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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송규 개인전 ‘회억 – 잇고 이어지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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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나여진 작성일24-08-23 10:41 조회4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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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송규개인전.회억-잇고이어지는오늘.1999.jpg
    정송규 개인전 '회억-잇고 이어지는 오늘' 중 1999년작

     

    정송규 개인전 회억 잇고 이어지는 오늘

    2024.08.06-08.31 / 무등현대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정송규의 회억-잇고 이어지는 오늘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본 전시는 정송규 작가의 10여 년간의 규방문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세계에 대해 재조명해보는 전시이다.

    유교적 사상이 팽배했던 조선시대의 여인들은 외출이 제한되었으며 가정에서 가사능력을 길렀다. 바깥과 분리되는 공간이었던 규방이란 조용한 공간에서 규수와 부녀자들은 가사능력을 발휘하여 다양한 공예품, 복식 뿐 아니라 주머니, 조각보와 다양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여성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던 전통이 그대로 이어져 옴은 작가의 유년시절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어린시절 작가는 명주베를 직접 짜고 물을 들여 색동저고리를 만들어 명절에 입었고, 과수원 한편에 쪽을 심어 쪽물을 들이는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베를 짜는 것부터 염색까지 모든 것들을 진두지휘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 자연히 여성들이 만들어낸 규방문화에 노출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작가는 14년간 작품의 주제로 연구해왔던 누드를 과감히 내려놓고 규방문화에 심취하여 이를 10여년 간 연구하였다. 무의식 중 침잠된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후 규방문화의 대표작인 조각보에 대하여 소재의 특성, 모양, 민화에서 표현되는 문양들을 연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모티브로 발전시켜 현대미술의 방향성을 찾게 되었다.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들을 한땀 한땀 이어 붙이듯, 작가는 다양한 모양의 색면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배치하였다. 한편으로, 조각보는 공을 들이며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을 불러오는 기원이 담긴 매개체로 여겨지기도 하였으며 가족들의 수명을 연장하는 기도를 담았다는 것에 큰 공감을 느꼈다. 마찬가지로 작가 또한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되고 나서 캔버스 안의 조각들로 만들어진 색면의 변화된 문양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모습을 기호처럼 그려 넣어 작가 본인과 여성, 어머니의 삶의 시간을 나타냈다.

    전시명 회억(回憶)’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경험으로 데려다 놓는다는 뜻을 가진다. 이때 과거는 희미해져 가는 추억과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 소환되어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 작가는 규방문화의 전통을 기초 삼아 어머니라는 인물, 여성의 삶, 폭넓게는 자연이라는 범주를 엮어 자신만의 작품으로 현대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의미는 비단 작가의 유년시절부터의 인생뿐 아니라 작가와 함께했던 어머니의 인생, 또 역사적인 의미에서 조각보를 처음 시작했던 옛 여인들의 과거까지 겹쳐져 여기 현재를 살고 있는 인류에게 이어주는 것이다. 여인들의 정서와 기도가 고스란히 담겨진 정송규만의 동시대의 규방문화를 통하여 과거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을 회억함으로써 여성과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고자 한다.

    - 나여진 (무등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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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송규 개인전 '회억-잇고 이어지는 오늘' 중 1999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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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송규 개인전 '회억-잇고 이어지는 오늘' 중 2002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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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송규 개인전 '회억-잇고 이어지는 오늘' 중 2008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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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송규 개인전 '회억-잇고 이어지는 오늘' 중 2010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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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송규 개인전 '회억-잇고 이어지는 오늘' 중 2012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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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송규 개인전 '회억-잇고 이어지는 오늘' 중 연도미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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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송규 개인전 '회억-잇고 이어지는 오늘' 전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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