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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이 문화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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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8-07 13:57 조회9,5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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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이 문화유원지



         이영실 <Desire> 2011. 한지 / 이정기 <Piggy Bank> 2010

    백화점이 때 아닌 문화유원지가 됐다. 시민들은 마치 숲속 계곡에 여름 피서라도 나온 듯 알록달록 기기묘묘한 크고 작은 미술작품들 사이를 거닐기도 하고 앉아 쉬기도 하며 재미난 미술놀이를 즐긴다. 광주신세계백화점 1층 시민광장에는 간혹 미술작품들이 설치된 적은 있지만 평소 백화점의 고객서비스 공간으로 꾸며져 있던 곳을 시민들이 삼복 무더위를 피하면서 쇼핑과 문화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꾸며놓아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백화점 속 문화유원지’라는 이름의 광주신세계 개점 16주년 기념전으로 8월 2일부터 31일까지 시민광장과 갤러리에서 한 달간 열린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청년 신진작가 16명을 초대하여 32점을 설치했는데, 입구나 에스컬레이터 옆 공간, 안내사인물, 윈도우갤러리와 실내 전시장 등 각 공간 특성을 살려 작품들을 배치하여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백화점이라는 특성에 맞게 ‘쇼핑’과 ‘여가’라는 주제를 걸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우리 삶의 한가운데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갤러리에 한정되어 전시되었던 작품들이 좀 더 대중적인 공간으로 나와 관람객과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고, 유희 오락 등을 즐길 수 있는 유원지에 놀이기구나 휴양시설, 자연환경 대신 미술품이 가득하여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한다.

    갤러리와 카페가 양쪽에 있는 입구 출입문에 3m폭으로 설치된 이영실의 <욕망 Desire>은 그야말로 백화점 고객들이 욕망의 문을 들고나는 처럼 작품구성 속에 참여되도록 의도하였다. 빨강ㆍ검정ㆍ종이 본래색 등의 한지를 책갈피처럼 접어 커다란 붉은 입술모양을 만들었는데, 잡지에 실린 온갖 욕구들이 입안 가득한 붉은 입술이면서도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암시하기도 하여 인간 원초적인 욕구를 시각적으로 포장시켜 내었다.

    이와 짝을 이루듯 유명 브랜드점이 양쪽에 위치한 반대쪽 입구에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이정기의 218cm짜리 대형 <Piggy Bank>가 놓여있다. 부와 욕망의 상징이랄 수 있는 돼지저금통을 크게 확대하고 그 표면에 거울파편들을 붙여 화려하게 치장하면서 백화점 풍경이나 감상자의 퍼즐처럼 해체된 모습들이 여러 이미지들로 비치게 만들었다.


    에스컬레이터 옆 높게 터진 통층공간에는 신호윤의 섬세 화려한 종이옷들이 높직이 걸려 있다. 그의 연작이기도 한 <Strange Flowers>인데, 신세계 꽃잎 심볼을 넣고 여러 겹의 꽃잎들이 층층으로 겹쳐지면서 패턴을 이루도록 오려낸 것과, 사다리형태들이 들어있는 네모난 패턴모양 두 가지를 쌍을 이루어 길게 늘어뜨려 백화점의 화려함을 더해주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옆 기둥에는 이이남의 <명품…하거나…하다> 영상미디어작품이 길게 설치되어 있다. 현실과 욕망의 세계를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처럼 폭포수를 타고 명품 브랜드 핸드백이나 하이힐들이 꼬리를 흔들며 높은 곳을 향해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와 함께 포말을 일으키며 연속하여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정운학의 <춤>은 그동안의 옷 연작대신 신체를 소재로 빛을 넣어 만들었다. 여러 춤추는 동작들의 인체 몸통부분들을 단순화시켜 폴리에틸렌으로 얇게 떠내고 거기에 색색의 한지들을 찢어 붙여 장식적인 패턴을 만들고 속에 LED조명을 내장시켜 경쾌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마C(마문호)는 갤러리 윈도우갤러리를 특별한 개인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세상의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백화점이 <천국보다 낯선> 곳일 수도 있을 것이고, 예술과 현실, 명품과 비명품 사이에서 우리의 일상은 쇼핑하면서 동시에 소비되고 풍요와 빈곤 사이를 오가며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진행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풀어놓았다. 그래서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며 꾸며진 소품들도 시장 가게를 옮겨놓은 듯, 짝퉁과 일상용품들로 넘쳐나는데, 화려한 꽃무늬 드레스와 악세사리, 매끄러운 비단 천과 색동보자기, 수예품 액자와 화조화, 들판을 나는 천마사진과 캄보디아 어린 사형수들의 사진들로 세상의 일상을 빼곡하게 펼쳐 보여준다.
     
    다른 쪽의 윈도우갤러리는 권승찬이 <행복나무>들로 채웠다. 백화점 구석진 곳에나 있을법한 작은 화분을 종이로 단순화시켜 전시면 전체를 반복배열로 채워놓았다. 황금색 시트지에 디지털프린터로 뽑아낸 화분 이미지를 바탕과 이미지 색을 바꿔가며 교차시켜 전체를 단색조로 꾸몄다.

    그런가하면 갤러리 안의 나명규는 쇼핑백모양으로 만든 LCD모니터 틀 속에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는 사람들을 실사촬영한 동영상을 윤곽선만 남기고 단순 처리하여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한 선 드로잉과 그 앞에 서로 방향을 바꿔 앉힌 석조 양조각을 배치하여 인간 이중성에 대해 풍자하고자 하였다. 

    박형규는 둥근 은빛 캡슐들 속에 극히 작은 기계부품이나 일상 오브제들로 SF 미니어처 같은 우주선과 별들을 정교하게 만들어 갤러리 안과 바깥 벽, 기둥, 안내사인물 등 백화점 곳곳에 설치하고 백화점에 쇼핑 온 고객들이 3점 이상을 찾아 응모하면 전시끝날 때 추첨하여 1점을 선사하여 소유의 즐거움을 제공하려 한다.   

    아울러 박수만
    갤러리와 유명커피점 사이에 그의 독특한 인물형상그림들을 넣은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그의 카페공간을 만들어 놓았고, 고근호백화점의 화려한 환상을 비유한 듯 철판커팅 조형작업으로 판도라상자에서 넘쳐나는 꽃들을, 김상연은 소원을 들어주는 날개달린 소들을 목판에 새겨 원색들을 칠해 곳곳에 부착하였고, 안희정은 사진을 천에 전사하여 물고기나 새, 동물모양 형형색색의 다양한 쿠션모양들로 만들어 광장 한가운데 천정에서 샹들리에처럼 늘어뜨려 설치하였다.

    또한 인춘교는 마네킹을 빌어 상투적으로 유행해가는 외모우선 세태와 복제문화를 풍자하며, 이매리는 붉은 색 하이힐로 여성성과 욕망을 상징적으로 담아내었고, 조광석은 문화유원지의 유쾌한 분위기를 대중문화 아이콘이라 할 미키와 미니 한 쌍으로 북돋워 주면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재미를 만들어 준다.


         권승찬 <행복나무> 디지털프린트, 황금색시트지 / 마c <천국보다 낯선> 2011
         정운학 <춤> 2011과 안희정의 <분홍치타> 등 설치작품 / 박형규 <몽상>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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