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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분열 다중인격의 이 시대 초상; 김성결의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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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5-03-24 14:00 조회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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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결 <Ego>, <Love>, 2024, 캔버스에 유채, 각 116.8x91.1cm /

     

    자아분열 다중인격의 이 시대 초상; 김성결의 인물들

    2025.03.21-04.05 / 여수 갤러리 카멜리아

     

    전남문화재단의 제1기 원스톱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결과전으로 파동: 울림의 시작전시가 여수세계박람회장 국제관 C동에 자리한 갤러리 카멜리아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6개월여 진행된 1기 레지던시에는 김성결을 비롯해 구파수륜호이, 정민정이 함께 참여하였다. 3인의 결과전시 중 김성결 작품에 대한 평문을 여기에 옮겨왔다. - 편집자주

    김성결은 인물을 주로 그린다. 그것도 특정 동작의 전신이 아닌 내면 심리를 담은 표정으로서 얼굴이 대부분이다. 바라다보이는 바깥 풍경이나 일정한 서사를 가진 여러 소재들의 구성보다는 자기 안으로부터 떠오르거나 생각이 미치는 심상으로서 인간초상을 그린다. 그것은 그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현대인으로 표상되는 동시대 인간상이거나, 무시로 스치고 포착된 주변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대개는 온전한 상이기보다는 일그러지고 뭉개지고 겹쳐지고 짖이겨지거나, 그와는 반대되게 화려하고 정교한 패턴들로 화폭이 채워지는가 하면, 때로는 두 개의 상반된 상이 결합되어 묘한 초상을 이룬다.

    언뜻, 번뇌와 상심이 깊은 일그러진 자화상인가 싶으면서 불안정한 현대인의 초상으로 연결된다. 분열된 자아, 다중인격, 불안,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멀끔하지만 혼돈스런 치장들로 꾸민 신사연작도 그렇고, 화려하지만 허기진 가면주제 작업들도 모두가 이 시대 인간상들의 반추 또는 풍자인 셈이다. 세상살이 중에 수시로 발견하게 되는 자기모순과 허상에 흔들리는 인간군상의 개개 실체들이기도 하고, 욕망하는 의지와 자아도취로 본래 실상을 잃고 있는 우리 자신의 공허한 표정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어느 순간 얼굴그림 위로 굵은 붓질로 뭉개버리거나 훑고 흘리고 휘두르는 가학성 폭력적 행위도 그런 흔들리는 자아에 대한 자존적 저항과 일탈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온전하기가 점점 더 쉽지 않아지는 세상이다. 동시다발로 쏟아지는 사건 사고와 이런저런 소식들, 혹할 꺼리도, 하고 싶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심신을 다치기도 하고, 전혀 낯선 문명의 산물들이 거듭되는 세상에서 중심 잡고 생각의 가닥을 잘 추슬러 가기란 도를 닦는 정도의 내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 혼돈 속에서 김성결은 자기 내면에서나 현대인의 일상 욕망의 들끓음을 본다. 자의식이 강한 그인지라 무던하게 흘러가는 삶보다는 시시때때로 마음에 이는 뭉클한 욕구를 느끼곤 한다. 물론 인연 따라 가정을 이루게 된 뒤로는 알게 모르게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신세계를 개척하는 창작이 업인 그로서는 청년기의 강렬한 창작욕구를 일상의 안온함에 반감시키고 싶지는 않아 한다.

    김성결의 작업은 얼핏 자기세계에 함몰되어 있을 듯한 그림들이다. 그러나 실제는 일상 삶의 방편인 카페 한켠에 작업공간을 두고 있어 작품 제작 과정이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칸막이를 두었으되 굳이 밀폐시키지 않아 너른 창으로 이쪽저쪽 넘어다 보이게 되어 있다. 집중이 어려운 창작환경이지만 생업과 작업을 동시에 유지하는 그 나름의 대처방식이다. 몰입이 필요한 작업 스타일이지만 오히려 이런 조건이 스스로를 객관화시켜보는 창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다행히 최근 지원받고 있는 여수엑스포 시설 내 레지던시 공간에 있을 때만큼은 완전한 몰입의 시간을 갖는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이곳에서 그동안을 되짚어보고 앞날의 방향성을 가늠해 가며 전과는 또 다른 작업을 시도해 보는 중이다.

    그가 수업기 이후 미술 현장에서 활동한 지 어느덧 10여 년이다. 10여 년 사이 김성결의 작업은 큰 주제인 인간초상을 화두로 삼고 굵은 변화들을 꾀해 왔다. 과장된 이목구비와 그 사이로 부수적 발언이나 잔 붓질들과 드리핑기법을 화면 가득 채우던 2014년 대학 졸업 무렵의 초기작업들, 그와는 전혀 대조되게 정제된 원색과 팝아트의 장식적 패턴들로 현대인의 심리적 초상을 계속하던 졸업 직후 북경 레지던시 활동 무렵의 신사연작들, 얼굴이 아예 뭉개지거나 거친 붓질과 세필 꾸밈들이 이중성을 갖기도 하면서 배경은 단색 처리가 많아진 대학원 시절, 밝은 원색면과 장식적 패턴들이 많으면서 얼굴 위주보다는 상황 설정과 암시적 서사가 연출되는 2018년부터 5년여 작업들, 감정의 분출도 화려한 치장도 다 녹아든 듯 우수와 고뇌가 어른거리는 최근 일그러진 초상들까지 일련의 에고 연작들을 이어가고 있다.

    비정형의 일탈과 조형적 질서, 무작위적 행위성과 정교한 패턴 구성, 표정들로 읽히는 세상살이의 번뇌와 내면 깊숙한 자의식의 심리상태 등 김성결의 작업에는 다중적 복합감정과 더불어 혼돈과 욕구, 몰입과 일탈을 오가는 마음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창작의 번뇌와 갈등은 심연에서 끊임없이 일렁거리겠지만, 그것이 과감한 표현행위와 순발력 있는 붓질들, 또는 세세한 감정 상태의 치장들로 분출될지라도 과하거나 번잡스러워 보이기보다 내적 질서로 짜임을 갖고 회화적 울림을 갖는 데는 그만한 내공이 필요할 것이다. 화업 10년을 일단락 짓는 시점의 김성결 작업에서 계속되는 시도와 모색이 향후 어떤 인간초상으로 응집되고, 지금 어렴풋이 예감하는 형상도 언어도 털어버린 추상의 세계로 어떻게 이어질지 사뭇 기대된다.

    - 조인호 (미술사,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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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결 <Self portrait>(2024), <아파, 아니 괜찮아>(2025), 캔버스에 유채, 각 116.8x91.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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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결 <Self portrait>, <Pierrot>, 2024, 캔버스에 유채, 각 116.8x91.1cm
    김성결,레지던시결과전,파동-울림의시작,여수카멜리라갤러리,20250321-9.jpg
    전남문화재단 레지던시 결과전 '파동-울림의 시작'(여수 카멜리아 갤러리)에서 김성결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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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문화재단 레지던시 결과전 '파동-울림의 시작'(여수 카멜리아 갤러리)에서 김성결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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