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무등현대미술관 환경미술제 ‘Whispers of Nature’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우리 작성일25-07-11 13:07 조회107회 댓글0건 관련링크 다음글 목록 본문 송필용 <물의 서사-소쇄>,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227.3x130.3cm / 정송규 <산불>, 2025, 캔버스에 유채, 200x134cm 제11회 무등현대미술관 환경미술제 ‘Whispers of Nature’ 2025.07.04-08.24 / 무등현대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은 2013년부터 동시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환기하는 전시를 기획해왔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환경미술제 《Whispers of Nature : 자연의 속삭임, 숨결부터 균열까지》는 자연이 들려주는 미묘한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그 다층적인 이야기를 예술로 번역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속삭임'은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은유적 표현이자 인간의 감각이 얼마나 둔감해졌는지를 드러내는 역설적 표현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오랜 시간 경외와 수탈, 공존과 파괴 사이를 오가며 복잡하게 얽혀왔다. 아름다움과 위태로움이 공존하는 자연의 ‘속삭임’은 때로는 따스한 온기이고, 때로는 아득한 경고이다. (중략) 이번 전시는 ‘숨결’과 ‘균열’이라는 두 개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전반부 ‘숨결’에서는 김수진, 선민정, 송필용, 이석중 작가가 생기 가득한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과 일상에 스며든 자연의 평온함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제시한다. 특히 어둡게 조성된 공간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도록 구성하여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조용한 인사, 그 숨결에 더 귀 기울이게 한다. 김수진은 무화과와 무화과말벌 사이의 공생 관계를 통해 생명과 순환, 그리고 존재 간의 필연적 연결성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화과 시리즈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업 흐름을 보여주는 세 작품이 소개된다. 초기작 〈어느 날〉은 일상 속 자연의 무심한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대상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환기시킨다. 중기 작 〈삶-하루〉는 생명의 하루를 시간의 색으로 기록하며, 계절의 흐름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후기작 〈Figverse〉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우주로 연결되어 있음을 담아내고, 공생의 본질을 우주적 시선으로 확장한다. 선민정은 숲을 감각이 회복되는 공간이자, 인간과 자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순환의 일부로 바라본다. <곶자왈>은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여 생명의 흐름과 생성-소멸의 리듬을 화면 위에 섬세하게 담아냈다. <_Crop_쏟아지는 중>, <_Crop_압도적인 시선>, <_Crop_저는 끈질깁니다>, <_Crop_상처는 많지만 죽진 않습니다>는 마치 가까이서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속삭이는 식물들의 대화를 보고 듣는 듯하다. 이를 통해 자연의 ‘속삭임’을 시각화하고, Crop된 정적인 화면 구성 속에서도 식물들이 지닌 고유의 생명력과 시간의 밀도를 느낄 수 있다. 송필용의 <물의 서사-소쇄>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강렬한 색상대비와 물감이 흐르고 튀는 자취를 통해 마치 실제 폭포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생생한 감각을 자아낸다. 작가는 물의 순환성과 자연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생명의 흐름을 상징하고 단순히 자연 재현을 넘어 현대인의 정서적 쇄신과 내면의 정화를 상징하는 정신적 이미지로 확장된다. 관객은 이를 통해 맑고 깊은 울림을 경험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이룰 수 있다. 이석중 작가는 ‘자연과 동행하는 삶’이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작품 속에 섬세하게 녹여낸다. 작품 <삶–동행>은 메타세쿼이아의 푸르른 생명력을 거침없는 붓질로 풀어내며, 그 위를 유유히 나는 백로의 모습은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과 치유의 순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전시 공간은 은은한 어둠 속에서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관람객이 작품을 오감으로 경험하도록 구성되었다. 고요한 숲속에 있는 듯 자연의 숨결을 피부로 느끼게 하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 — 를 감각적으로 극대화한다. 후반부 ‘균열’에서는 문선희, 엄기준, 정송규, 조정태 작가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비가역적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술적 언어로 응시한다. 각각 토양오염, 해양오염, 산불을 주제로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 속에서 파괴의 흔적과 그로 인해 남겨진 정서적 균열, 그리고 무언의 ‘속삭임(비명)’을 시각화한다. 문선희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살처분 이후 3년이 지나 법정 발굴 금지 기간이 해제된 매몰지에서는 여전히 곰팡이가 피고, 지면은 꿀렁거리며 온전한 생명력을 회복하지 못한다. 그의 사진은 합리성과 경제성을 앞세워 작동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자 자연의 순환을 막고 파괴된 생태계의 깊은 상처를 드러내어 환경적윤리적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작품 제목인 <2654>, <11800_02>, <11800_03>, <84879_04> 숫자는 매몰지에 묻힌 동물 개체 수를 의미한다. 단순한 통계를 넘어선 이 숫자들은 개별 생명의 무게와 그 집단적 상실을 상징하며, 작가는 그 뒤에 가려진 고통과 침묵을 시각화한다. 엄기준의 <S012-제1호>, <귀신고래 1>는 환경을 주제로 한 회화 작업에 집중하던 시기에 선박사고로 인한 기름유출과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등 해양 생태계의 붕괴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화려한 원색과 세밀한 묘사를 통해 일견 아름다워 보이는 화면은 해양 생명들이 겪는 고통과 파괴의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작가는 시각적 매혹과 해양 생태적 위기의 교차점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 가능성에 대해 고민한다. 정송규의 <산불>은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주제로 삼는다. 극심한 기온 상승과 장기적인 가뭄은 생태계를 불길 속에 가두었고, 오랜 시간의 축적인 숲과 많은 동물의 서식지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진한 갈색과 회색의 색조를 사용해 불에 탄 산림의 황폐함과 상실감을 시각화한다. 화면 곳곳에 남겨진 작고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위협을 암시하며, 관람자에게 생태 위기의 현실과 그 심각성을 환기시키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조정태의 <신 천하도(新 天下圖)>는 시선을 압도하는 검은 대지 위로 붉게 타오르는 산하를 그려내며, 강렬한 색채와 상징을 통해 관람자를 몰입시킨다. 불길에 휩싸인 산과 검게 그을린 땅은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작가의 내면적 고백과 희망의 가능성을 함께 담고 있다. 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요하지만 소란스럽게 회복되고 재생되는 자연의 모습과 그에 깃든 정서적 치유력까지 상징한다. 관객은 8인의 작가가 전하는 ‘숨결’과 ‘균열’의 메시지를 따라 자연의 숭고한 생명력과 인간의 이기심이 남긴 상흔 사이에서 위태로운 공존의 현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가 자연과의조화로운 공존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더불어 우리가 맺어온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묻는 사유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그 질문들이 우리 삶 속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박우리 (무등현대미술관 학예사) 이석중 <삶-동행>, 2017, 캔버스에 유채, 300x120cm 엄기준 <귀신고래 1>, 2012,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0.2cm 선민정 <_Crop_쏟아지는 중_>, 2023, 장지에 채색, 65.1x90.9cm 김수진 <Figverse>(부분), 2018, 캔버스에 유채, 130.3x521.2cm 조정태 <신 천하도>, 2014, 캔버스에 혼합재, 192 X336cm, 문선희 <11800_03>, 2015, c-print, 50x50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