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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빈 무덤, 생명의 문을 열다; 정덕용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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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 선 작성일24-12-17 10:38 조회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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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용 <하찮은 의미로 끼워 맞추며>. 2023. 혼합매체, 가변설치

     

    청춘의 빈 무덤, 생명의 문을 열다정덕용의 작품세계

     

    (앞글 생략) 작가는 어린 시절 미술을 좋아했다. 말을 잘하지 못한다고 느껴 나만의 언어를 찾고자 노력했고, 인간이 창작의 영역에서 발휘하는 감각의 능력을 높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예술가가 창작을 통해서 자신과 주위를 탐구하고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자신을 알아가고,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판단되어 예술을 업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중략) 작업의 외적 형상을 통해 어떤 명확한 큰 메시지보다는 를 통해서 세상을 비추고 싶었고 자신을 대상화하여 또 다른 사회 현상을 볼 수 있는, 그래서 현재 혹은 미래에도 그늘을 비추는 현 시대상을 작업에 담고자 했다. 작가의 시선은 늘 현재에서 또 다른 세계이자 이상향을 향해있는 것 같았다. 과거 그것이 스스로 망상적이라 생각했었고, 그 망상들은 예술적 상상력으로 작용했다. 어딘가에 떠돌았을 또 다른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 공간을 자신의 작품으로 재구상한다. 삶 속에서 작가를 둘러싼 이어지고 끊어지는 기억과 상처, 가족, 사람들과 관계들, 그것이 어떻게 작업 속에서 형상으로 구현되는가. 작가는 불온전함을 작품으로 구현하여 작가 자신의 기억과 관계를 회복하고 미래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실제가 없는 실제들을 증명하는 창작자로 사회의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과거 개인적 사연들이 특별한 것이 아닌 주위에 흔하게 누군가에게도 일어나고 혹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상처 혹은 치부들을 드러내고 타자 혹은 관객들과 공유하며 현 시대상의 문제점들과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시작하였고 최근의 작업까지 이어진다. 과거 기억의 편린들과 경험을 통해 사회적 문제와도 연결되어 확장된 시선에서 꼬집어 내는 작업을 구현하여 조금 더 자신만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전시장에 꺼내어 놓는다.

    <존재한다는 것은 불안하게도 누군가의 어깨를 바라보는 것>에 관한 작업의 발상은 받침돌이 덮개돌을 받치고 있는 고인돌의 형상에서 시작된다. 돌이 묵직하게 쌓아 올려진 것에서 안정감을 느낄 순 있으나, 각기 다른 형태로 지탱하고 있어 언제든 툭 쓰러질 것만 같은 불안정함이 공존한다. 인간은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믿음으로 결착된 기도를 한다. 현재의 어머니와 새로 만들어간 가족의 형태를 안정과 불안정이 병립된 돌들의 형태에 투영시킨다. 온전한 가족이 되기 위해 구성원은 내적 연대감을 형성하고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 나가며 결핍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새 가족이 만들어가고 있는 인간의 유대를 가시화한다. 인식하는 주체로써 대상이자 사물을 바라보는 존재로서 라는 자아를 다시금 인지하는 설치 작업들은 과거 타자의 관찰자 시점에서 나를 스스로가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연결되어 진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기록하여 나를 둘러싼 가족, 친구, 그 밖의 인연과 관계에 대한 이어짐과 끊어짐을 결국 떨쳐버리지 않고 그 끈(인연)을 연결하고 모아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중략) 필자는 작가 인터뷰에서 종교적인 상상에서 장소성(Ort, Site)을 두 가지로 정의하게 되었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하는 사건의 장소이자 감각들이 사유에 의해 모여지는 인식론적 공간이다. 본래 장소는 지극히 공간적인 곳으로 여겨지는데, 사실 장소가 장소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가지는 고유한, 동시에 가변적이기도 한 시간성에 있다. 전시장에 작품이 놓여있고, 관객은 작가의 단편적인 기억과 경험이 뒤섞인 공간에 들어설 때부터 공간을 빠져나올 때까지의 시간이 그 안에 공존한다. 비로소 우리는 사건이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사건에 장소가 부여된 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총체적인 시공간으로써 전시 공간은 작가의 사건을 담아내는 시간과 기억의 그릇이 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하나에서 떨어져 나간 형태, 그럼에도 연결된 관계 그리고 나, 나로부터 시작된 관계와 인연이 또 다른 고리가 된다.” - 정덕용 작가 노트

    작가는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을 타자적 객관화 통해 작품 구현으로 시도함으로서 현재의 태도에서 과거의 나그리고 주변 관계를 지금의 나로 다시 돌아보고자 했다. 그 상상력으로 구현된 조각들은 작가의 깊숙하게 꼬여있던 여린 상처를 어루만져 그 흔적을 희석시켜 주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시킨다. 나아가 작가에게 작업과정 설치 작품의 공간은 개인사적 기억을 치유·회복하고, 관객에게까지 어떤 지점의 재해석의 공간이 형성된다. 자신으로부터 끊어졌지만 결국 버리지 못하고 다시 연결된 관계와 인연’, ‘진실과 허상’, ‘안과 밖의 이중적인 관점에서 기념비적 유형의 덩어리 조각들로 구성된다. 작가의 이야기는 비단 개인적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로 소환되어 사회적 청춘의 자화상으로 표현되고 전시장의 일부분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로 타자들을 끌어당긴다.

    (중략) 정덕용 작가의 작품은 기억의 파편에서 온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작은 형상들의 퍼즐이자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어쩌면 아득히 먼 과거 기억으로부터 온 현재의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어떤 사람이 저 멀리 서 있으면, 그 존재가 지닌 세세한 것들은 사라지면서 존재의 전체를 인식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존재가 뿜는 인상만을 포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이야기를 다양한 대화를 건네고 있고 정덕용의 작품 제목들에서도 드러나듯이 타자 혹은 자신에게 건네는 독백 또는 제목으로 다시 한번 읊조리게 되는 특징이 있었다. 작품을 통해 명확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보다 작업의 과정 중에 고민을 창작물로 만들어 내려 하는 지점이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작가가 고민하는 지점은 세상이 변화하면서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던 것들, 잘못된 것이라는 것과 변화해야 하는 것도 인지했지만, 변화의 과도기에서 폭력을 당하고 현재에는 베풀어야 하는 동시대의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보고 그것을 담담하게 작품으로 보여주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것은 끝없는 항해의 길로 이어져 시대의 예술가이자 창작자로 더 단단하게 나아가는 힘,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향해 질문하는 힘, 그 무언의 힘들이 쌓인 작업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 이 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연구실장)아트 인 컬처(2024.12월호) 글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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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용 <연민으로 짖누르기>, 2022, 2채널 비디오, 8분3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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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용 <낯선 공기가 손끝에 자리할 때>, 2024, 혼합재료,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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