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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붉은동백,소담한홍매화-강남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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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6-13 14:21 조회8,5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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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긴 기간동안 형체와 대상이 불분명한 강렬한 원색들의 흩뿌리기 추상화면으로 자기세계를 모색해 오던 강남구의 꽃그림전이 나인갤러리 초대로 열리고 있다. 그동안 대비적인 원색들을 흘리고 뿌리면서 도드라지는 두께를 갖는 물감층들과 부분적으로 굵은 붓터치를 곁들이는 비정형추상 화면들이었다면 얼마전부터 꽃의 형태로 구체성을 형태를 띠기 시작하면서 안개에 젖은 듯한 몽롱한 뒷배경과 함께 꽃풍경들로 바꾸어 작업을 해왔다. 여전히 붉고 푸르고 노란 원색들이 흰색 또는 묵직한 암청색들과 어우러지면서 밀집과 여백, 격렬한 충돌과 해소의 화면으로 펼쳐지고 있다. 6월 9일(목)부터 15일(수)까지는 예술의 거리 나인갤러리에서, 바로 이어 17일(금)부터 24일(금)까지는 봉선동에 있는 남구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계속되는데, 필력 좋기로 이름난 한송주씨의 전시 서문의 일부를 발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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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을 던지면 그림이 안되는 사람


    - 한송주 / 문예비평가


    ... (생략)

    강남구 아형과 10년 전에 보길도에 간 적이 있다. 거기에서 그의 붓질을 처음 구경했다. 그건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는 부끄럼을 많이 타 작업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길 싫어하는 성품이다.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자주 술잔을 나누는 사이이면서도 지척에 있는 그의 둥지에 가서 논 적이 없었다. 보길도의 그 숲색과 물바람과 갈매기와 그 햇살들에 취해 그는 아이처럼 아주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아, 저런 것이구나. 그림 그리는 게 저렇게 신나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며 나는 덩달아 흥그러워서 열심히 소주잔을 기울였었다. 그렇게, 그는 쉬지 않고 미친 듯이 붓을 달려 한 나절만에 일고여덟매의 화면을 단숨에 생산해 내는 것이었다. 그 때 옆에서 엿본 그의 붓 느낌은 화려하고 유연하고 자유롭다는 거였다.

    두 번째 붓느낌은 5년전 전시회에서 받은 것이었는데 매우 강렬하고 무겁고 웅혼한 것이었다. 바다햇살 속에서 느꼈던 유쾌발랄했던 붓질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심각침통한 모뉴망이었다. 그것은 슬프고 달콤하고 혼돈이었던 그의 젊은 생애가 어둡고 외로운 작업장에서 불타오르고 식어 자빠지고 피흘리면서 잠들었다가 이제야 부스스 일어나 세상 가운데로 막 걸어나온 형상이었다. 컬트형 카니발 난장에서 포식하다 남은 핏덩이 같은 식탐과 섬뜩한 유혹을 느끼게 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의 작업장에 가서 보았다. 그의 세 번째 붓질을, 거기에는 내가 훔쳐보았던 두 개의 붓 느낌이 혼융되고 정리된 제3의 세계가 구형되어 있었다. 선혈이 낭자한 꽃숲 속에 창백한 작가가 미소지으며 서 있었다. 피가 뚝뚝 듣는 동백꽃들은 작가 몸 속의 피를 몽땅 빨아올려 살을 찌운 게 분명했다. 모더 준 뒤의 달콤한 현깃증을 느끼며 선열에 닿아 있는 그의 마음을 아, 점결하고 소담한 홍매화가 앞에서 아리땁게 드러내어 주고 있었다.

    ...(생략)
    [200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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