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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화 개인전 - 'Somthing What We N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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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1-12-26 17:06 조회8,0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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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밤의 꿈


    8월 4일, 2011


    어젯밤, 꿈 속에서 미래 나의 작품을 보았다.

    어젯밤 잠들기 전, 희미하게 머리 속에 그렸던 이미지와 비슷했다.

    가끔 꿈 속에서 작품을 본다.

    그런 꿈을 꾸고 눈을 뜨는 아침이면 재빨리 스케치로 옮겨놓는다.

    이 작품이 꿈 속에서 본 작품과 비슷하다.

    정확히 똑같지는 않다. 무의식을 동반한 꿈의 세계와 무의식을 의식 세계로 옮기는 과정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의식세계에서는 많은 형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여름밤의 꿈’ 셰익스피어의 소설이다. 이 제목으로 여러 작품을 했다. 제일 처음 이 제목으로 작품 했던 것은 1992년... 제목만으로도 나의 상상력은 수많은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멘델스존은 이 제목으로 작곡을 했다.

    이 작품은 마치 연구무대와도 같은 구도이다.

    빈 테이블 앞에 앉은 남자가 백조와 대화를 하고 있다.

    백조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고, 백조가 눈물을 흘리게 된 사연이 뒷면에서 이미지로 펼쳐지고 있다. 사자자리에게 공격을 당해 죽을 뻔 했지만 헤라클레스 별자리가 그 위험에서 자신을 구출해 준 이야기이다.

    백조는 별자리이다. 남자에게 백조자리는 무의식의 세계에 존재하는 자신인 것이다. 이 남자는 무의식 세계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상상본능’ - 무의식의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내면의 모습이다.     



     




    하얀밤


    8월 6일, 2011


    ‘하얀 밤’은 항상 목말라하는 우리의 영혼을 표현한 작품이다.

    채워도 채워도, 만족하지 못하는 끝없이 목마름을…,

    북서풍이 부는 바람결에 채워지지 않은 목마름을 실어 보내본다.

    영혼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숲처럼...

    무엇을 갈망하고, 무엇으로 채우고자 하는 것일까?

    잠 못 이루고 헤매는 나의 영혼의 밤은 하얗기만 하다.


    밤이 되면 낯 동안의 지친 모든 일들을 내려놓고, 내면 깊은 속에서 휴식한다. ‘밤’이라는 시간은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내밀한 자기만의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자기 자신의 꿈과 저 너머에 있는 장미 정원을 꿈꾸는 시간이다. 욕망과 갈망으로 가득 차,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긍정적인 것 단 한 가지 ‘희망’이 나왔던 것처럼, 그 시간동안은 희망을 꿈꿔본다.

    ‘빛’이란 너무나도 심오하다. 작품 안에 LED를 사용했을 때, 시시각각 다양한 색채를 변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각각 다른 이미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과거의 어느 작가는 밤에도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반딧불을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대는 과학문명이 발달한 덕에 반딧불이 아닌 인공적인 많은 빛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LED의 사용은 앙상한 나뭇가지의 실루엣을 더욱 강조시키고, 판도라 상자 안에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강조시키기 위해 사용하였다.







    비밀의 정원


    현대인의 삶은 마치 상동증(常同症, stereotypy, 어떤 특정한 행위를 장시간에 걸쳐서 반복지속하는 증세) 환자와 같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들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본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반복된 정방형의 패턴은 현대인의 반복된 삶을 상징하고 있다. 삶은 게임이다. 내면에서는 자신과의 게임이며, 사회에서는 다른 사회적 현상들과의 게임이 반복된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건축물 구조, 체스와 미로는 게임과 게임의 대상, 즉 사회적 현상을 상징한다. 가장 역동적이며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백마는 현대인을 상징하고 있다. 제일 앞면에서 보여지는 건축물 구조 사이로 펼쳐지는 미로는 우리의 심리적 내면성을 시각화시켰다.


