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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로 생멸하는 생명존재 - 김주연 생명설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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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9-09-10 21:24 조회8,3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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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로 생멸하는 생명존재



    예술작품은 작가의 사상과 의식과 감정이 담겨있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따라서 작업실 밖 전시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사이에도 각자의 반응에 따라 갖가지 불특정한 파장들을 일으키며 생명력을 발휘한다.


    그런 예술의 생명력이 실재의 생명체를 만나 예기치 못한 공간에서 뜻밖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메타포모시스 3’이라는 주제로 광주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김주연의 작품 특성이다. 전혀 생명이 자라날 것 같지 않은 묵은 신문더미들 표피에서 마치 이끼가 퍼지듯 생명들이 싹을 틔우고 제법 줄기를 뻗으며 자라나다 시들어 사그라지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늦으막이 순을 올려 뻗어 오르기 시작한다.


    갤러리 천정에 거의 닿을 정도의 3.8m 높이에 폭도 2.5m, 1.7m이다. 형틀을 지탱해 주기 위한 철제파이프 비계들이 약간씩 드러나 보이면서 거대한 탑과도 같은 몸체로 신문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그런 신문지탑 표면에 조심스레 겨자, 무우, 클로버, 배추씨 같은 10여종의 씨앗들을 붙여주고 문을 적셔줘 싹을 틔우도록 하였다. 물론 착상되지 못하고 떨어지거나 말라 죽는 씨앗들도 많지만 경이롭게도 그 신문더미 표면에서 작은 생명들이 사람 살갗의 털처럼 자라나 빼곡히 푸른 기운을 채워가고 시들고 죽어가는 생명의 순환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변화하고 성숙하는 것이라는 ‘이숙(異熟)’이라는 테마의 연작을 거듭하고 있는 작가는 독일 유학파 출신으로 2002년 서울 사루비아 다방자리 갤러리에서 지하공간이라는 특성을 살려 여성의 드레스에 씨앗을 싹틔우는 생명 설치작업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고, 올 봄에는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실에 거대한 책장을 설치물로 만들고 그 책들 표면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살아있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전시장 안에 살아있는 뱀이 사육되거나, 바닥 가득 밀이 자라거나, 음식이 부패하며 곰팡이들이 번식하고 소멸해 가는 등의 생명현상을 주제로 한 현장진행형의 작품들이 간간이 선보여지긴 한다. 그러나 그들 못지않게 김주연의 작품이 갖는 매력은 인간 삶과 직결되는 무생물의 소재들에 예술이라는 이름의 개념적 가치 이상의 실재하는 생명을 발아하고 배양하면서 동양적인 생명순환 이치를 시각화시켜내고 잔잔하면서도 내적 공명이 깊은 선적(禪的) 울림을 만들어낸다는데 있다.


    개인적으로 채식을 즐겨해 수경재배 과정에서 모티브를 발견해내긴 했지만 본래 회화전공에서 출발하여 설치와 사진을 겸한 작업들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셈이다.


    김주연의 개인전은 9월 4일부터 20일까지 증심사 가는 길목에 자리한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062-223-6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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