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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초대전 ; 너의 세계에 다른 우주를 여는 나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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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박건우 작성일25-03-08 11:07 조회2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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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초대전 김근태 전시공간

     

    김근태 초대전 너의 세계에 다른 우주를 여는 나의 감각

    2025.02.15-05.18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현대사회의 다원적인 흐름과 함께 타자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구분 속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인식의 오류는 인류의 다양성과 다름의 인식으로 수정되었다. 2006년에 유엔에서 채택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라는 선언문에는 장애란 정신적 · 신체적 손상 그 자체가 아니라 손상을 지닌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저해하는 기존의 모든 사회적 태도나 환경적 장벽에서 기인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한 감각이 무뎌지면 다른 감각이 더 예민해진다고 한다. 그들에게 장애는 방해물이 아닌, 작업을 위한 풍부한 주제이자, 창작 활동의 원천이 되고 있다. 장애인 예술에서 드러나는 다름은 차별이나 배제의 근거가 아니라, 장애인이 예술을 통해 사회에서 역할하게 되는 핵심적 정체성이며 또한 이는 사회의 다양성의 핵심적인 문화적 자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장애는 예술적 잠재태로써 새로운 예술관과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것이며, 또 다른 가능성의 영역이다. (중략)

    김근태 작가는 네 살 무렵 당했던 교통사고로 인해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얻었다. 이러한 신체적 장애는 이후 광주 5·18 민주화 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트라우마와 겹쳐져 그는 오랜 세월을 방황하게 된다. 감각이 손상된 몸과 정신적인 상처는 미술을 전공한 작가로서 길을 찾는 것을 매우 힘들게 하였는데, 1992년 무렵 그는 황폐화되고 공허한 광야를 헤매이다 문득 장애인들을 만나게 된다. 목포시 충무동에 속해 있는 고하도라는 섬에 수용된 17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작가는 악취와 함께 뒤틀린 몸으로 서로 엉켜 있는 이들로부터 절망과 자살충동으로 얼룩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진정한 동질감을 느꼈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보여준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으로부터 치유를 받게 된다. 이후 30여 년 동안 작가는 타자이면서 자신이기도 한 지적장애인을 일관되게 그리고 있다. 표현주의적인 드로잉이나 강렬한 색을 주조로 한 추상적 형상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부수고, 그들의 순수한 내면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타자인 장애아와 동일시된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있는 <자화상> 시리즈는 장애아들의 구상적 형태를 점차 추상화시키면서 주홍, 빨강, 짙은 코발트색, 노랑 등의 물감덩어리로 두텁게 뭉갠 뒤 그 위로 찢겨진 윤곽, 쾡한 눈, 벌린 입 등 얼굴의 부분을 거친 드로잉으로 이루어졌다. <칠득이>(2009)는 초기에 좀 더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졌던 장애아의 얼굴 표정이 아직 남아 있는 작품이다. 1993년부터 고하도 공생원에 수용된 중증 장애아들을 그리기 시작한 김근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길이가 무려 1000미터에 이르는 <들꽃처럼 별들처럼> 연작 시리즈를 완성해간다. 그가 관찰자로서 지속적으로 그려왔던 장애아들의 얼굴과 그 위에 자신의 모습을 투사한 이러한 <자화상> 연작들이 이 대작으로 스며들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5,000인 드로잉> 시리즈는 한지 위에 갈필의 거친 선으로 인간 군상이 보여주는 천태만상의 몸짓을 드로잉한 것으로 이응노의 <군상>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고하도에서 만났던 수많은 중증 지적·지체 장애아들의 뒤틀린 모습과 그가 직접 겪고 있는 장애와 5.18 항쟁으로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가 겹쳐져 몸부림 치고 있는 듯한 형상들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왜곡되고 고통스러워 보이는 불편한 몸짓들은 수많은 군상을 이루면서 점차 문자처럼 추상화되어 자유와 환희의 세계를 향한 인간 본연의 보편적인 몸동작으로 변화하고 있다.

    1993년 무렵부터 장애아들을 그려왔던 김근태는 2012년 그 해 7월부터 100호 캔버스 77개를 이어 붙여 길이가 100m에 이르는 <사계> 연작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비발디의 4계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은 3년 만에 완성이 되었고 캔버스를 악보로, 대상을 음표로 그들의 소리를 담아낸 대작이다. 2015년 세계장애인의 날 미국 뉴욕에 있는 UN본부 갤러리에서 초대되었던 작품이다. ‘가을 시리즈는 붉은색과 주황색, 노란색을 주요색으로 사용한다. 가로로 긴 캔버스 속에 여러 명의 지적 장애인들을 연이어 배치하는 구도를 즐겨 썼으며, 추상적인 얼굴과 형상들 내부에는 색조의 차이로 인해 두려움과 우울함, 희망과 밝음 등의 상반되는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겨울 시리즈에서는 주로 밝은 파란색으로 배경을, 노란색으로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따뜻함을 나타내는 노란색을 사용하여 다가올 봄에 대한 희망찬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겨울은 불편한 몸이라는 물리적인 장벽 앞에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꿈을 간직한 아이들과 같은 계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박건우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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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초대전 김근태 전시공간
    7. 김근태, 들꽃처럼 별들처럼 - 여름, 겨울 시리즈, Oil on canvas, 160.2x130.3cm, 2015, 전남도립미술관 소장.jpeg
    김근태 <들꽃처럼 별들처럼 - 여름, 겨울 시리즈>, 2015, 캔버스에 유채, 각 160.2x130.3cm
    5. 김근태, 들꽃처럼 별들처럼 - 가을시리즈, Oil on canvas, 160.2x130.3cm, 2015, 전남도립미술관 소장.jpeg
    김근태 <들꽃처럼 별들처럼 - 가을시리즈>, 2015, 캔버스에 유채, 160.2x130.3cm
    9. 김근태, Into the sunlight Series, Oil on canvas, 160.2x130.3cm, 2015.jpeg
    김근태 <Into the sunlight Series>, 2015, 캔버스에 유채, 160.2x130.3cm
    4. 김근태, 5000인 드로잉 시리즈, 한지에 물감 29.7x21cm, 2022.jpeg
    김근태 <5000인 드로잉 시리즈>, 2022, 한지에 물감, 각 29.7x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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