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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민중항쟁 30주년 기념 ‘오월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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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05-25 20:12 조회11,0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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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민중항쟁 30주년 기념전 ‘오월의 꽃’


    5.18민중항쟁 30주년을 기념하여 ‘광주정신’을 보다 열린 시각에서 접근하고 재해석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5ㆍ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위원장 정동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단장 이병훈), 재단법인광주비엔날레(이사장 박광태), 광주시립미술관(관장 박지택)이 공동주최하고, 광주비엔날레와 광주시립미술관이 함께 주관하여 마련한 이 전시는 ‘오월의 꽃’이라는 이름으로 5월 12일 시작되어 6월 13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1ㆍ2층 전시관과 구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 조성된 쿤스트할레광주,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뒷길 만성회관 지하에서 계속되고 있다.


    총관 책임기획은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상임부이사장이 맡고, 광주비엔날레 조인호 전시부장겸 특별프로젝트부장과 윤익 광주시립미술관 윤익 학예연구실장이 공동기획을,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라 산드로니니가 코디네이팅 큐레이터, 광주비엔날레 이은하 선임 코디네이터 등을 맡아 짧은 기간 동안 12개국 25명(국외 15, 국내 10)의 작가들로 힘들여 만들어낸 오월 기념행사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거대한 욕조에 검푸른 잉크물을 채워 넣은 이불의 <천지>, 추락하는 돈과 명예를 회전하는 컨베이어벨트의 동전들과 영상으로 풍자하고 있는 이경호의 <Circulation>, 시커먼 때국에 찌든 탄광 광부들의 노동현장에 철판날개를 달고 나타난 작가자신의 사진과 벽에 날개를 드로잉하고 노동자들을 앉혀 날개를 달아 준 사진 연작들로 구성된 이고르 그루비치(크로아티아)의 <더러운 얼굴을 한 천사들>, 스촨성 대지진 때 더 많은 희생을 불러왔던 겉만 번듯한 부실한 학교건물과 이를 가리려는 중국정부의 허상을 희생자들의 명단만이 흐르는 영상으로 비판한 아이 웨이웨이(중국)의 <4851>, 닫힌 어둠 속에서 냉기와 강풍에 점차 말라 시들어져 가는 꽃들과 5ㆍ18 기록사진들을 설치한 알프레도 자(칠레/미국)의 <백화제방>, 오월 주요 역사현장을 경유하는 518번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며 정류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빈 유리병에 공기와 현장에서 채취한 소품들을 넣도록 하고 질문에 답한 메모들을 꽂아 150여개를 전시장에 글자모양으로 매달아 설치한 밥티스트 코엘료(인도)의 <오일팔>, 서양문화를 상징하는 케첩과 동양문화의 상징 간장으로 치열한 싸움과도 같은 퍼포먼스를 벌이고 그 흔적을 그대로 전시물로 남겨놓은 차이 유안 & 지안 준시의 <케첩과 간장의 전투>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오월의 꽃에는 광주작가 5인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중 김주연 이이남 허달용의 작품이 시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허달용은 전체 화폭의 2/3정도 되는 넓은 먹색 면에 초생달만 떠 있고, 하단에는 구 전남도청의 야경을 사실적으로 그려 넣은 수묵사실화 <하현 下弦>과, 태양을 가린 검은 지구 속에 화석처럼 희미하게 드러나는 국회의사당을 배치한 <일식 日蝕 - 4>, 역시 태양을 가린 헬기와 쏟아 붓는 물줄기를 길다란 화폭에 흑백효과만으로 그려낸 <일식 日蝕 - 2>를 출품하였다.


    또한 이이남은 사도세자의 고사를 원용하여 뒤주 3개를 나란히 놓고 그 속에는 ’80년 5ㆍ18 당시의 기록영상을 거꾸로 돌리거나, 뒤주 속에 웅크린 사람, 밖으로 뛰쳐나오기 위해 계속 뛰어오르는 사람의 영상을 뒤주뚜껑의 틈사이로 내다보이도록 하였다. 대부분 고밀도의 영상애니메이션으로 고전 명화나 낯익은 전통회화를 동영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던 그가 애니메이션 기법이 아닌 영상을 그대로 쓰면서 디지털기기와는 전혀 무관한 생활소품 오브제에 영상설치로 선보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계속해 온 유사한 방식의 연작작업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와 함께 5ㆍ18을 기념하는 전시성격에 맞춰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한 작품이다.


