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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미라의 '우화소 羽化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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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9-11-24 19:22 조회9,3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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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동안 참여미술 현장에서 거친 호흡을 함께하다 서정적 리얼리즘으로 잔잔하게 침잠해 들던 서미라가 오랜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광주 예술의거리 원갤러리에서 ‘우화소 羽化所 풍경’이란 제목으로 다섯 번째 발표전을 열었는데, 대부분 2008년과 올해에 제작된 최근작들을 선보였다.

     

    예전의 시대의 그늘 속 존재들에 대한 가녀리고 어두우면서도 촉촉한 감성이 배어나던 작품들과 달리 이번 작품들에서는 밝아진 색조와 생동하는 붓끝의 움직임, 넓어진 풍경 등에서 훨씬 생기와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시작>의 경우, 겨울추위가 가시지 않은 너른 강변에 늙은 매화에 꽃이 피어나고 촌노는 모닥불을 지피어 올린다. <길> 또한 나뭇가지만 앙상한 나목들의 가로수길이 휑하기만 하지만 잔설이 녹고 있고, 희뿌연 안개에 쌓인 먼길이 아득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일렁이는 대지>에서도 얼어붙었던 흑갈색 대지에 푸른 희망의 싹들이 약동하는 필촉들로 생명을 틔워내고 있다. 물론 소재 면에서는 이전에도 즐겨 다루던 매화나, 망월, 인동초, 마늘 같은 시골생활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작가 특유의 회화적 붓질의 맛과 감성을 담아 서정성을 짙게 담아내고 있지만, 화면형식에서만큼은 눈에 띄는 뚜렷한 변화들로 새로 나서려는 길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출품작 가운데 화려하고 고운 자수와는 다르게 큼직큼직 땀을 엮어 천에 수를 놓아 묘사한 <햇살 가득한 날> 등의 고추와 무는 아낙들의 살림과 민예적 수공으로 드로잉방식의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 붙여 정경운 교수(전남대학교 현대문학)는  ‘<길>(2009) 한가운데에 선 채 작가 스스로가 던진 존재론적 질문을 받아들이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길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묻기 위한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전형적인 메타포다… 안착감을 과감히 벗겨내고, 맨몸으로 나선 ’길‘은 그 영혼의 무게를 정면으로 응시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길>에서 서성거리는 작가의 존재를 담아내고 있는 청회색빛은 이번 작품들 곳곳에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만월을 향해 뻗쳐오르는 꽃들 <망월>(2009)…그림들이 빛으로 온통 무장하고 있음에도 도리어 적막감으로 다가온다. 적막함은 벌거벗은 맨몸의 표징이다…

    <일렁이는 대지>(2009)는 존재의 근원에 맞닿은 자가 세계의 시간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예외 없이 작가의 색빛인 청회색은 나무숲의 심연으로 들어가 일렁거리는 우주의 시간과 한 몸으로 흔들리고 있다. 웅웅거리며 진동하는 흑녹색의 떨림은 무심한 한 풍경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의 시간을 생성해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야 서미라는 전율의 시작점에서 서서 세계의 욕망을 처녀처럼 만나고 있으니, 아직 들어보지 못한, 밟아보지 못한, 견뎌내지 못한, 천개의 작은 일렁거림이 있음을 숙제처럼 껴안을 일이다’ 고 마음을 건네고 있다.


    서미라는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3년부터 이번 발표전까지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육인회ㆍ탈이미지회ㆍ보다나리 등의 그룹전과, 광미공 오월전, 전국청년미술제, 민중미술15년전, 동학농민혁명100주년전, 남녘의 산하전, 97광주통일미술제, 숨쉬는 남빛, 춘설헌에서 운림산방까지, 야생화-낯은 꽃의 노래 등의 전시에 출품하였고, 대불대ㆍ광주여대에 출강하였다. 보성군 웅치면 대산리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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