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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시대 삶과 미술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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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9-01-06 18:40 조회8,6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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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가을 제7회 광주비엔날레 행사기간에 맞춰 9월3일 시작된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개관기념전 ‘꼴라쥬 Collage’ 전시회가 2월 1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전남 도청의 이전 이후 비게 된 옛 도지사 공관의 활용방안을 놓고 오랜 기간 의견들이 분분하던 끝에 광주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단장하고 시립미술관에서 그 운영을 맡아 첫 기획으로 마련한 전시회이다.


    전시명 ‘꼴라쥬’는 최근 국제사회 전반에 화두로 떠오른 ‘혼성 Hybrid’의 개념에 대한 재인식과 더불어 ‘다문화시대’의 우리문화, 삶의 가치 등에 관한 보편적 정체성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전시를 통해 생각해 본다는 기획의도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는 전통문화와 현대적 삶에 관하여 독특한 매체와 표현방법의 재해석을 펼쳐 보여 온 일곱 작가를 초대했는데, 광주에서는 손봉채 오상조 이상필 이이남, 외지에서는 심영철 조덕현 허회태 등이 참여하여 각각의 색다르면서도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손봉채는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때 많은 관객들에게 각인된 ‘보이지 않는 구역’이후 키네틱 아트 형식으로 규모와 설치형식을 달리하며 연작을 계속해 온 자전거 설치작품을 <무제>라는 제목으로 한 부스를 꾸미고 있다. 쉼 없이 패달을 밟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그림자 연출과 함께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많은 경우 거꾸로 가고 있는 인생을 풍자하기도 하는 이 작품은 97년에 비해 규모나 설치요소들이 축소 생략되어 그 강렬한 울림은 덜하지만 여전히 삶을 반추하는 그만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주는 연작 소재이다. 이와 함께 제6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을 전후하여 새롭게 시도한 이후 그의 또 다른 대표적 작품세계가 되고 있는 흑백사진 중첩을 통한 풍경의 재해석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경계> <꿈이 자라는 나무> <바람이 전하는 말> <대숲의 속삭임> 등 역사적 정신적 깊이를 지닌 특정 장소의 사진을 일정 간격으로 몇 겹씩 중첩시켜 수묵화 같은 농담과 여운을 입체적으로 구성해낸다.     

    평면소재의 입체적 재해석에서 이이남의 경우에는 미디어 매체를 결합시키면서 고정된 명화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재창조를 보여준다. 명화를 소재로 마치 정지된 화면을 플레이시키는 듯한 그의 미디어명화 가운데 <신 세탁기>는 전자세탁기 속 드럼에 앵그르의 <터키탕> 이미지가 관객접근시 센서에 의해 작동하면서 물이 차오르고 회전하는 방식으로 생활용품과 결합된 영상작품을 선보여주며, <신 산수화>는 그가 즐겨 다루는 방식대로 옛 회화작품을 모니터에 띄워 일부분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움직이게 하면서도 원 작품 속 소재가 아닌 다른 그림의 범선을 끌어들여 흥미로운 동영상 이미지를 만들어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앤디워홀의 팝아트 작품인 <신 마릴린 먼로> 영상과, 평면소품으로 복숭아 이미지를 줄지어 이어놓고 있다.


    오상조의 사진작품들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한국의 민속신앙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마을 어귀의 <당산나무>를 소재로 한 흑백사진 연작들이다. 풍진 세월을 시골마을 무지렁이들과 함께 해 온 동네어귀나 들판 가운데의 소박한 기원처이자 생의 의지처이기도 했던 고목들을 오래토록 함께 벗해 온 선돌이나 돌무더기 토속신앙물들과 함께 담아낸 역사와 문화의 기록물들이기도 하다. 또한 이상필은 천연염색으로 우려낸 빛깔고운 색들을 낱개의 패널형태로 너른 벽면에 채우거나 전시관 로비에 길게 내려뜨려 공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들과 함께 독특한 사진설치 작업으로 삶의 역사와 인간 존재에 관한 그윽한 울림을 만들어 온 조덕현은 이국문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했던 소복차림 귀부인의 초상사진을 거울 속 겹겹의 반복된 이미지로 메아리지게 한 <레이디 로더미어 콜렉션>과, 생명의 온기가 사라진 퇴색한 여러 점의 크고 작은 인물사진들을 통해 존재의 소멸과 흔적을 반추시켜보는 <노라 콜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심영철의 <전자정원>은 금속성 매재와 반사되는 빛, 어른거리는 무지개색깔 등으로 디지털 문명사회의 인공적인 삶의 환경을 꾸며 보여주면서 발코니공간에 내놓은 구멍 뚫린 금속조형물들인 <모뉴멘탈 가든>을 설치해 놓았다. 굵은 필치의 서예작품으로 글자의 의미를 함축시켜 풀어내는 허회태는 <玄玄> <觀慧> <光>등과 함께 옷장가구에 서예 필치를 무늬처럼 올린 <탄성>으로 서예의 또 다른 시도를 선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소재와 이미지, 메시지들이 혼재된 ‘꼴라쥬’ 전시는 그만큼 작가 개개인의 독자적 예술세계들을 모아 우리시대 삶과 문화의 한 단면들을 보여준다. 작품의 배경도, 관점도, 전달하는 형식도 각기 다른 일곱 작가의 꼴라쥬 속에서 전시 이상의 문화흐름에 대한 가늠을 취해 낼 수 있는 기회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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