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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로 열린 문화장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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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5-03 16:25 조회8,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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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일상이 되어버린 대형 할인매장에서 장도 보면서 미술을 구경하고 즐기고, 내키면 구매까지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편리하고 값싸게 양질의 물품을 구매한다는 간단명료한 현실욕구가 우선인 할인매장에 예술을 결합한다는 것은 조금은 다른 얘기일 수도 있다. 물론 소비자에게 직접 물류창고를 개방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판매한다는 초기 개념이 요즘엔 백화점과 비슷한 편의성과 품격까지 쇼핑의 질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이고 보면 대형 마트도 단순 장보기 이상의 또 다른 생활문화 공간으로 자리해 가고 있다 하겠다.   


    그 과다공급된 대형 할인매장들이 도시의 풍속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사회 밀착과 문화후원 사업을 꾸준히 펼쳐온 빅마트가 장터나 마찬가지인 매장 안에 갤러리를 만들고 미술판을 벌였다. 일상의 한 부분이면서도 단순 거래만이 전부이다시피 했던 마트에 미술이라는 색다른 문화감각과 엉뚱한 발상, 일상 너머의 꿈들을 곳곳에 끼워 넣어 장보는 길의 볼거리와 얘깃거리가 있는 열린 문화공간을 꾸며보는 것이다. 사고 파는 물건들 사이사이에 틈을 내어 예술적인 감성과 향기가 흐르도록 하고, 점차 마트 바깥과 옥상, 주차장까지 그 줄기가 뻗어나가면서 문화의 색깔로 일상공간을 탈바꿈시켜가는 작업이다. 그런 뜻에서 올해 초 나인갤러리와 공동기획으로 미술시장을 열었던 ‘광주미술의 현황과 전망’ 전시나, ‘카트에 실린 아트’ 전도 그런 열린 문화장터의 맛배기였던 셈이다.


    이번 ‘마트 속의 미술 Art in the Mart' 전시는 빅마트가 구상하고 있는 생활현장 문화 가꾸기와 지역미술 키우기 문화사업의 본격적인 출발이다. 빅마트 비엔날레점(매곡동)의 지하 식품매장과 1층 생활용품매장의 천장을 주 공간 삼아 젊은 작가들의 자유발상에 의한 작품들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모두 50여명의 참여작가 가운데 20대가 60%, 30~40대가 40% 정도인데, 그만큼 이미 개별 작품세계로 상당한 활동력을 가진 기성작가 보다는 고정된 틀 밖의 새로운 공간과 표현방식을 찾는 신예 젊은 작가들의 관심과 호응이 높은 셈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기존의 자기가 해오던 작업방식 그대로 출품한 경우도 있고, 매장의 천장에 매단다는 기본 설치방법에 맞춰 공간감이나 장소성을 의식한 작품들도 보인다. 그러나 애초에 주최 측에서 특정한 주제나 출품작품의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기 때문에 작품들은 그야말로 생활잡화 장터의 모습처럼 각양각색이다. 마치 굉음과 함께 입구 천장을 내달리는 정체불명의 비행물체도 있고, 무쇠팔을 뻗어 힘차게 나르는 장승로봇, 번쩍이는 금속성 갑옷으로 맵시를 낸 잠자리, 금속파이프로 만들어진 인물군상들, 두둥실 허공으로 떠오른 병아리떼, 구름 위에 올라앉은 소녀와 바구니타고 세상구경 나온 강아지, 푸른 매화꽃 가지 사이에 살포시 내려앉은 꼬마천사들, 풍선으로 엮어낸 사랑 이야기, 옷걸이와 빤짝이로 만든 우리가족 초상, 낚시에 꿰인 달러와 화투와 술과 환락의 삶들, 겹겹으로 접어 만든 울룩불룩 독특한 모양의 색종이 상자들, 터질 듯한 늦봄의 만개한 꽃들, 조금은 생뚱맞아 보이는 풍경화, 뼈다귀만 앙상한 생선코너 거대 물고기 등등… 마트 안이 온통 수런수런 얘깃거리들로 가득하다. 


    이 미술난장은 6월 4일까지 한 달여 동안 계속되면서 고객들로부터 의견을 모아 몇 작품에 대해서는 시상과 함께 빅마트에서 그 작품을 매입하여 앞으로 상설 전시도 한다는 계획이다. 미술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문화적인 여유와 멋이 함께하는 생활장터도 꾸미면서, 지역의 신예 또는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북돋우고 키워나간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물론, 첫 시도인 만큼 마트라는 장소의 특성과 작품이 설치될 공간에 대한 현장성, 매장 각 코너들이나 상품들과의 조화문제 같은 몇 가지 다음 기획단계에서의 숙제들이 나타나긴 한다.


    그렇더라도 최근 높아지고 있는 미술의 공공가치 실현과, 주민 또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생활 속의 현장프로젝트 작업들, 그리고 실질적인 문화도시 가꾸기로서 지역 내부의 자체적인 문화사업들과, 그 밑거름을 북돋우는 지역작가 창작활동 지원사업 등 이번 ‘마트 속의 미술’과 같은 크고 작은 열린 문화마당 가꾸기 시도들이 더 넓게 퍼져나가고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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