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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술년에 부치는 '조선의 아침'- 전정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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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0-11-27 16:31 조회9,5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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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술년에 부치는 ‘조선의 아침’


    경술국치(1910. 8.29) 100주년을 맞아 특별히 기획된 전정호개인전이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1월 18일부터 12월 1일까지 ‘조선의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기획초대된 이번 전시에 대부분 대작들인 2010년도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전부터 전정호의 작업을 주의 깊게 살펴 온 일본인 작가 야마구치 이즈미(山口泉) 씨의 평문 일부를 통해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자 시대를 넘나드는 민주 인권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고통마저 아름다운 화포(畵布)

    - 미술의 전사(戰士) : 전정호의 변증법적 화업(畵業)에 부친 7장


    … 전정호를 나는 만났다. 그것은 나의 생애에 있어서의 하나의 ‘사건’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전정호 작품의 특징이란 무엇인가? 그의 작품이 맑은 미의식과 그 미의식의 화면에서의 발현을 뒷받침하는 탁월한 기량에 지탱해지고, 설사 시사적ㆍ정치적 요청이 돌출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회화’로서의 자립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지적할 수 있다. 회화가 어떻게 하더라도 회화이며 어떠한 상황아래서 그려졌다 해도 확고한 ‘메시지’임과 동시에 그것과 부즉불리(부즉불리)의 사물로서 ‘아름다움’일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안쓰러우리 만큼의 특질은 시간의 경과를 따라 더욱 더 명백하다.

    화가로서의 타협이 없는 식견과 함께 풍부하고 확실한 인간관이 표리일체가 되면서 풍자나 선동을 위해 고의적인 대상에 대한 희화화나 추악화는 신중하게 끊임없이 물리쳐진다. 그 결과 역사의 비극이나 비탄이 가장 심한 곳에도 피해자는 어디까지나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가지고 서 있고, 거기에서는 아픔이나 괴로움조차도 그 역사적인 무게를 1밀리그램도 잃지 않는 채 표현되어, 그러나 ‘인간’에 귀속함으로서 아름답다. 그가 자주 그리는 마을 노인의 미소처럼, 어린아이의 눈길처럼.

    이러한 달성이, 구체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화가가 특히 인간 개개의 ‘얼굴’을 ‘피하지’도 ‘속임수’도 없이 끝까지 그려내려고 하는 노력에 의해 가능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나는 아울러 지적해두고 싶다. ‘민중’이라고 한 마디로 묶어져 버리는 집합체가 아니다. 이름과 내력, 제각기 둘도 없는 개인사(史)를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사회와 역사가 구성되어 있다는 인간에 대한 경의가 우선 무엇보다 그의 화면에는 있다. 그리고 그려진 인간은 청초하게 빛난다.

    전정호라는 화가의 일이 수많은 프로파간다 미술과 다른 점은 거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거기에는 반드시 인간의 생명의 흔들거림 그 자체가 투영된 화포가 남겨진다.


    일제하에 강제 연행되어 그 존엄을 빼앗긴 여성들, ‘광복’ 이후 해방되었을 터인 한반도에서 아직도 이어지는 부당한 착취에 시달리면서 계속해서 싸웠던 여성들. 전(全) 인류사를 부감했을 때 이른바 보편적인 ‘차별’이 여성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일본의 식민지지배 100년이라는 역사가 초래한 모순의 집약 점의 하나로 그녀들의 모습을 그리려고 하는 남성화가ㆍ전정호의 자세는 지극히 정당하리라…


    … 이러한 곤란한 시대에 있어서 예전에, 명시적인 투쟁을 화가로서의 모든 존재를 걸어 행동해 온 전정호와 그 작품과는 그래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 느껴진다. 분노나 비탄 바로 그것이 아름다운 회화. 투쟁의 무기가 무기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화로서의 자립성에 있어서도 훌륭한 ‘작품’으로 성립하고 있는 회화. 화포가 사람의 생명 자체의 투영인 것 같은 숨결을 내장하고 있는 회화. 그러한 회화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관람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지상에 자유를 실현하려고 하는 화가의 영광일 것이다.


    - 야마구치 이즈미(山口泉, 작가), 전시카달로그 서문 중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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