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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읽는 '정치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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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10-05 18:26 조회9,4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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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읽는

    정치와 디자인



    바야흐로 10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의 계절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일간지 섹션 같은 전시구성으로 꾸며진 이번 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2011. 9. 2~10.23)에서도 정치적인 소재와 디자인의 관계를 살펴 볼 수 있다.



    의견을 나타내는 엄지투표

    전시장 입구 로비의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라는 선언적 메시지와 함께 관람객들은 먼저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어느 쪽인지를 밝히도록 종용된다. 컬럼비아대학 리빙 아키텍처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데이비드 벤자민과 한국출신 양수인의 공동작업인 <엄지투표> 코너다. 사막 모래바람이 만들어낸 유려한 패턴 이미지를 보고 이것을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사진아래 표시된 전화번로로 가부를 전송하면 벽면 위쪽에 설치된 스프레이에서 검정 또는 흰색 페인트가 분사된다. 의견이 모아질수록 페인트는 벽면을 타고 더 길게 흘러내리면서 반대와 찬성의 의사표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포스터에 담긴 정치성향



    정치는 광고 홍보전이다. 펠리페 리다오(핀란드)는 여러 나라 정치인들의 선거벽보나 정치활동을 알리는 <정치캠페인 포스터>들을 벽면가득 모아 구성하였다. 낯익은 한국의 선거벽보들을 비롯하여 아르헨티나ㆍ브라질ㆍ나이지리아ㆍ스페인 등지의 인쇄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 포스터들은 각기 좌ㆍ우파, 보수ㆍ진보로 분류되어 위아래 또는 좌우와 대각선 방향으로 배치되면서 정치적 성향에 따른 미묘한 차이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좌파 쪽으로 갈수록 개인의 얼굴보다는 공동체의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경향을, 진보 쪽에서는 삶의 행복과 복지를 보여주는 이미지들 위주로 포스터가 디자인되고 있다.



    ▶ 두려움에서 희망의 도시로 




    공동체의 삶의 질은 리더에 의해 상당부분 달라질 수 있다. 세르지오 파하르도 발데라마(콜럼비아)의 <메데인, 두려움에서 희망으로>는 시장 재임기간 중 도시재개발과 공공사업을 통해 메데인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관한 사례를 보여준다. 빈곤과 폭력, 약물의 온상이었던 슬럼가 같은 도시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려는 정치지도자의 의지와 그의 도시디자인 마스터플랜에 따라 공공도서관, 학교, 공원, 커뮤니티센터 등을 건설해 나가면서 점차 활력 넘치는 삶의 터전으로 바꿔나간 실례들이 사진과 영상, 간단한 글들로 소개되고 있다.   



    ▶ 비폭력 시민혁명을 위한 디자인 




    최근 정치는 시민사회의 결속과 활동이 점차 힘을 키워가고 있다. 공동체가 집단의 의사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형의 시위를 벌이게 된다. ‘무명’ 기획팀이 구성한 <비폭력 혁명 디자인> 코너는 이집트 민주화운동 과정의 비폭력 시위 영상과 함께 안전하게 시위를 진행하는 방법과 시위도구ㆍ용품 제작방법 등을 소개한다. 가령, 포스터 그리기, 집단전술, 장비사용법, 필요한 복장과 장신구 등을 안내문 같은 설명과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다. 예시로 물병ㆍ스티로폼ㆍ그릇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머리를 감싸묶어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전시소품으로 함께 보여준다.


    ▶ 검은 오일의 본질과 현재 




    전시 흐름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풍기는 <닷오일닷컴>(한스 베른하르트 & 리즈블릭스)은 검은 노다지 오일에 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시각이미지들의 구성이다. 수백 만 년 전 지구 생명체들의 주검들로 이루어진 오일을 무차별적으로 뚫고 들어가 시추해낸 오일들이 산업 원자재로 가공되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의 향락의 소비재가 되기도 하는 현실을 시각매체들로 담아내고 있다. 국가와 민족과 재벌 간의 분쟁과 갈등을 불러오기도 하는 오일에 관한 인식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의도이다. 팔에 문신을 하고 나이프를 입에 문 거친 인상의 남성과 오일색을 닮은 여성이 호사스러운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사진을 배경으로 검은 오일병들이 무리지어 놓여 있고, 강한 헤비메탈 사운드와 함께 모니터에서는 구호 같은 글귀들이 조합되고 사라지면서 역설적으로 ‘부드러워지자’를 외치고 있다.


     

    조율과 재조합, 치유의 공동체공간




    정치 섹션 작품은 아니지만 아드레스 자크(스페인)의 <즐거운 나의 의회>는 기왕 ‘의회’라는 비유가 들어있는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생각해볼만 하다. 즉, 가정은 가족구성원 간의 서로 다른 입장과 욕구와 외부적 스트레스들을 서로 이해하고 조율하고 치유하며 새롭게 에너지들을 불어넣어주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이다. 그 기초 공동체가 보다 나은 가족문화를 위해 강화되고 분리되고 재조합되는 건축적 요소들로 비유되어 설치된 공간구성 작품이다. 부드러운 구조와 밝고 따스한 색조의 조명들, 싱그러운 녹색식물들, 책을 읽고 악기를 두들겨보고, 앉거나 잠시 드러누울 수도 있는 유기적인 건축공간이 관객들에게 특별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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