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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작가들의 '젊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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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7-25 20:40 조회8,5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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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작가들의 ‘젊은 시선’


    졸업시즌도 아닌데 요즘 광주는 새내기 신진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들이 잇따르고 있다.

    요 몇 년 사이에 광주미술 현장이 눈에 띄게 젊어졌다는 얘기도 있지만 여러 전시들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20대 신예작가들의 활동량도 그렇고, 벌써 개성이 꽤 또렷한 작품들을 다양하게 내놓으면서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신진작가초대전-젊은 시선](7.15-8.2)과, 광주미술협회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기획한 [2011신진작가 발굴전](7.21-7.31), 대인예술시장 안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 미테가 기획한 [신진10작가 발굴지원전](7.23-8.6), 이들보다 앞서 무등현대미술관이 신진작가 발굴 육성에 뜻을 두고 기획한 [2011아트프로세스전](6.8-8.30), 그리고 대체로 신진작가들이 많이 포함된 [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전](옥과미술관, 6.25-9.22)까지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신진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미 어느 정도 자기 작업의 이미지를 알린 상태에서 몇 군데 전시에 중복해서 초대되고 있는 경우도 있고, 갓 등단하였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예까지 이른바 신세대 군을 이루며 풍성한 싹을 틔우고 있다.


    이 가운데
    기획자부터가 신진이라 할 예비 큐레이터 마소희ㆍ정민초 두 사람이 공동기획한 롯데의 ‘젊은 시선’에는 전동민 박용수 정다운 홍현기 한국인 등 5인이 초대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넘치는 열정 속에서 비치는 두려움, 그것은 불확실한 미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마약과도 같이 녹아들어 ‘예술가’로서 살아가게”(마소희)하는 현실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는 장을 열어 준 것이다.


    박용수는 소와 코끼리, 캥거루, 비둘기 같은 주로 동물을 소재로 자본주의 소비사회를 풍자하는 입체조형물들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동음이의어의 위트가 담긴 제목들인데, <새 신발>은 그야말로 새 신을 신고 눈부시게 하얀 날개를 퍼득이며 너른 세상 밖으로 날고 싶은 열망을 담아내면서 현대인들의 가볍기만 한 세상 삶의 방식들을 풍자하고 있다. 새의 깃털과 양모를 이용해 만든 여러 마리의 하얀 새떼들이 전시장 공간으로 흩어져 날아오르는데, 몸통 아래는 현실이라는 생의 무게들이 눌러 붙은 주름 패인 신발바닥들이 붙어있다.
    그런가 하면 우직해 뵈는 검은 소 모양으로 전시장 복판에 버티고 앉은 소파 <앉지마소>는 가죽만 남겨져 통째로 소파에 뒤집어 씌워진 소 모습을 통해 가죽명품으로 상징되는 현대인들의 소비욕을 빗대어 얘기하고 있다. 또한 여러 개의 지퍼들로 갈라진 몸뚱이의 캥거루나 애기 코끼리도 <Back # 15ㆍ16>이라는 동음의 명품욕구들을 비유하면서 허영과 사치 이전의 자연 본래적인 세상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이름이 한국인인 한국인의 작업은 현대인의 삶을 비유하는 맥락에서는 비슷한 또래의식을 갖고 있지만 그만의 독자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그가 보는 세상을 크게 확대된 주판에 담아 비유한 <Social + Network>는 열심히 주판 틀 속에 묻혀 홀로 또는 둘이서 힘을 합해 주판알을 돌리기도 하고, 지시하거나 팔짱을 끼고 관망하거나 한가로이 노닐고 있거나 위태위태 세상이라는 틀을 따라 비척거리며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 등등으로 경제적 수치 위주의 가치기준이 우선인 요즘의 사람 사는 풍경을 함축해 놓았다.
    이 같은 세태의 풍자는 뼈대만 남은 채 거꾸로 뒤집어져 피사의 사탑처럼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에서도 <무리수>라는 제목처럼 부와 풍요와 경제적 행복을 꿈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과 긴장감,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동민의 <하늘>은 도회지나 사막, 초원의 아스라한 지평선 위로 넓은 하늘공간을 열고 무지개와도 같은 원색의 구름 띠와 우주로 열린 코스모스 로드 같은 푸른 띠들을 둘러놓았는데, 실제로 이 구름 띠들 속에는 모일 듯 말듯 존재를 알 수 없는 희미한 덩어리들이 이 통로를 따라가듯 어디론가 속도감 있게 흘러가고 있다.
    또한 정다운은 <2호선이 흐르는 오후의 여중생>에서 마치 후광을 발하는 성모와 두 천사처럼 여중생 셋을 회화적인 필촉의 맛을 살려 묘사하고 그 뒤로는 고가 위를 달리는 2호선 전철을 배경삼아 그려 넣음으로써 도시라는 현실공간과 신상과도 같은 순수 세계를 한 화면 속에 조합해내었다.
    사진이 전공인 홍현기는 <Memento> 연작으로 폐교와 함께 버려진 초라한 조각상이나 동상들을 통해 향수어린 지난날의 어린 시절과 욕망과 기대와 가치가 달라져 버린 지금의 관점을 되비춰보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신진작가들의 세상을 보는 시선과 작업으로 잠시 주춤했던 “새파랗고 젊은 기운이 다시 한 번 떨려오기 시작”(정민초)하는 전율을 함께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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