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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거리는 몽환적 내면의 잔상-김동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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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5-22 14:19 조회8,4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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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속 깊이 어른거리듯 비추이는 인간의 잔상, 몽환적이면서 알 수 없는 심연으로 가라 앉아드는 표정들, 일그러듯 어딘지 기묘한 형상, 그리고 스치듯 얼룩지듯 어렴풋이 흔적을 남기는 파필의 윤곽선, 화면 위에 앙금처럼 드문드문 묻어나는 거친 가루들... 독특한 여인상으로 그만의 회화세계를 탐닉하고 가는 김동하의 아홉 번째 개인전이 나인갤러리에서 5월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전에 보여주던 특유의 여인상들과 함께 같은 분위기의 풍경 몇 점이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 역시 차분한 회갈색조 화면에 필선으로 처리된 앙상한 가지들이 언뜻언뜻 비춰지는 식의 흐린 기억 속 풍경 같은 그림들이다. 이번 전시회의 카달로그에 실린 글 가운데 미술평론가 이세길의 글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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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출하는 인간의 내적 에너지를 화면이라고 하는 또 다른 세계로 이끌어 해석하고자 하는 화가의 의도가 있다. 인간을 주재하는 영원한 힘들에 대한 동·서양의 생각들은 전혀 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이 표출하는 에너지(energy,氣)를 감각적 묘사만으로 샘솟듯 표현할 수는 없다. 화면에 전사(轉寫)될 인물들의 이미지는 작가 자신의 가슴에 장치된 주관의 필터(filter,膜)를 거친 연후에야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그러한 형상에는 작가가 재해석하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숙한 이해가 수반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모든 사물이나 인체를 둘러싸고 있는 강한 에너지에 '내적 세계'를 통찰한 작가만의 감정을 결합한 새로운 인간들이 탄생했다. 우리가 보게되는 김동하의 분신들은 해체된 인간의 본질 속에 거짓없이 투영된 작가의 그림자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인간에 대해 느끼는 본능적인 이미지를 거리낄 것 없는 '자유의지'에 의거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철학에 있어서 인간의 고유한 본성을 찾는 노력들의 결론은 누구든 쉽게 내릴 수는 없다. 여전히 혼돈의 가치가 산재하고 있다. 회화의 경우 과학과 지성의 발달에 따라 인간 문제에 대한 해석의 편차는 너무도 상이하게 진행되어 왔다. 물론 그에 대한 접근통로도 제각각이다.

    작가는 인간에 대한 의미론적 접근에 있어 자유가 창조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본래적 모습에 좀 더 다가서서 진솔한 감정 속에서 우러나오는 이미지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기존에 인식하고 있는 형태의 틀을 깨고 감정의 표현에 중점을 둔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거기에 무한한 상상력에 옷을 입힌 다음 작가 자신의 언어로 발현하는 인간들을 세상에 세워 놓은 것이다. 물론 서구풍의 생경한 추상어법이나 아카데미즘적 구상언어, 목적론적 담론에 휩쓸림 없이 작가는 자신의 걸어가는 내면의 길로 우리를 담담하게 인도한다......

    - 이세길(미술평론가) [아름다운 인간을 찾아서] 서문 중에서

    [200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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