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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빛 기운에 생명의 개화를 본다 - 김영삼 문인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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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6-15 19:55 조회8,4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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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빛 기운에 생명의 개화를 본다 - 김영삼 문인화전


    옛 선비들의 화취가 담긴 문인화를 현대적이고 독자적인 서화세계로 풀어내고 있는 우송 김영삼의 개인전이 상무지구 무각사 문화관의 로터스갤러리 초대로 6월 14일 시작됐다. 서울로 주 거처를 옮긴 뒤 광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지만, 10년 만에 갖는 열한 번째 개인전이라 최근 작업에 대한 궁금증들이 크던 터이다.


    ‘여명의 에세이’라는 전시명이 암시하듯 대부분의 전시작품들은 어두운 수묵들로 바탕이 깔리고 그 위에 간략하게 함축시킨 필묵의 형세를 따라 묵매나 묵죽, 목련과 연꽃 같은 소재들이 올려져 있다. 기본적인 접근에서 문인화가 전통적으로 이어 온 흰 여백의 미를 거꾸로 뒤집어 오히려 엷은 먹색을 채워 새벽 빛 속에 움터 오르는 생명의 개화들을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의 화폭들은 어둠을 털어내기 시작하는 때라 화면도 전시장 분위기도 묵직하게 내리깔려 있다.







    연작 제목 <늘 그러하듯이>처럼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도 그렇고, 새벽녘이면 어김없이 생명들이 깨어나 보드라운 미풍에 살랑거리는 대숲 이파리들처럼 늘 그렇게 환희로운 자연의 순환을 필묵에 묻혀 담아내는 작품들이다.


    “어두움을 뚫고 여명이 밝아오는 아침! 누군들 하루를 시작하는 설레임을 느끼지 않을까... 밤과 낮, 어둠과 밝음, 감추어짐과 드러남을 생각하며 여명의 에세이를 준비했다”며, “전통적으로 문인화에서 보아온 여백을 반대로 채움의 미학으로 변용하다보니 여백 이상의 훈기가 스며든다. 물질문명의 홍수 속에서 정서의 순환을 기대하며 드러남의 환희로움이 현대인의 마음에 자리하기를 생각하며 작업하였다”고 한다.


    어두운 여백이긴 하나 단지 먹색을 넓게 발라 채우기보다는 그 어둠 속 꿈틀거리는 미동들을 옆으로 쓸어 치며 바람결로 채워 내거나, 어둠의 남은 덩어리들이 몽글 몽글 풀어지며 사라지는 듯 엷은 얼룩반점들로 넓은 허공을 두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담묵 위에 올려진 매화나 댓가지들은 농묵이나 갈필의 필획으로 굵직하게 웅크리거나 완급의 속도로 가볍게 뻗어나도록 기운을 잡고, 회갈색 어둔 바탕 때문에 새벽별처럼 더 빛을 발하는 백매나 홍매, 대잎의 연초록 빛을 채색해 올리는 방식이다. 잿빛 어둠에 호롱불 송이처럼 빛나는 하얀 꽃잎의 백련그림 <봄날의 환희로움> 같은 경우에는 ‘화창한 봄날 나무 끝에 연꽃이 달려 꽃술은 등불인 듯 밝아오는데 누구를 그리워하기에 고개를 그리 들이미는가’라거나, 세상이 훨씬 밝아진 목련 작품에는 ‘화창한 봄날 나무 끝에 연꽃이 달려 햇빛을 받아 꽃술 열려 등불인 듯 세상번뇌 삭일려’라고 화제를 써넣어 시심을 돋우고 있다. 


    그림 속에 화제로 곁들여지기도 하지만 글씨만 따로 빼어 독특한 서체로 화지를 구성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네모 크기 안에 <여유로움>을 조형적으로 써넣기도 하고, 주렴처럼 가늘고 긴 종이에 <하나뿐인 나>를 내려쓰면서 ‘눈을 조심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고 맑고 아름다움을 많이 볼 것이며 입을 조심하여 실없는 말을 하지 말고 참한 말 바른 말을 부드럽고 고운 말을 하며...’라고 긴 경구 같은 글을 크고 작고 짙고 엷고 움츠리고 흔들거리며 써 내려간다. 자기존재에 대해 지혜로운 깨우침을 수시로 다잡는 듯 <나는 오직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니 ‘한순간 찰나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채근하기도 한다. 


    금빛바탕을 다듬고 글을 올리거나, 마른 갈대 잎에 금빛을 올려 황갈색을 빛내주기도 하며 소재는 단순화하되 글과 그림과 글씨를 먹과 채색을 조율하고 이리저리 궁리하며 화폭을 풀어낸 작품들이다. 이미 자기세계를 확실히 다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한지바탕을 좁고 길게 다루거나, 거울을 넣은 작은 화폭들을 조합해서 화면공간에 변화를 시도하거나 한 것도 먹그림만이 아닌 시각적 조형적 틀을 달리 찾아보려는 시도들을 계속하고 있다.


    모처럼 오랜만에 갖는 광주에서 개인전에 스승 금봉 박행보 화백을 비롯해서 동료 미술인들, 고향 진도의 지인들, 드물게도 모두 서예가ㆍ한국화가들인 가족들까지 함께 축하의 마음을 나누었다.
    이 전시는 7월 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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