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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견규 개인전 ‘돌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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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선옥 작성일24-03-29 10:18 조회2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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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견규 <돌아 봄>, 2023, 수묵담채, 28x27cm

     

    오견규 개인전 돌아

    2024.03.21-03.27 / 갤러리 관선재

     

    매화를 닮은 화가 목운 오견규

    (앞부분 생략) 문인화의 역사가 오래되면서 문인의 정신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소재나 기법을 사용했느냐의 여부로 문인화를 구분하기도 하나, 큰 맥락에서는 그리는 사람의 정신과 철학이 스며 있는 그림이라 할 것이다. 목운 오견규는 요즘처럼 학교에서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뒤늦게 입문한 그림을 50여 년간 묵묵히 그려온 전업작가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수필문학으로 등단한 문인으로서 늘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스스로 그림은 시라고 말하며 그림에 시적운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보기에 편안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중략)

    목운의 작품 대부분은 자신의 주변 풍경을 소대로 한 것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본 주변 풍경을 그 자신처럼 편안하게 담아내었다. 변화무쌍한 광활한 산수보다는 사람 사는 소소한 풍경이 더 자신의 성향에 맞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풍경은 내 마음에 따라 세상이 온통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살만한 곳으로 보이기도 하는 법이다. 목운의 작품에서는 우연인지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마음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난다. (중략)

    남도에서 꽃은 사실 서의 사계절 피고 진다. 특히 요즘처럼 여러 시설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해 내는 세상에서 꽃은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목운은 늘 봄꽃에 마음을 둔 듯하다. 꽃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꽃이 갖는 상징에 더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비유적으로 한 말이지만 그가 뼛속까지 추워봐야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다”(不是一番 寒徹骨 爭得梅花 撲鼻香-황벽선사)라는 시를 애송하는 그의 심경을 알 것 같다. 2013년 광주시립미술관 갤러리GMA 기획초대전에서 한말이자 전시회 제목 또한 봄꽃에 머물다’dTek.

    목운이 가장 많이 그린 꽃은 매화이다. 새봄, 아직은 추위가 온전히 가시지 않은 때 가장 먼저 봄을 알리기 위해 추위를 견디는 꽃. 그래서 예부터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매화였다. 언젠가 목운이 힘들었던 삶의 고비를 지나가는 말처럼 한 적이 있다. 삶의 고난을 극복해낸 연후에 진정한 삶의 가치를 더 잘 알 수 있었다는. (중략)

    목운은 1986년 첫 개인전 이후 10여 차례의 개인전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개최된 단체전에도 쉼 없이 출품하였다. 그 사이 그는 변화된 시대의 현실에 그림에 대한 이상을 맞추기보다는,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모색하며 조금씩 자기의 틀을 만들어 갔다. 타고난 재능만이 아니라 부지런함은 좋은 화가의 가장 큰 덕목인 듯하다. 전통 남종문인화풍으로 시작하여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며 오늘에 이른 목운의 작품은 담박함 그 자체이다. 그림은 그린 사람을 그대로 보여준다. 담묵을 써 부드럽고 정갈하게 그린 그의 그림에서는 시적 감성이 물씬 풍겨난다. 시어처럼 함축적인 그림 제목 또한 그러하다.

    글을 위해 찾아간 그의 화실 일지춘실 一枝春室은 늘 그의 그림만큼 정갈하다. 그런 화실에는 화구와 독서하는 삶을 보여주는 책들 외에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걸려있다. 줄이 없는 가야금, 무현금(無絃琴)이다. 실제 음악은 틀어놓은 재생기에서 나오는데도 공간에 울리는 소리는 마치 그곳에서 나오는 듯하였다. 시서화에 곁들인 음률은 그의 작품의 격을 유지해 주는 팽팽한 줄인 셈이다.

    목운의 그림은 그간 여러모로 변모하였다. 처음 그는 스승에게 전통적인 서화의 형식과 의미,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필법을 부단히 학습했다. 그러나 점차 자신만의 색과 조형감각을 찾아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가 자신의 화화세계를 찾아가고 확장해 가는 시기에 화단은 점차 그가 처음 그림을 배우던 때와는 달라졌다. 몇몇 대가들의 명성을 뒤로한 대 한국화의 인기는 점차 시들해졌다. 선과 색이 굵은 유화에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매체까지 가세해 수묵은 담담함이 아니라 답답한 것이라는 인식에까지 이르렀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목운은 자신의 화화세계를 더 단단히 구축해 왔다. 처음에는 배운 것을 실현하려는 것이었지만 필묵의 운용이 점차 자유로워진 중년 이후에도 그는 더 담담하고 더 비워감으로써 동양회화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그림의 격조는 눈에 보이는 것’(形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아는 그는 지금 꽃피고 물 흐르는 시간 앞에 서 있다. 예술을 학문으로 여기며 여전히 자신을 다듬어가는 그를 사람들은 선비화가라고 칭한다. 또한 모두가 외면하는 오늘날에도 꿋꿋이 전통회화의 뜻을 이어가는 목운의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목운 오견규 개인전 돌아에 맞춰 발간한 화집에서 이선옥(의재미술관장)의 평문 중 일부 발췌

     

    오견규.홍매를심다.32x30.개인전-관선재.20240325.jpg
    오견규 <홍매를 심다>, 수묵채색, 32x30cm
    오견규.꽃을쓸다가.2020년대.장지에채묵.36x78cm.개인전-관선재.20240325.jpg
    오견규 <꽃을 쓸다가>, 2020년대, 장지에 채묵, 36x78cm
    오견규.세한도.2020년대.한지에채묵.46x27cm.광주시립소장.개인전-관선재.20240325.jpg
    오견규 <세한도>, 2020년대, 한지에 채묵, 46x27cm
    오견규.자작나무숲.76x106cm.개인전-관선재.20240325.jpg
    오견규 <자작나무 숲>, 수묵채색, 76x106cm
    오견규.들길에서해찰하다.1990년대.한지에수묵.67.5x69.5cm.jpg
    오견규 <들길에서 해찰하다>, 1990년대, 한지에 수묵, 67.5x69.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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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운 오견규 개인전 '돌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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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운 오견규 개인전 '돌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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