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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필로 누빈 무등산 진경전- 최진우 한국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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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01-13 18:16 조회9,0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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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필로 누빈 무등산 진경전-최진우


    사실주의 미술을 지향해 온 한국화가 최진우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월 5일부터 19일까지 광주 롯데화랑 초대전으로 마련된 이 전시는 비로소 불혹을 맞아 작년에 서울 LIGHT갤러리에서 가졌던 첫 전시에 이은 광주 개인전이다.

    ‘踏- 발로 찾은 무등산’이라는 전시제목에서 말하듯 그동안 천착해 온 진경산수 작업의 주 소재로 무등산을 택해 수없이 발품을 팔며 산자락들을 누비고 살피고 호흡하면서 교감한 산의 형세와 기운을 절제된 필법과 먹색으로 담아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90년대 중반부터 현실주의 참여미술 진영에 참여하여 적극적인 작업을 펼치다 개인사의 변화로 교직에 몸담게 되면서 2000년 이후 거의 5년여 간을 학교생활에 집중하느라 최근에야 다시 작업을 손대게 되었고, 그런 독자적 진경회화 탐구의 흔적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등산이 하나하나 보여주던 속살들을 모아서” 그렸다는 <생동하는 무등산>은 겸재의 금강전도를 염두에 두고 독자적 필법으로 무등산 전체를 담아보려 했던 작품이다. 종축의 크지 않은 그림 속에는 도시의 소란스러움이 묻어 들어오는 버스정류장부터 증심사와 약사암, 세인봉, 중봉까지를 하단에 배치하고, 상단에는 장불재, 서석대, 입석대, 천왕봉 등의 원경까지를 연결하고 있다. 하단은 짙은 먹색의 태점들을 모아 여러 갈래의 능선과 골짜기를 근경으로 다루고, 상단은 대비적으로 엷은 필묵들로 부드러우면서 묵직한 무등산의 품새를 담아내었다.

    거의 비슷한 각도에서 부감법으로 바라본 <무등산 산행도>는 마치 고지도에서 각각의 능선과 봉우리들이 중심부를 꽃잎처럼 둘러싸듯 다시점으로 구성되었고, <무등전도-3>는 비슷한 각도이면서도 시점을 좀 더 낮춰 산세가 고원산수처럼 훨씬 웅대하게 솟구쳐 보이도록 하고 호랑이 잔등처럼 이어지는 능선과 골짜기들에 수묵농담으로 옷을 입혀 무게감을 더하였다. 또한, <무등산 중봉에서 본 광주> 같은 경우에는 향로봉에서 서석대까지 횡단하는 난코스를 어렵게 답사하여 서석대에서 바라본 광주를 직접 조망한 뒤 그려낸 작품이다. 화면을 따라 횡으로 길게 누운 장불재 능선을 두 개 송신탑과 함께 얼룩지듯 먹빛이 다른 반점들로 묘사하고 그 너머로 빼곡이 들어찬 도시의 건물 숲들이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게 펼쳐 놓았다.     

    그런가하면 <무등산 소견>은 비슷한 시점이지만 마치 2도 목판을 겹쳐 찍어내듯 짙은 먹색과 엷은 먹색이 중첩되며 산세를 잡아내고 화면 아래에는 ‘…그날의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스케치북을 꺼내 구름 속에서 나타난 천왕봉의 모습을 담아냈다… 겸재가 금강산을 그릴 때 마음을 무등산을 통해 알 수 있었다’는 화시같은 작업노트를 곁들여 넣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에는 그의 초창기 작업이라 할 <천불천탑>(1995)과 <힘겨운 걸음>, <다짐>(1997) 등 오래 전의 그림들도 함께 선보여지고 있다. <천불천탑>은 무등산 가득 998개의 불상과 1000개의 탑을 세우고, 각각의 석불의 얼굴은 역사 속으로 스러져 간 민주열사들의 초상을 그려 넣었는데, 특히 1000개 중 두 개의 불상 대신 오월 당시 임신상태로 총에 맞아 숨진 최미애 열사의 하얀 드레스를 입은 결혼사진과 세상 빛도 보지 못하고 숨진 아이를 화면 최정점에 승천하듯 그려 넣은 장대한 무등세상 수묵산수 인물화이다. 또한 <힘겨운 걸음>은 힘겹게 지게를 지고 가는 농로의 촌부 너머로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는 그림으로 수묵처리된 전체 화면에서 드문드문 채묵을 쓴 푸른 풀빛과 덤프의 주황색이 대조되며 메시지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해를 달리하며 서울과 광주에서 이어졌지만 사실상 불혹을 계기로 자신의 화업에 대해 새로운 다짐을 실천해내는 발표전인만큼, 늘 부드러움 속에 현실적 리얼리티에 충실하고자 했던 작가의 회화세계에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 조인호(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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