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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오월미술제 ‘생물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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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신윤주 작성일25-05-16 13:28 조회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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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덕,123일의기억,2025,혼합재,2025오월미술제,은임미술관,20250508-1.jpg
    2025 오월미술제 중 은암미술관의 최재덕 <123일의 기억>, 2025, 혼합재 설치

     

    2025오월미술제 생물민주주의

    2025.05.01.~05.29, 은암미술관, 무등갤러리, 디지털연대전시 등

     

    1989, 정치적 억압 속에서 시작된 '오월전'5.18민중항쟁의 정신을 예술로 기념하고 계승하기 위해 매 5월마다 열리는 광주의 대표적인 사회참여적 미술전시로서, 1980년 오월의 정신을 바탕으로 오늘의 시대상을 예술로 구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는 기존의 오월전을 '오월미술제'로 확대하여 광주지역 미술관들과의 연대전시, 시민참여형 부대행사, 학술대회, 포럼 등을 통해 그 예술적 공공의 지형을 넓혀가고 있다.

    "생명은 열과 마찬가지로 사물이나 유체(流體)가 아니다.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성장하고, 번식하고, 에너지를 다루는 특별한 방식 등 유별난 특성으로 인해 주변 세계로부터 구별되는 물체들의 예사롭지 않은 집합이다. 이들을 우리는 '생물'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로버트 모리슨

    지난 123일 밤, 예고 없이 선포된 비상계엄령과 극우 파시즘의 대두는 우리 사회를 깊이 흔들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늘 그러했듯, 이 사회의 건강한 좌표를 지키는 주체로서 '우리'는 독재라는 퇴행을 꿈꾸는 거악에 맞서서 추운 광장을 채우며 다시금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있다.

    2025년은 5.18민중항쟁의 45주년이자 왕정체제를 끝내고 최초로 민주공화정을 수립한 광복 80주년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가 남다른 해다. 이에, 2025년 오월미술제에서는 "생물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목으로 제시하여, 민주주의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예술적 언어로 확장하고자 한다.

    피지배계층인 백성에서 저항하는 민중으로, 정치적 권리를 가진 시민에서 다양한 존재들의 네트워크로 발전해온 우리 민주주의의 주체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생물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고정된 제도나 형식이 아니며, 소수에 의해 기획되어 지배되는 중앙집권적 구조 또한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관계 맺음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신체를 구성하며 탈중심적으로 공생 진화하는 '생명 활동'이라 상상하고자 한다. 이는 민주주의를 인간과 비인간, 시간과 공간, 역사와 환경 등 모든 주체들이 서로 접속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망 속에서, 각자의 욕망과 잠재성이 새로운 사건으로 발현되는 장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또한 인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비인간들이 역동적이고 유연하게 새로운 주체로 연결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획일적인 폭력으로 지배하려는 암적 세력이 커질 때마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생명력을 지닌 비인간 주체들의 활약을 본다. 과거는 현재로 달려와서 국회의 담장을 넘겨주고,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연결된 사이보그의 연락을 받고, 죽창, 주먹밥, 촛불, 응원봉, 플래카드, 난방버스, 은박담요에 쌓인 새하얀 눈도 마음의 변용체로 거리에 나선다.

    이런 우리가 만나서 관계를 맺고 서로 연결될 때에, 꿈과 욕망은 생물민주주의의 피가 된다. 이 피는 모두가 다른 우리들의 차이가 다양성으로 어우러져 아찔하도록 아름다운 형형색색으로 흐른다. 부드러운 상호관계 속에서 수평적인 관계망은 뼈를 이루고, 시대마다 자유롭게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성해내는 우리의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는 살을 만듭니다. 예술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구성적 창조성에 상상력으로 접속하여, 무수한 신체를 생성해내는 기계로 작동할 수 있다.

    본 전시는 1980, 국가 권력의 극한 폭력에 맞서서 광주라는 도시가 보여준 저항, 자율적 주체들의 연대, 자유로운 생명의 욕망과 생성의 에너지를 '생물민주주의'라는 명제로 다시 호출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지, 현재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예술을 통해 던지는 질문이 될 것이다.

    은암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제1전시 생물민주주의 선언’(5.1~5.29)은 작가들의 예술 언어가 12.3 내란과 이에 맞선 민주주의의 재구성 과정을 배경으로, 19805·18민중항쟁과 현재를 연결한다. 참여작가는 김광례 김병택 김미련 김우성 김희련 박성완 박진희 박철우 박태규 손향옥 성효숙 신동석 Ainhoa Martinez 양동규 이정기 전승일 전진경 정만영 정희승 최재덕 현유정으로 총 21명이다.

    2전시장인 무등갤러리에서 열리는 해방하는 신체’(5.8~5.21)는 광복 80주년을 주제로, 일제의 폭압에 대항하여 해방을 이루고 최초의 민주공화국을 수립한 우리 민중의 자유와 생명을 향한 힘을 12명의 작가들이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참여작가는 김경화 김화순 노주일 문서현 박재열 방정아 서지연 윤은숙 이동근 이상호 최대주 홍성담으로 총 12명이다.

    또한, 5.18 45주년 특별전으로 새로 기획된 디지털연대전시 Pulse:우리’(https://mayartfestival.com/ (참여신청: 422~ 531)는 기존의 연대전시를 온라인으로 확장하여 시공간을 넘어선 예술의 연대를 만들어간다.

    광주지역과 외부 초청작가 총 33명의 중견급 작가와 디지털연대전시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 민주주의의 생명력과 시대적 과제를 입체적으로 제시하는 장이 될 것이다.

    - 김신윤주 (2025 오월미술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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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오월미술제 중 은암미술관 전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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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택 <다시 만난 세계>, 2025, 천에 아크릴, 230x3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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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성 <유령이 온다>, 2024, 캔버스에 유채, 227x33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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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규 <파면불꽃_2025>, 2025, 천에 아크릴, 227.3x16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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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nhoa Martinez(스페인) <Resonance Hum for Neo-Kallipolis>, 2025, 음향기기, 혼합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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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오월미술제 중 무등갤러리 전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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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주 <사랑의 이름으로>, 2025, 캔버스에 유채, 130.3x193.9cm
    김화순,일어서는목소리,2025,캔버스에유채,157x240cm.jpg
    김화순 <일어서는 목소리>, 2025, 캔버스에 유채, 157x2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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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아 <내 모욕을 씻어줘>, 2025, 반투명천, 이불커버에 아크릴 채색, 237x288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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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오월미술제 '디지털연대전시관 Pulse; 우리'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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