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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태에 담긴 화려함과 공허- 안진성 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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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7-20 14:35 조회8,4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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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꽃과 새싹, 나무와 이파리, 바람결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깔끔한 유성목판화 작업으로 다루어 오던 안진성이 최근의 회화 대작들을 모아 일곱 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2008년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근래 보기 드문 안진성의 회화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그의 연작 주제 ‘Secret Garden’의 연장선이면서 즐겨 다루어 온 꽃의 이미지를 판화의 평면적 단순구성이나 잉크의 바림기법(gradation)에 의한 볼륨감과 달리 캔버스나 종이에 아크릴릭 안료와 붓 작업으로 겹겹 꽃잎의 은밀스러운 신비감과 속살처럼 부드러우면서 탐스러운 볼륨감을 갖는 한 송이의 꽃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회화작업들은 대부분 올 봄 4월부터 불과 두어 달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최신작들로, 판화작업과는 또 다른 회화적 묘미에 몰입했던 결과물들이다. 판화의 기계적 분명함과 화면 속 구조적 질서에 회화의 유연하고 자유로운 붓맛을 곁들인 셈인데, 특히 꽃 부분은 원하는 사진을 확대 출력하여 화면에 붙이고 그 위에 회화적인 묘사로 다시 그려내어 이미지를 변용시켜내는 방식을 취하였다. 자칫 기하학적이면서도 그래픽 요소가 강한 배경의 패턴들과 회화적인 묘법의 꽃송이 사이에 이질감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전체를 엮어내는 색채의 조율과 화면구성 방식으로 이를 해소하고 있다. 크게 확대된 꽃송이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기하학적 원들의 배경무늬와 대비를 이루거나, 꽃 위로 중첩되는 등간격의 색점들, 또는 가느다란 선과 점들이 이어져 묘사된 부등변 구조체들과 결함되기도 하면서 화면 안에서 일정한 패턴형태의 장식적 효과와 맑은 긴장감, 투명한 내적 질서를 복합적으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의도된 화면질서와 불가해한 자연의 이미지, 문명시대의 기계적 질서 긴장에 자연 생명의 말 그대로 지극히 자연스러움과 신비감, 깊이감 등이 함께 결합되어 나타나는 듯하다. 작가가 의도하기로는 배경의 크고 작은 원들은 ‘화면을 장식하는 단순한 패턴이 아닌 허무와 공허의 상징’이라는데, 활짝 피어난 꽃들의 화려한 외양도 순환하는 생명원리의 일순간이라는 자연 근본주의 시각과, 한 떨기 꽃들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속에서 생에 대한 자기반성적 인식을 환기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전시 이후로 작가는 작업방식에 변화를 가져보려 한다. 우선은 이미지나 오브제에서 입체적인 것들을 적극 도입해 보는 것이다. 이전의 목판화 작업들에서 탐닉하고 있던 평면의 범주를 벗어나 재료나 표현형식이나 의식면에서 작업의 세계를 또 다른 차원으로 점차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무형의 무수한 질서와 규정, 관계들 속에서 생멸과 순환, 부침을 거듭하는 자연생명 존재들과 현대인들의 일상 삶에 대한 시각적 함축이기도 한 안진성의 작업에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안진성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판화미디어를 전공하였다. 1993년 첫 개인전 이후 광주와 도쿄, 청주, 울산, 부산 등지에서 주로 목판화 작업으로 개인전을 계속해 왔으며, [판화의 변화와 모색](2005, 상계갤러리), [부산판화제](2005, 부산시청 전시실), [장서표전](2005, 대만 타이난시립예술센터), [판화정신전](광주시립미술관), [현대미술에서 판화 찾기](2006, 옥과미술관), [한국현대판화가협회전](2006, 헤이리문화마을), [판화의 세계로](2007, 고흥 남포미술관), [에디션의 미학](2007, 마산시립미술관), [복제미술의 판화미학-에디션](2008, 창원 경남도립미술관0, [광주국제현대미술제](2008, 광주시립미술관), [남부현대미술제](2008, 대전시립미술관) 등의 전시에 참여해 왔다. 현재,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외래교수로 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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