    - 김진화의 작업노트 중




    Something What We need


    세상의 하루를 채우던 온갖 것들이 서서히 어둠에 묻혀 무대 뒤로 사라지고 신비로운 기운들이 가득한 사유와 성찰의 세계가 투명한 상념 상상들로 연이어지면서 신비 가득한 가상공간을 만들어내는 듯한 독특한 표현세계의 김진화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어가듯, 조명을 낮게 내려 작품 속 LED점들이 그 희미한 빛을 어렴풋이 내비치고 있는 전시실 안 분위기부터가 심상치 않은데, 성탄절 때문에 유난히 눈부시게 밝고 화려한 바깥 백화점 풍경에서 갑자기 전혀 다른 세계로 순간이동을 한 듯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가게 된다. 별자리와 신화, 고전문학 속 구절들과 함께 지금의 세상 현실 속에서 침잠된 내적 언어들이 작가의 고독한 사유 속에서 결합되고 재배합되고 새로운 조형언어들로 빚어지면서 신비한 심상여행을 즐기게 된다.       


    ‘Something What We need'라 이름붙인 김진화의 여덟번째 개인전은 12월 14일부터 27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의 초대전으로 마련되었다. 대부분 일정한 깊이를 가진 입체회화 형태의 상자 틀 속에 서양 고대신화와 별자리와 상징적인 도상들이 무대구성처럼 겹을 이루며 이야기를 연출하고, 그 사이사이에 별빛 같은 작은 LED조명들이 점점이 박혀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공기와 꿈>, <한여름밤의 꿈>, <비밀의 정원>, <찬란한 시간>, <달과 숲>, <하얀밤>, <어느 날... 그 방에서...>, <한낮의 꿈>, <판도라의 상자> 등 제목부터가 시어 같은 농밀함과 문학적 서정이 짙게 배어나는 작품들인데, 이전부터 계속해오던 주제의식이나 표현세계가 끝없는 상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언의 이미지극처럼 꾸며진 각각의 얘기상자들은 지극히 몽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세계를 담아내고 있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백마ㆍ천사ㆍ체스ㆍ격자무늬 바닥패턴 등의 작품 속 구성요소들은 지금의 세상살이를 비유하고 상징하며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전시를 기획한 신세계갤러리 오명란 큐레이터도 전시 팸플릿에 담은 전시서문에서 “김진화는 신화, 별자리, 인문학적 관심으로 엮어진 사고를 글로 드로잉한다. 이러한 스토리에 이미지를 유추하거나 연상하고, 다시 자신의 상상에 부합하는 이미지들을 선택적으로 조합하여 본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사라지고 작가가 만든 꿈의 세계가 형성된다… 비현실적이면서도 상당히 논리적이고, 초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감각적으로 익숙한 분위기는 김진화만의 조형언어가 된다”고 평한다.


    현실과 예술세계 사이를 오가면서 숱하게 스치는 생각들을 걸러 이야기를 응축시키고, 그 이야기들을 잘 실어낼 만한 도상을 그리고, 이미지들이 오려진 화판들을 서너겹씩 중첩시켜 입체공간으로 연출하고, 사이사이에 LED소자를 심어 내적 영감과 상상을 더 깊이 이끌어 줄 유도등들을 밝히는, 그래서 그저 자유로운 상상만이 아닌 그런 상상의 이미지들을 견고하게 엮어내는 대단히 이지적이고 정교한 제작과정이 동시에 필요한 작업으로 보여진다.



    김진화는 호남대학교 미술학과와 Pratt Institute에서 회화를 전공하였고, 1994년부터 2008년까지 광주ㆍ뉴욕ㆍ서울 등지에서 ‘The Sound of Spirit' 'Breathing Biooming and Growing' 'Invisible Cities' 'A Room of One's Own' 등의 제목으로 7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7년 제10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2008년 하정웅청년작가상, 2010년 제16회 광주미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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