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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부터 비롯되는 이웃 또는 타인의 관계 - 內外之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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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5-30 19:58 조회8,2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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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부터 비롯되는 이웃 또는 타인의 관계 - 內外之間



    오월 가정의 달에 맞춰 ‘사랑’을 주제로 기획한 광주시립미술관의 <내외지간 內·外·之·間>전이 열리고 있다.

    영문 전시명인 ‘Ego, Nonego & Relation’에서 함축하고 있듯이 일반적으로 일컫는 부부지간의 다른 말로 내외지간이 아닌 나 자신과 가족, 이웃,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환기시킨다는 다소 포괄적인 개념이다. 끊임없는 변화와 긴장의 사회 일상에서 위기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는 동시대 서로에게 희망과 위안을 나누는 가족이라는 가장 큰 원동력의 의미를 일깨우고자 마련했다는 전시다.

     

    전시는 4월 14일 시작해서 오는 6월 19일까지 시립미술관 본관 3ㆍ4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데, 강행복 이석원 정광희 정송규, 정춘표 하성흡 등 여러 분야에서 독창적 작품세계를 펼쳐내는 여섯 작가의 최근 작 4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구성은 전시명 그대로 內ㆍ外ㆍ間을 3 섹션으로 나눠 각 2인씩의 작가를 배치하였다. 이 가운데 ‘內’는 자아성찰, 자신에 대한 사랑‘을 기본 주제로 내걸었다. 전시를 기획한 황유정 학예사는 “모든 사랑의 출발은 ‘나’자신으로부터 비롯되며 현재의 자기가 있기까지 얽힌 기억과 습관, 생각의 덫, 세상에 대한 믿음 등에 대한 성찰을 통해 가능해 질 수 있는 자신과의 사랑의 대화”를 다루어 보고 싶었다 한다. 그래서 ‘자아성찰’을 화두로 삼고 있는 중견 이석원과 젊은 세대의 정광희를 초대하였다.
    다분히 불교적 정신성이 짙게 깔린 이석원의 <명상> <염원> <십장생> 화면은 모두가 작은 아이콘 같은 좌불형상이 투각된 둥근 원들이 낮은 두께로 반복 배열되어 채워지면서 큰 나무나 십장생 이미지들과 어우러지거나, 도시 인간들의 가방에만 잡지를 오려붙인 좌불상들로 세속적 색과 공의 대비를 이루게 하는 등 절제된 내면의 사유공간으로 가라앉아 있다.
    정광희의 화면도 주조는 회흑색의 무채색조이다. 한지 고서를 조밀한 두께로 접어 켜켜이 밀집시켜 만든 잔잔한 굴곡과 음영효과의 화면에 굵게 쓸어내린 필획 형태이거나 단순 정갈하게 내려 접은 듯한 구성에 먹색을 우려내어 농담을 대비시킨 미니멀한 공간이 병렬되어 있다. <아는 것 잊어버리기> 연작 제목처럼 지식과 관념의 집적일 수 있는 고서들의 텍스트 위로 묵언의 먹빛이 널찍하게 드리워지며 본원적 성찰로 침잠해들고 있는 작업이다.    


    ‘外’는 ‘나’를 둘러싼 세상의 존재에 대한 관계를 강행복의 은유와 하성흡의 현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불교적 정신세계가 짙게 깔린 목판화 작업을 주로 해 온 강행복은 <명상> 연작, 또는 <강가에 별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제목처럼 시적 조형언어들이 주를 이룬다. “나를 비움으로서만 내(眞我)가 찾아 진다”는 화두인 듯 자연의 바람과 산과 나무와 달과 별을 벗 삼아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면서 피안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작업과는 대비적으로 하성흡은 일상 속에서 더불어 사는 이웃들의 초상을 삶의 공간 그대로 화폭 속에 사실적으로 담아내었다. <부성세탁소> <남일카센타> <소문난철물> <은강한정식> <청운수퍼> 등등 모두가 생업의 현장 속 주체로서 모습을 특별한 회화적 기교나 가감 없이 묘사해내고 있다. 마치 하성흡이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만인보와도 같은 연작들과 더불어 <화가의 작업실>에서 작가 자신의 모습을 더하고, 그런 자잘한 일상들을 밖에서 바라다보는 듯한 <장동 풍경>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間’은 사람의 관계, 특히 가장 유연하고도 질긴 끈으로 엮어진 가족에 대한 작업들로 원로 정송규 화백과 청년세대의 정춘표를 초대하였다. 평소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치 씨실 날실을 엮어 짠 조각보 같은 작업을 주로 해온 정송규 화백은 캔버스를 연이어 붙여 만든 9m에 이르는 긴 대형 화면에 아이들의 레고 장난감 조각들을 붙여 동화나라 같은 천진스런 세계로 <나, 너 그리고 사랑>을 꾸며놓았다.
    정춘표는 북어들이 담긴 액자들을 벽면 넓게 배치하며 <물처럼 바람처럼>을 꾸며 놓았다. 육탈을 앞둔 듯한 마른 북어들이 싱싱한 생명력을 다시 일으켜 무리지어 이동하는 듯한 배치를 통해 가족의 연대와 애정, 안녕을 기원하면서 거기에 희망의 메신저 같은 작은 새를 곁들였다.


    이와 함께 전시장 한쪽에 ‘작가들의 터’를 구성하고 작업도구나 소품, 작업 포트폴리오, 도록 등을 비치하여 작가들의 호흡을 느끼게 하고, 아울러 다른 공간에서는 작업실에서 촬영한 인터뷰 영상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작가들과 더 많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가족, 가정의 달, 식상해 질 수 있는 테마지만 모처럼 만나는 작가의 작업도 있고,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대작을 내 놓거나 연작주제로 집중력 있게 최근 작업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어 귀한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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