 배열하거나 프레임으로부터 분리하는 방법을 시도함으로써 그림 내부에 면면히 침투하고 관여한다. 김25의 작품처럼 프레임이 없다는 것은 자신 내부의 불확실한 이면을 드러낼 뿐 아니라 그림에 내재된 ‘불확정성’을 강화한다. 

    평론가 자크 오몽(Jacques Aumont)은 ‘프레임-오브제(cadre-objet)’, ‘프레임-한계(cadre-limite)’, ‘프레임-창문(cadre-fenêtre)’으로 구분하여 이를 규명한 바 있다. 오몽의 분류에 의하면 김25의 ‘신비의 실체’는 ‘프레임-창문’으로 해석된다. ‘프레임-창문’은 이미지와 세계를 연결해주는 ‘통로’로서 비가시적인 것, 상상적인 것, 나아가 지속적인 변화를 향해 열려있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 Derrida)의 ‘파레르곤(parergon)’ 역시 오몽이 구분한 ‘프레임-오브제(cadre-objet)’의 연장선에서 확장된 비평을 가능케 한다. 여기서 ‘파레르곤’은 ‘주변’을 의미하는 ‘파라’(para)와 ‘작품’을 뜻하는 ‘에르곤’(ergon)이 합쳐진 단어로 작품을 감싸는 프레임을 의미한다. 데리다는 회화에 대한 사유를 담은 『회화의 진리(La vérité en peinture)』(1987)에서 프레임이 작품의 내부와 외부에 모두 속하는 ‘이중적 경계’이자 또는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 형상’이라는 두 가지의 관점을 제시했다.    

    김25의 ‘신비의 실체’는 ‘프레임과 창문’ 너머 이미지와 세계 사이에 존재한다. 또한 데리다가 ‘파레르곤’에 주목한 것처럼 ‘프레임-오브제’로서 그림 안과 밖의 상호작용을 지지하는 ‘회화의 바깥’이면서 동시에 ‘회화의 일부’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른바 ‘신비의 실체’는 내적인 질서와 의미작용에 대한 분리이자 동시에 관계를 연결하는 이중적 속성 즉 ‘경계’를 의미한다. 

    2. 상응

    ‘신비의 실체’는 2022년, 자신의 내부와 외부 세계가 상응(correspond)하는 지점에 텍스트(Text)의 형상을 드러냈다. 김25는 ‘불확정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은 심연 속에 갇혀 있던 ‘신비의 실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김25는 소멸하는 물결의 흐름과 조우하는 선의 움직임을 따라 내부와 외부의 유동성이 상응하는 지점에 텍스트를 생성시켰다. 화면 안에서 유동하는 문자들은 잔잔한 물결의 흔들림으로 때로는 약동하는 색채로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율동하기 시작한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유기체인 자연의 운동 법칙을 주의 깊게 관찰한 결과 자연의 움직임으로 인해 색채는 존재하나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설명을 적용해보면 곡선에서 생성되는 문자는 선과 색채라는 두 요소를 분리하지 않고 ‘형태를 그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직선의 존재를 부정할 뿐 아니라 선과 색채로서 하나의 유동적인 움직임을 이룬다. 요컨대 김25의 작품은 선이 색채보다 먼저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오히려 선과 색이 상응하여 추상과 재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그렇다면 굽이치는 파도 위에 새롭게 창조되고 해석되는 문자(텍스트)는 무엇을 의미할까? 김25에게 19세기 문학 작품들은 자연의 모방에서 벗어나 내면의 무한함을 동경하고 구현하도록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주었다. 작가는 오랫동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 아르튀르 랭보의 『일뤼미나시옹』,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 등을 탐독해왔고 이들의 고전 문학, 시집 속에서 시각적인 문장의 체계를 발견하였다. 김25에 의해 캔버스의 유동하는 선은 대양의 무한한 공간 위에서 일시성과 영원성을 나타내는 텍스트와 상응한다. 만약, 시와 회화가 동의어라면 김25는 ‘회화의 시인’이 된다. 캔버스 화면은 “I Will have no man in my boat who is not afriad of a whale”, “Then when luck comes you are ready” 등 하늘과 바다의 경계, 격렬한 파도, 쏟아지는 물줄기와 호응하면서 은유적이거나 상징적인 문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 작가가 제시한 전시 명인 《필연적 조우 : Meet of each other》는 찰나의 순간, 세밀한 붓의 움직임으로 텍스트를 포착하여 시적 감성과 이미지의 상응을 가시화하고 있다. 바다를 유영하는 인간의 욕망, 지적 욕구, 탐구 정신, 나약함을 담은 절제된 문장들은 무의식 아래 감춰진 내면세계와 타자의 심상으로 만나 굽이치는 파도 위에 솟구쳐 오른다. 특히 <Wave Sorry>(2022) 시리즈는 선과 색채가 회화의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동시에 선의 자율성과 색채의 해방을 반영하고 있다. 작가의 창조적인 붓질과 구불구불한 곡선이 만들어낸 텍스트는 관습적인 위계질서뿐 아니라 제한된 인간 사고의 틀과 규칙들에 대항한다. 즉, ‘신비의 실체’는 자아와 세계(우주)가 연결되는 ‘불확정성’의 경계에서 상응을 통해 생성되는 미지의 메아리이다.

    2022년 김25의 시적 상상력은 회화의 의미를 고정하고 완결 짓기보다 내부와 외부의 유동성과 비-고정성, ‘불확정’을 넘나드는 행위의 결과물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미의식을 선사하며 관람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는 열린 텍스트를 제공한다. 

    - 김허경(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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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25 <Wave Sorry>(부분), 2022, 캔버스에 유채, 97x162.2cm
    김이오KIM25.Wave Sorry.2022.캔버스에유채.162.2x224cm초대전.나인갤러리.20220708.jpg
    KIM25 <Wave Sorry>, 2022, 캔버스에 유채, 62.2x22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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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25 <.Once more upon the Waters!>, 2022, 캔버스에 유채, 97x145.5cm
    김이오초대전.나인갤러리.jpg
    KIM25 개인전, 나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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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25 개인전, 나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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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25 <신비의 실체>, 2019, 캔버스에 혼합재, 164x11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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