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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없이 거듭되는 창작의 열정 -배동환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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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5-12 14:19 조회8,6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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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고장 고흥 출신으로 서울을 거점으로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끊임없이 모색해 온 배동환(63)씨의 스무 번째 개인전이 5월 9일(월)부터 17일(화)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70년대 자갈밭 소재의 극사실 기법 회화 연작으로 당시 유행하던 극사실과 미니멀리즘 회화를 결합시킨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일구며 [국전]에서 국무총리상과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스스로의 정형에 매이지 않는 파격의 변신을 거듭하며 늘 젊은 작가의 열정을 표출해 왔다.

    지난 해에 최근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영상작품으로 제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전의 ‘클럽’에 참여하면서 한편으론 거친 필선들의 작업들만을 선보여 준 개인전(나인갤러리)으로 모처럼 고향에서 최근 활동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70년대에서 이어진 자갈밭 이미지의 <역사의 시간>(86)을 비롯, 백색바탕에 간단한 선 드로잉과 작은 오브제를 도입한 <바람과 꽃>(96), 거친 닥지작업 바탕 위에 두터운 역사의 퇴적 위에 가벼운 선묘들의 흔적만을 남긴 <겨울산>(99), 강한 원색과 거친 필선의 유화작업 <길 위에서>(04) <행인>(04), 역시 두텁고 거친 화면을 단색조로 분할하면서 검은 실 한 가닥으로 옛 집의 형태를 또낸 세한도 연작 등 20여 년에 걸친 그의 작업의 궤적을 보여준다. 그의 관한 자료는 www.kcaf.or.kr/art500/baidonghwan에서 참조할 수 있으며, 이번 전시에 붙여진 서문을 아래와 같이 간추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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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동환.2005.세한도

    그의 근작은 90년대와는 또 다른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바람 꽃> 연작에서의 사물의 추상화 abstraction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물의 형 form을 조금 더 미니멀하게 간소화시킨다. 즉, 더 추상화시키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궁극에 닿으려는 지점은 일원론이다... 이것이 화면 내에서 구현되는 것은 사물을 후퇴시키고 사물과 배경을 동등하게, 혹은 나란하게, 공평하게 대려한다는 점이다. 즉 사물의 상징의 기능을 거세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그는 이제 뭔가를 ‘그려내’ ‘건축’하려 하지 않는다. 입방체로서의 대상축조가 2차원의 화면에서 ‘그림’이 되곤 하는, 그야말로 ‘그림’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의 증거일 것이다....
    그의 ‘바람 꽃’이 처참히 상실되어 간 추억 속의 고향에 대한 헌사로서 유린된 땅과 그 땅에서 돋아난 분노의 꽃으로 피어난 것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화강암처럼 견고한 질감 속에 보일 듯 말 듯 뜨개질된 와당 한 채의 형상(세한도6)이나 하늘 산 대지의 3분으로 구획된 가람 배치 속에 예의 뜨개질된 집 한 채(세한도2)는 세월의 무상한 누적으로 인해 분노마저 화석이 되어간 꾹꾹 다져진 지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애상의 정서에 가깝다. 삶과 정서에 대한 서러움이 응고된 채로 닳아지고 마모되어 가는 것에 연민을 가누지 못하는 깊은 향수일 것이다....
    외형상의 사실성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진실성까지 요구하는 초상화적 정면성은 그에게 있어 자신의 면전에 있는 역사적 대지의 질료감 전체를 투시하려는 의지로 나타난다. 관자 觀子에 대한 시선을 상대화시켜 참배 심리를 유도하는 정면성을 통해 그는 ‘야산과 낮은 언덕아래의 초라한 집, 아픈 역사의 땅, 황토에 파묻힌 수레바퀴 혹은 대숲을 지나는 칼날 같은 바람소리’ 등 이성이 포착할 수 없는 역사의 바깥을 기념비적으로 구현시켜 예배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만물이 회류하는 이기일원 理氣一元의 세계에 내속 內屬해 있되 독거 獨居를 고집하는 노인의 고집에 가깝다.
    결국 그의 미니멀리즘은 안과 밖이 함께 있는 공간이자 ‘집의 집밖의 시간’에 대한 은유인 것이다. 모순에 가득 찬 자연 앞에서 통일과 전체성을 환기할 어떤 세계이성을 요청하는 간구가 들리는 듯 들리지 않는 듯 울려 나온다...

    -- 박응주(예술학), 배동환 개인전(2005년 5월,광주신세계) 전시서문 중 발췌
    [200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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