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용 개인전;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태희 작성일25-08-31 10:55 조회15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허달용, 개인전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중 허달용 개인전;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2025.08.04-09.03, 브리티갤러리 “내 눈은 눈물샘 같아서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멈추지 않는다.” - 예레미아 이야기 3:49 역사는 반복되지만 고통은 언제나 새롭다. 예레미아는 무너져가는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울었고, 그 통곡은 시간의 심연을 지나 오늘의 우리에게도 닿아 있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복잡한 통증으로 가득 차 있다. 무너진 신뢰, 침묵하는 공동체, 분열된 사회,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하루들, 그 속에서 나는 예술가로서 책무를 생각했다. 고발이 아니라, 예언도 아닌, 기록으로서의 탄식,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슬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한 사람의 다짐이다.“ - 허달용 작가노트 침묵과 부재, 잊혀진 말들에 대하여 무너진 도성 위에서 눈물로 글을 쓴 예언자 예레미아의 노래는, 단지 과거의 비극에 대한 탄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현재를 향한, 혹은 언젠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향한 침묵의 경고다. 허달용 작가의 이번 개인전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는 그 이름처럼, 사라진 목소리들과 무너진 시간의 흔적을 되짚는 회화적 기도이자 내면의 기록이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삭제와 침묵’, ‘부재와 지워짐’, ‘기억과 애도’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읽힌다. 화면은 강렬한 색채나 표현을 통해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깊이 전달된다. 작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형상들은 대부분 중심이 흰색으로 비어있거나, 덩어리진 붓질로 형체가 무너지듯 표현된다. 익숙한 형태가 붕괴된 자리에 우리는 묻는다. “이곳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까마귀를 다룬 작품은 이러한 질문을 가장 밀도 높은 형상화다. 머리를 깊이 숙인 새의 몸은 먹으로 치밀하게 덮혀 있으나, 주위에는 그 어떤 구체적 배경도 없다. 이 새는 울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존재할 뿐이다. 이 까마귀는 슬픔의 화신이자, 공동체 붕괴의 증인처럼 느껴진다. 그 주위로 번진 먹의 흔적은 말소된 언어, 지워진 감정들이다. 작가는 이 고요 속에서 ‘기억되지 않는 비극’의 무게를 전하고 있다. 또한 흰 배경 위에 손가락으로 지운 듯한 회화적 흔적들은 마치 인간의 존재가 문명 속에서 마모되어 가는 형상처럼 다가온다. 그림은 표현이 아니라 ‘지워짐’을 통해 의미를 생산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형적 전략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최근 사회현실-참사, 침묵, 은폐, 망각은 이 회화의 구조적 침묵과 궤를 같이 한다. 전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톤은 조용하다. 그러나 그 고요는 무언의 절규에 가깝다. 검은 형상들, 사라진 얼굴, 붕괴된 신체, 그리고 부재의 중심,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공통된 정서를 공유한다.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가?” 작가는 그 질문에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질문을 떠맡기고, 그 자리를 비워둔다. 그래서 이 전시는 단지 작가의 언어가 아니라, 관객의 기억과 감정을 다시 불러오는 장치로 기능한다.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는 단지 회화의 전시가 아니다. 그것은 슬픔과 분노, 애도와 기억이 뒤섞인 회화적 예언서다. 침묵으로 말하고, 지움으로 채우며, 부재로 존재를 증명하는 이 작업들은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말하는 시대에 던져진 가장 날카로운 질문이 된다. - 김태희 (브리티갤러리 디렉터) 허달용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한지에 수묵채색, 117x83cm 허달용 개인전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중 허달용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한지에 수묵, 아크릴, 91x64cm 허달용 개인전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중 허달용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한지에 수묵, 아크릴, 91.3x117.3cm 허달용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한지에 수묵, 아크릴, 73x91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