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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형상을 통한 자아성찰- 진경우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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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8-07-29 20:09 조회9,0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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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주 무대인 현실세계와 마음 속 정신적 피안의 세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회화세계를 탐닉해 온 중견작가 진경우 씨의 아홉 번째 개인전이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다. 7월 25일부터 8월 24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永遠으로의 回歸’라는 제목처럼 물욕이 넘쳐나는 찰나적 세상 속에 묻혀 살면서 보다 근원적인 곳을 향하는 작가의 내적 정신세계가 그대로 잘 드러나 있다.


    작품은 ’90년대 초부터 최근작까지 꽤 넓은 시간대를 훑어 시기별 주제별 작품들로 선별되어 그동안 천착해 온 작품세계를 크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대지의 어머니’ ‘영원한 고향’ ‘피안의 세계’ 같은 큰 주제들의 묶음도 그렇고, <영원한 사랑> <생명-혼> <생명나무> <생명의 춤> <낙원에서> 같은 제목들도 그런 작품세계의 특징을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전체적으로 보면 ’80~90년대 짙은 갈색조의 소박한 삶의 풍정들에서 밝은 색채와 피안의 세계로 변화되어 있다. 소재로 보더라도 성모자상을 연상시키는 모자상이나 신목 같은 푸른 나무들, 낙원풍경 등의 몇 가지 연작들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바탕에는 작가 자신의 종교적 귀의가 깊숙하게 배어져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희랑 학예연구사는


    ‘1970~80년대 어렵고 혼돈의 시대를 산 진경우 또한 현실이 담고 있는 문제들을 자신이 본대로 느낀 대로 표현함으로써 예술가의 사명을 다하고자 하였다. 또한 소외된 자들이 갖는 상실감과 침울함, 무력감을 위로하고 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통해 인간성 회복을 꿈꾸었으며,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현실적 삶의 객관적 묘사보다는 작가자신의 철학과 사치관이 응축된 내면의 세계와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이상적 세계에 대한 기원을 시각화하고자 하였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단순화된 형태나 기하학적인 형태로써 대상을 상징화 하였으며, 색채 또한 과거의 침울함과 비장함이 느껴지는 어두운 톤에서 광명과 희망이 넘실대는 따뜻하고 밝은 색채를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1980년대의 민주화의 소용돌이를 겪은 후 맞이한 1990년대의 사회적 정치적 아름다움을 창조하고픈 작가적 열망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당초에 현실참여적 경향의 여타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진경우의 표현방식은 객관적이고 사실적이지만 직설적이거나 투쟁적이지는 않았다…

    (중략) … 근래 진 경우 작품의 소재는 대지의 어머니, 영원한 고향, 피안의 세계라 할 수 있는데, 이 세 가지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도달하고픈 사랑과 구원의 표상으로서 동일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모든 인간에게 있어 어머니는 세상의 안식처이자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존재이다. 또한 생명을 제공하고, 무조건적 희생과 사랑, 무한한 보살핌을 주는 초월적 존재이다. 진경우의 그림에서 어머니는 절대자로서의 신 또는 인간이 회귀해야 할 자연과 이상향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하나의 우주와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또한 진경우가 꿈꾸는 피안의 세계는 현실로부터의 도피라기보다는 일상적 세속적인 것들로부터 초월하여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경지로서 우리 사회와 인류가 추구해야 할 정의나 윤리, 가치와 맞닿아 있는 세계라 할 수 있다…’

    (전시도록 서문 중 발췌)


    도록에 실린 작가의 글 가운데서도 ‘자신의 존재와 우주가 하나이며 영원함을 인식하는 것… 이렇게 영원무궁 속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일체시켜 나갈 때 삶의 희열을 맛보게 되며, 이 순간 시간과 공간은 정지되며, 우주의 운동만 있다고 느낄 뿐이다. 이에 연원하여 그동안 내 작업은 생명체들의 가시적 현상세계와 보이지 않는 영원의 세계와의 관계를 일체시켜 함께 존재함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생명의 근원(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초현실과 추상과 입체주의적 분석을 오가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구상적인 재현이나 특정 테마의 서술, 조형적인 탐구도 아닌 그림으로 옮겨진 자연과 삶과 생명의 근원에 대한 동경과 찬미의 종교적 시심이라 할 수 있다. 작품세계의 여정이 큰 고개들을 몇 번 넘었던 지나온 20여 년 간의 작업들과 함께 작가가 지향하는 ‘생명형상을 통한 자아성찰’의 최근작들을 한데 모아보는 이번 전시는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자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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