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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한 세상 풍경 - 서영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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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08-07 17:11 조회9,6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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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한 세상 풍경 - 서영기 개인전


    어디든 실제로 있을 법한 장면과 가상의 이미지를 결합시켜 아이러니한 세상풍경을 그려내는 신예작가 서영기의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의 작업 성향을 함축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개의 풍경’이란 제목으로 8월 4일부터 17일까지 금남로1가 뒷길의 갤러리D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작가의 작년과 올해 작품들로 ‘아이러니’ ‘정의하기’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소재를 해석하고 화면을 구성해내는 표현방식은 ‘아이러니’와 ‘데페이즈망’이 중심을 이룬다. 굳이 극사실까지는 아닌, 작가가 의도한 화면 속 상황을 설정해주는 정도의 회화적 묘사로 폐허가 된 어떤 공간의 한 장면에 공존할 수 없는 극과 극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작업들이 대부분이다. 


    “나의 작업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두 눈을 통해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나에게 보여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세상의 소식을 내 눈의 필터에 의해 걸러 긍정과 부정 두 가지 면을 동시에 바라보게 된다. 나만의 시각을 통해 본 세상은 정말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아이러니-캔디폭탄>으로 이름 붙여진 연작들은 자연재해나 재개발, 철거민촌, 전쟁포화로 폐허가 된 도시의 변두리 같은 험한 풍경에 거대하고 알록달록한 막대사탕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제목처럼 막대달린 캔디들이 폭탄처럼 쏟아져 쑥대밭이 돼버린 풍경일 수도 있고, 폐허가 돼버린 절망스런 잿빛 삶의 현장에 달콤하고 화사한 사탕들이 꽃비처럼 내려 아픈 현실을 망각시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대량생산된 거대자본의 파워가 달콤한 유혹으로 소시민의 삶을 잠식하고 폐허로 뭉그러뜨리는 풍경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너져 내린 건물 지붕과 벽과 잔해더미들 사이사이에 거대한 사탕들이 내리 꽂히거나 나뒹굴고 있고, 아이의 책가방만 덩그러니 남겨진 어느 누추한 집 무너진 벽돌담 사이나 찌그러진 시계판에도 어김없이 사탕은 은혜처럼 내려 앉아 있기도 하다.


    이런 해석이 다양하게 유추될 수 있는 연작 속의 사탕은 <롱기누스의 창>에서는 포크로 대체되기도 한다. 주검처럼 폐허가 된 낡은 벽돌건물 교회의 잔해들에 거대한 포크가 꽂혀 있고 고통 속의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다. 사탕 대신 빈민가의 로망이었을 고급 레스토랑이나 귀한 식사를 연상시키는 포크들이 이미 무너져버린 상처를 다시 또 깊숙이 찌르듯 내리꽂혀 있는데, 녹슨 교회당 양철지붕 뒤 하늘은 무심하게 푸르기만 하다.


    “내 작업은 세상의 부조리나 어긋나 있는 모습을 조금의 변형과 첨가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예로 츄파춥스나 코카콜라가 막강한 자본력과 힘으로 전 세계 수많은 국가들에 판매되며 잠식해 가는 모습은 마치 막강한 힘으로 전 세계를 휘어잡고 전쟁을 통해 목적을 이루는 모습과 비유되는데, 이는 작업 속의 전쟁이나 자연재해에 의해 폐허가 되어버린 곳에 거대한 사탕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나 자그마한 사탕비가 내려놓여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진다” 


    서영기의 작품에서 콘돔은 자주 다뤄지는 또 다른 소재의 하나다. ‘정의하기’ 연작으로 이름 붙여진 이들 작품들은 상품화된 일회성 사랑이거나 성을 가볍게 소비하는 세태에 대한 풍자로 읽혀질 수도 있고, 그런 방편들을 이용해서라도 더욱 진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 욕망의 표현으로 읽힐 수도 있다. 비록 작가가 콘돔 위에 더해놓은 스마일 아이콘과 하트와 꽃들로 사랑은 유쾌함이고 달콤함이고 향기로운 꽃과 같다고 정의내리고 있지만 사랑은 또한 아이러니인 것이다.  


    그의 작업은 사회비판적이거나 세태에 대한 풍자가 깔려 있으면서 세상의 현실 삶과 일정한 연결고리를 맺고 있기도 하지만 신진세대의 재치와 은유로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전시장 한 쪽에는 그동안 ‘아이러니’ 연작을 구상하던 과정의 습작 형태로 세계지도에 지진 등 자연재해가 컸던 아이티, 인도네시아 같은 지역들을 크기를 달리한 막대사탕들을 놓아 표현한 작업과, 폐허 속에 막대사탕들이 내리꽂힌 현장을 입체적으로 연출하듯 작은 상자 속에 레이어들을 세워가며 구성해본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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