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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너머의 세상 - 롯데화랑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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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9-05-09 17:16 조회8,1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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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너머의 세상

    오월이다. 여느 때보다 도청 앞은 심란한데 올해도 여전히 5ㆍ18 2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해마다 광주의 오월을 기념하는 전시들이 있어 왔다. 올해는 광주 롯데화랑이 먼저 촛불을 켰다. ‘창 너머의 세상’이라는 이름의 기획전으로 5월 8일 시작되어 20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80년대 광주 민족민중미술, 즉 참여미술 궤적의 현재를 조망해 보는 자리인데, 김희련 김희상 박태규 박하용 천현노 등 5인의 최근작들이 소개되고 있다.


    김희련은 쪽물염색된 푸른 천위에 물고기와 오리, 수초 등을 그려 길게 늘어트리고 그 앞에 굴삭기들의 실루엣을 오려 매단 <제 어미 가슴에 칼을 디민다>라는 설치작품으로 환경훼손 문제와 함께 최근 회자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을 풍자하고 있고, 박태규는 <나눔 꽃>이라는 제목으로 스티로폼에 신문지를 덮어 바른 뒤 영산강 발원지와 이웃과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 푸른 하늘, 촛불 등을 그려 흩날리는 꽃모양으로 벽면에 배치하였다.


    박하용은 전통 불화기법과 양식을 차용하여 은하수처럼 물결 지는 촛불들 사이로 어른거리는 <선재동자>의 간구하는 모습과, 온통 연기 속처럼 뿌옇게 일어나는 연무들 위로 혼령처럼 떠가는 은빛 구름무늬를 섬세하게 묘사한 <일어남 사라짐> 등을 보여주고 있다.


    조각을 계속해 온 김희상은 나무가마에서 구워낸 소조상들을 <사람 꽃>이라는 연작 제목으로 전시하고 있는데, 친근한 삶 속의 인물들이면서 마치 오백나한이나 운주사 불상을 연상시키고, 같은 조각가인 천현노는 이전의 소조작업들과 판이하게 다른 LED를 곁들인 스테인레스 스틸 원판 위에 도청 앞 분수대를 둘러싼 시민군들이나 끌려가는 사람들, 계엄군의 진압장면 등 익숙한 사진들을 부식시녀 만들어낸 실루엣으로 보여주거나 벽에 그림자를 지워 재현시키고 있다.


    이 전시를 기획한 고영재 큐레이터는 “‘지속해야 할 가치’로서 보편성을 유지하기보다는 역사의 한쪽을 장식한 과거로서 인식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전시를 꾸리게 된 작가 5인은 모두 80-90년대 학내 미술운동을 시작으로 현장에서 활동했던 이들이다. 더불어 ‘나는 그렇게 치열했다’를 치기 삼아 마음껏 드러내지도 않는다”라고 전제한 뒤 “그들의 현재에 무게 내지는 수식어를 달아주고 싶지 않다. 직접 그 세대를 함께하지 못했기에 내가 보는 것은 체화되지 않은 사실에 불과하다. 그 사실이 신화처럼 박제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80년 둥이가 벌써 30세가 다 되어가고, 이제 많은 청년세대들이 그 사실을 빛바랜 사진자료나 기록들, 책자, 작품들을 통해 지난 과거사처럼 이해하게 될 만큼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오월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광주롯데화랑  062-22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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