    김주연은 일상 삶과 노동과 대량생산 소비사회를 연상케 하는 <티셔츠>와<PP 원피스>를 출품하였다. 산업용 비닐포대를 바느질 엮어 남든 확대된 옷인데, “도시의 산업 노동현장에서 하찮게 쓰이고 버려지는 비닐조각이지만 여러 개가 연이어져서 하나의 형태를 만들고 상징적인 자신만의 기능을 갖는다. 광주의 5.18은 서민들이 마음과 뜻을 합하여 이루어낸 숭고한 정신이다. 그 정신과 실천은 일상과 노동현장에서 민주주의의 바탕에 큰 토대가 되었고 이 작업은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쿤스트할레광주은 아트센터광주라는 의미의 독일어로 ‘아시아문화마루’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14년 개관으로 늦춰짐에 따라 그동안 전당사업과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쇼케이스 기능을 할 임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공식적인 개관은 7월이지만 그에 앞서 오월 현장의 전시연결을 위해 잠시 공사를 중지하고 사용 가능한 공간에 ‘오월의 꽃’ 작품을 설치한 것이다. 이곳에는 라이너 가날(오스트리아/미국), 세실리아 트립(미국), 밥티스트 코엘료(인도) 등과 함께 광주작가인 권승찬, 마문호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권승찬은 24정도 컨테이너의 좁고 긴 통로의 양쪽 벽을 이용하여 ’80년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계엄군인 공수부대원과 평범한 시민인 여인의 사진을 그 특유의 빨간 표식을 들려 <Place>라는 제목의 라이트박스 형태로 마주보게 설치하였다. 이와 함께 넓은 창문을 이용해 후라이팬에서 회오리치듯 퍼져나가는 한글과 영문 대문자 소문자 붉은 글씨들을 시트지 커팅으로 처리한 <언어는 액션이다>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마문호는 쿤스트할레광주의 뒷마당에 짐을 가득 실은 1톤 화물차를 들여놓고 그가 주로 다루는 포장천을 잇고 바느질로 인물들을 묘사한 <부유-열망>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한세대가 지나가고 또 한세대를 맞이한 오월의 일상... 끊임없이 돌아가는 우리의 사람살이처럼 저항이란 낱말은 거리의 쓰레기처럼 떠돌고 있는” 무심한 현재를 표현하고 싶었다 한다. 소시민적 일상문화를 담아내며 주로 포장천과 비닐, 헌 옷가지 등을 이용해 실내작업을 해오던 그가 옥외 설치로 드물게 시도한 작품인데, 포장천의 한쪽 옆면 부분에는 역시 흰 실로 바느질된 인물드로잉이 드러날 듯 말듯 희미한 무늬처럼 표현되어 있다.

                       


    전시공간 중에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폐공간을 활용하는 곳도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뒤에 있는 만성회관의 지하2층 옛 유흥주점 공간인데, 내부 장식들이 다 없어지고 콘크리트의 무표정한 회색빛과 지하공간의 음습하고 서늘한 공기만 감도는 지하에 매튜 슈라이버(미국)가 레이저 설치로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였다. 붉은 레이저 광선들이 정교하게 계산된 설치에 의해 중앙의 한 초점으로 모아지고 펼쳐지면서 희뿌연 스모그와 먼지입자들 속에서 독특한 시각체험을 제공해 준다.


    이 밖에도 이번 ‘오월의 꽃’ 전시에는 세실리아 트립(독일/프랑스), 캔디스 브라이츠(남아프리카공화국/독일), 도라 가르시아(스페인), 주세페 스탐포네(이탈리아), 카더 아티아(알제리, 프랑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이탈리아), 라이너 가날(오스트리아/미국), 토니 아우슬러(미국), 백남준, 변종곤, 강성욱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전시개막에 앞서 5월 11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50분 동안 전남대학교 대강당에서는 세계적인 인권가수이자 작곡가, 행위예술가인 아르트 린제이(미국/브라질)의 콘서트퍼포먼스가 열렸다. 공연 전 대강당 파사아드 창들과 계단을 이용해 75명의 무용, 연극 전공 참여자들이 퍼포먼스로 서막을 열고, 공연 중에도 객석과 무대 위에서 동작들로 퍼포먼스를 곁들이며, 11줄 기타로 기괴한 소리를 섞은 연주와 함께 감미로운 목소리의 노래들을 들려주는 아르토 린제이와 6인의 뮤지션들이 펼치는 대단히 파격적이고 독특한 형식의 콘서트 퍼포먼스였다.


    아울러, 5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인 용지관에서는 ‘오월의 꽃- 국제학술회의’가 ‘예술의 두 얼굴 - 대중과 예술, 그리고 시장’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열리기도 하였다. 최근 30권 마지막본까지 [만인보]를 완간한 고은 시인의 기조강연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최협 위원장의 대담으로 문을 열고, 리차드 노블(런던 골드스미스대학 교수), 알프레도 자(작가), 멜리사 추(아시아소사이어티 디렉터), 아이 웨이웨이(작가)와 이용우(광주비엔날레 상임부이사장)의 대담, 히사시 무로이(국립요코하마대학 교수), 마미 타카오카(도쿄 모리미술관 수석큐레이터) 등이 ‘예술의 저항적 실험적 가치와 예술운동’, ‘시장 지배현상의 대두와 비평의 쇠퇴에 대한 대안’, ‘예술과 미디어, 시장, 그리고 관객’이라는 소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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